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시산에서 조망한 루앙프라방.

라오스는 ‘느림의 미학’이 깃든 땅이다. 사람도, 탈것들도 더딘 템포로 오간다. ‘욕망이 멈춘 땅’, ‘힐링의 나라’... 다양한 수식어만큼이나 라오스는 여유롭고 단아한 이미지로 다가선다. 라오스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유일한 내륙 국가다. 중국,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에 둘러싸여 있으며 산악지형의 특성까지 곁들여져 오랜 기간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라오스의 옛 수도인 루앙프라방에는 훼손되지 않은 느림의 가치가, 현 수도인 비엔티안에는 라오스의 변화상이 담겨 있다.

루앙프라방 골목길.

세계유산 산악도시 루앙프라방

라오스 북쪽의 루앙프라방은 최초의 통일 왕국인 란싼 왕조의 첫번째 수도다. 해발 700m의 도시는 불교사원과 프랑스 식민 시대의 빛바랜 건물을 간직한 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루앙프라방 일대에 80여개 사원이 위치했는데, 사원들은 웅대하거나 오랜 세월의 퇴색한 모습이 아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오가고 해가 지면 장터가 들어서는 길목 한편에, 삶의 한 단면처럼 황금빛 담벼락은 들어서 있다. 식민세력이던 프랑스에 의해 새롭게 단장됐다는 왓 마이 사원의 지붕끝자락에는 장터 천막이 함께 내걸리고, 옛 왕실의 장례식을 주관하는 유서 깊은 왓 씨엥통 사원은 메콩 강이 내려다보이는 강변에 소담스럽게 들어서 있다. 도심 한가운데 솟은 푸시산의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루앙프라방은 붉은 지붕과 사원들이 엇갈리고 메콩 강이 단아하게 에돌아 흐르는 산속 소도시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곳에서는 강 너머로 스러지는 일몰이 아름답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명해진 도시는 소소한 변화상도 낳았다. 숙소와 식당에 네온사인 간판이 세워졌고 골목 곳곳은 리모델링 열풍이 불었다. 뉴욕타임스에 소개된 뒤 명성을 탄 베이커리는 이방인들의 아지트로 변신했다. 빵 한 조각과 커피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을 외딴 산악도시에서 만나게 된다.

루앙프라방의 사원.

접경과 변화의 중심, 수도 비엔티안

라오스 중부, 수도 비엔티안은 관문이자 완충지대의 성격이 짙다. 동남아시아 유일한 내륙국가의 수도는 식민과 전쟁, 이념의 세월을 묵묵히 견뎌왔다. 도심과 나란히 흐르는 메콩강 줄기는 이곳에서는 경계가 된다. 강 너머는 태국의 농카이 지역이다. 라오스의 부호들은 건너편 태국 땅에 별장을 짓고, 쇼핑을 즐기기 위해 강을 빈번하게 넘나든다. 이른 아침의 메콩강변은 새벽부터 산책하고 뛰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이 일대는 해질 무렵이면 데이트를 즐기는 청춘남녀들과 야시장, 레스토랑이 들어선 번화가로 변신한다. 옛 수도 루앙프라방의 탁발 행렬과는 완연하게 다른 풍경들이다. 파리의 개선문을 본뜬 빠뚜사이 개선문은 번잡한 대로 한가운데 들어서 있다.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 보려면 빠뚜사이 정상에 오르면 된다. 왓 씨앙쿠앙에서는 불교와 힌두교가 접맥된 다양한 불상들을 알현할 수 있다. 비엔티안은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시장 옆으로는 백화점이 들어서고 도심에는 개발 붐이 불었다. 거리에서는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청춘들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화려한 외관으로 치장된 중고버스들은 곳곳에 한글이 새겨져 있어 낯선 도시에서의 친근함을 불러일으킨다.

<여행 메모>

▲가는 길= 북부 루앙프라방과 중부 비엔티안은 항공, 버스로 이동이 가능하다. 루앙프라방의 자전거가 일상의 이동 수단인 것과는 달리 비엔티안에는 트럭 외관의 쏭테우, 세바퀴 툭툭, 택시 등 다양한 탈것들이 오간다. ▲음식= 라오스의 쌀국수인 ‘카오 삐약센’은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대표 메뉴다. 일명 ‘된장 국수’로 불리는 ‘카오 소이’ 역시 라오스 북부지역에서 맛볼 수 있다. ▲기타정보=루앙프라방에서는 인근 쾅시폭포가 주요 볼거리다. 다양한 액티비티를 원하는 배낭여행자들에게는 루앙프라방과 비엔티안 사이의 강변마을인 방비엥이 경유지로 인기 높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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