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향기길 노을.

태안은 호젓한 겨울해변과 찰진 바다 먹거리가 함께하는 곳이다. 태안의 길목에 발걸음을 맡기면, 겨울바다가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를 차분하게 배웅한다. 태안의 북쪽 포구와 해변은 한갓진 서해의 모습을 담아낸다. 만대항은 태안반도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포구다. 만대포구의 겨울은 굴이 푸짐하게 쏟아질 때다. 물이 빠지면 종패를 매단 굴 밭이 포구 앞으로 드넓게 도열한다. 만대항을 품은 가로림만 일대는 태안 인근 바다 중에서도 어족이 풍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럭, 노래미, 농어 등이 쏠쏠하게 나온다. 정적만 남은 해질무렵의 만대포구는 고즈넉하다. 포구 옆에는 겨울 휴지기에 들어간 만대염전이 어깨를 낮게 들썩이며 늘어서 있다. 삼형제바위, 새막금쉼터, 당봉전망대 등은 만대마을을 에워싸고 사연 있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삼봉 기지포 산책로.
북쪽 만대항 잇는 솔향기길

태안 솔향기길은 만대항에서 시작해 태안반도의 세월과 절경을 간직한 채 유유히 이어진다. 태안반도의 서쪽으로 내려서는 솔향기길 1코스의 저녁노을 트레킹은 남쪽 꾸지나무골 해변까지 약 10km 연결된다. 오르막길을 거스르고 굴바위를 지나며 자갈해변을 걷는 3시간 30분의 여정이다. 태안반도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해수욕장인 꾸지나무골 해변은 뽕잎의 대용인 꾸지나무잎으로 누에를 치던 곳이 지금은 송림을 병풍 삼은 해변이 됐다. 603번 지방도와 나란히 달리는 해변은 원북을 거쳐 신두리 사구로 연결된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바닷가 모래 언덕으로, 태안 8경 중 하나이자 천연기념물이다. 모래 언덕에는 봄, 여름이면 해당화, 갯멧꽃 등 각종 갯벌식물들의 자라고 가을, 겨울이면 억새숲이 병풍처럼 드리워진다. 최근에는 사구 보존을 위해 나무데크길이 조성됐다. 신두리해안사구 남쪽 가까이에는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두웅습지가 있다.

영목항.
삼봉~기지포 산책로와 영목항

태안 안흥항 연륙교 건너 신진도는 탐스러운 서해 풍경을 간직한 곳이다. 신진도 앞바다에는 옹도, 난도 등 아름다운 섬들이 가지런하게 늘어서 있다. 인근에 신진항이 인접해 있어 다양한 바다 먹거리도 맛볼 수 있다. 신진도의 방파제 낚시는 가족나들이객들에게도 인기 높다. 신진도 너머 하얀 등대가 있는 마도는 1년 내내 물고기가 많이 잡혀 갯바위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다. 태안의 호젓한 산책로를 손꼽자면 안면도 삼봉 해변 소나무 오솔길을 빼놓을 수 없다. 사구로 된 해변길을 따라 기지포 해변까지 걸어본 뒤 돌아올 때는 파도 소리와 나란히 뻗은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산책한다. 이 오솔길과 드넓은 해변에서 각종 뮤직 비디오와 CF가 촬영됐다. 삼봉~기지포 구간의 사구는 전국 우수 생태 복원지로, 안면도의 바다와 숲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꽃지해변에서 올해를 배웅한다면 일출은 안면도 최남단의 영목항에서 맞아 본다. 영목항은 최근 원산도를 잇는 다리가 연결됐다. 영목항 인근의 가경주마을은 새 둥지처럼 아름다운 마을로 태안에서 일몰이 가장 아늑한 마을로 손꼽히는 곳이다.

여행 메모
가는 길 태안터미널을 기점으로 북쪽 만대항, 남쪽 영목항까지 군내버스가 오간다. 드라이브 코스는 북쪽 만대항으로 향하는 길이 한결 호젓하다.
음식 이원면 일대는 밀국낙지탕이 유명하다. 인근 해안에서 잡히는 이곳 낙지는 한입에 들어갈 정도로 크기가 적당한 게 특징이다. 신진도 포구에서는 우럭젓국, 우럭찜, 우럭구이 등이 별미다.
기타 태안읍 백화산 기슭에 들어선 마애삼존불은 자연 암벽에 새겨진 백제시대 대표 불상이다. 중앙에 작은 보살상, 좌우에 여래입상이 배치된 독특한 모습을 지녔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글·사진 : 서 진 여행칼럼니스트 tour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