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봉에서 본 고군산군도 전경.

군산 고군산군도는 57개의 유·무인도로 이뤄진 섬의 군락이다. ‘신선이 노닐던 섬’인 선유도가 대표섬이고 장자도, 대장도, 무녀도 등 수려한 해변과 어촌풍경의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섬들과 뭍이 다리로 연결되면서 최근에는 차를 타고 고군산군도 깊숙이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예전에는 고군산군도에 배타고 들어가 즐기려면 1박 2일은 넉넉하게 잡아야 했다. 요즘은 반나절이면 섬을 구경하고 나온다. 육지와 섬이 연결되면서 고군산군도 나들이는 군산여행의 필수코스로 정착했다. 고군산군도로 향하는 길은 드라이브 루트로 손색이 없다. 새만금방조제를 잇는 도로 좌우로는 바다와 간척지가 드넓게 펼쳐진다. 섬들은 자맥질하며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예전의 섬의 운치는 선유도, 장자도, 무녀도를 연결하는 소박한 다리들을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것이었다. 요즘은 그 섬들이 큰 자동차 도로로 이어졌다. 고군산대교 완공으로 신시도와 무녀도가 연결되며 고군산군도는 비로소 뭍과 한 몸이 됐다. 길이 400m의 고군산대교를 건너면서 본격적인 고군산군도 여행은 시작된다.

대장봉에서 조망하는 섬의 윤곽

고군산군도는 예로부터 사연 가득한 섬이었다. ‘택리지’에는 고기잡이철이면 장삿배들이 섬 앞바다에 구름처럼 몰려들었으며 섬주민들의 씀씀이가 육지 백성보다 더했다고 적고 있다. 어청도 등 인근에서는 고래도 잡혔다. 군사적 요충지였던 섬은 고려와 조선 시대에 수군부대가 들어서 있었으며, 군산진이 수군부대가 함께 현재의 군산으로 옮겨가면서 옛 군산이라는 의미인 고군산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길과 다리, 섬의 윤곽이 궁금하면 차량들의 서쪽 종착지인 장자도에서 섬여행의 첫걸음을 시작한다. 장자도와 이어진 대장도 대장봉(142m)에 올라야 고군산군도의 참 멋이 전해진다. 큰 길, 작은 다리, 지도에서만 봤던 섬과 해변, 고기잡이 나서는 배와 유람선 등이 한눈에 다가선다. 장자도 앞바다는 예전 조기 잡이 고깃배들이 밤에 불을 켜고 장관을 이뤘던 ‘장자어화’의 명소다. 대장봉에 오르는 길은 나무데크길이 새롭게 조성됐다. 길 초입에는 장자 할매바위가 외롭게 서 있다.

무녀도 쥐똥섬.

남악리 몽돌해변과 해변 데크길

대장도, 장자도에서 선유도까지는 보행교를 건너 느린 템포로 이동한다. 교통이 편리해졌지만 고군산군도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둘러봐야 진면목이 전해진다. 명사십리 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선유낙조’로 불리며 고군산군도의 으뜸 풍경으로 꼽힌다. 예전에는 이 일몰에 취하기 위해 해변에서 하룻밤 머물다 가곤 했다. 자전거를 타고 선유3구 골목길을 누비며 기도등대를 방문하고 남악리마을 몽돌해변에도 들른다. 사람들이 밀려드는 명사십리 해변과도 또 다른 섬마을 풍취가 섬 구석구석에 깃들어 있다. 남악리 대봉전망대에서 조망하는 고군산군도의 윤곽은 또 다르다. 선유1구 옥돌해변의 해변데크 산책로는 추천 명소가 됐다. 길이 뚫리면서 옥돌해변의 한적함은 사라졌지만 대신 새로 조성된 해변데크길이 호젓함을 더했다. 해변데크길에서는 건너편 무녀도 앞 무인도들이 가깝게 보인다. 장구도, 주삼섬, 앞삼섬 등 세 섬과 어선들의 오가는 풍취는 선유 8경중 ‘삼도귀범’으로 아련한 자취를 만들어낸다.

<여행 메모>

▲가는 길 = 주말, 성수기 때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주차문제가 해결돼 편리하다. 버스, 승용차로 비응항까지 이동한 뒤 99번 버스로 환승하면 2층 버스가 무녀도, 선유도를 경유해 장자도까지 오간다. 명사십리 해변 입구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숙소·음식 = 선유도 주차장 일대에 펜션과 식당들이 밀집해 있다. 선유3구와 1구쪽 숙소들이 한적한 편이다. 대부분의 식당들은 활어회, 생선구이를 주메뉴로 내놓는다. ▲기타정보 = 선유도 명사십리 해변에는 짚라인이 새롭게 들어섰는데 전망대에서 명사십리 해변을 가로질러 솔섬까지 700m를 날 수 있다. 무녀도 끝자락의 작은 섬인 쥐똥섬은 간조 때 바닷길이 드러나는 곳으로 섬 앞에는 스쿨버스를 개조한 카페버스가 있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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