다도해 전경.

전남 완도는 느린 풍경으로 삶의 쉼표가 되는 고장이다. 푸른 바다와 다도해의 섬들, 돌담길과 이어지는 삶의 사연들은 완도를 단장하는 주요 매개들이다. 완도의 풍경들은 봄날 실바람처럼 여유로운 템포로 흘러간다. 섬 사이를 오가는 고깃배도, 골목길과 해변을 거니는 발걸음도 고즈넉하다. 완도를 한 바퀴 도는 버스 차창에 머리를 기대면 바다와 섬은 푸르게 자맥질하며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장보고 기념관.

해상왕 장보고의 흔적 서린 장도

동^서 순환로를 따라 바다를 끼고 달리면 섬의 은밀한 역사와 사연이 베일을 벗는다. 신라의 해상무역왕 장보고의 흔적이 서린 장도는 청해진의 본영이 있던 곳이다. 섬을 방어하기 위해 박아놓은 통나무인 목책과 우물은 이곳 장도가 청해진의 본영이었다는 귀중한 자료다. 섬 앞 장좌리 주민들은 매년 장도에서 장보고를 기리는 당제를 지낸다. 장도 앞에는 장보고 기념관이 자리했다. 완도 서쪽의 완도수목원은 상록활엽수 집단 자생지와 아열대 온실을 갖춘 국내에서 보기 드문 난대림 수목원이다. 총 34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비밀의 숲은 봄이면 동백 산책로가 인상적이다. 수목원 옆, 청해포구 촬영장은 ‘명량’ ‘추노’ ‘태왕사신기’ ‘해신’ 등 굵직한 영화^드라마의 바다와 포구 장면을 단골로 찍은 곳이다. 완도 곳곳의 바다는 소리와 풍경으로 세파에 지친 이방인의 마음을 차분히 다독여준다. 다도해 국립공원에 속한 정도리 구계등은 크고 작은 돌이 모여 계단을 이루고 파도가 밀려와 아름다운 바닷소리를 들려준다. 신지면의 명사십리 해변은 솔숲, 푸른해변, 은빛 백사장으로 추억의 안식처가 된다.

청산도.

다도해 국립공원의 ‘느린 섬’ 청산도

완도의 더딘 풍경은 읍내로 들어서며 한결 무르익는다. 완도항 인근 완도타워는 다도해의 거점인 완도의 윤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청산도, 소안도, 노화도, 보길도 등 다도해 국립공원의 섬들이 나란히 도열한다. 전망대 뒤편 봉수대는 일출을 감상하는 포인트로 멀리 제주 한라산까지 맞이할 수 있다. 이방인들은 여객선 터미널까지 두런두런 읍내 구경을 하며 발걸음을 항구로 옮긴다. 완도타워에서 바다 건너 웅크려 보이던 청산도는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된 섬이다. 돌멩이로 투박하게 쌓아올린 담장, 바다와 어우러진 다랭이논 등은 슬로시티로 지정된 주요 배경들이다. 느림의 종, 쉼표 조형물 등 느림을 형상화한 조각물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봄이면 청산도를 걷는 발길이 더욱 분주해진다. 바람 많은 청산도의 돌담은 처마까지 층층이 높게 솟아 있다. 청산항 일대는 1930년대부터 70년대 후반까지 고등어 파시, 삼치 파시가 열리던 번성한 포구였다. 청산항 포구 안쪽 안통길은 파시문화거리로 조성돼 섬 주민들의 삶이 담긴 옛 모습을 조명하고 있다.

<여행 메모>

▲가는 길= 완도터미널까지 서울 센트럴터미널에서 고속버스가 오간다. 본섬을 순회하는 버스를 타면 대부분의 관광지와 연결된다. 완도~청산도 구간은 수시로 여객선이 오간다. 청산도 내에는 주요 여행지를 오가는 슬로시티 순환버스가 뱃시간에 맞춰 출발한다. ▲음식= 완도읍내 음식특화거리에서는 완도의 별미인 전복과 해조류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늘어서 있다. 이곳 골목의 주요 메뉴인 ‘전복해조류비빔밥’에는 갓 삶아낸 전복과 꼬시래기, 다시마, 미역 등의 해조류가 넉넉하게 들어간다. ▲기타정보= 완도는 자전거로도 둘러볼 수 있다. 완도읍내에 자전거대여소가 있으며 완도항에서 자전거를 싣고 청산항까지 이동이 가능하다. 청산도의 11개의 슬로길 코스는 42km 가량 된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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