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

포항 여행의 단아한 정취는 구룡포, 호미곶으로 이어지는 해변길에 담뿍 묻어난다. 과메기로 유명한 포구 뒷골목에는 일본인 거리가 남아 있고, 한반도 동쪽 끝자락에는 100년 세월의 등대가 고즈넉하게 서 있다. 구룡포 가는 길은 번잡한 포항 시내와는 색다른 풍경이다. 아침 경매가 끝난 뒤 한가로운 구룡포항 골목을 거닐면 비린 미역 냄새만큼이나 사연들이 진국이다. 구룡포에서는 과메기 한 접시에 근대 골목의 흔적만 더듬어도 즐겁다.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 장안동

횟집간판이 즐비한 구룡포항 식당 뒷길로 들어서면 일본식 가옥들이 늘어서 있다. 장안동 골목은 예전 일본인들의 집단 거주지로 격자형 2층집 50여채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골목길은 일본 가옥들을 새롭게 다듬어 문화의 거리로 재단장됐다.

장안동 골목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뒤 더욱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마을 뒤편 언덕길은 구룡포 공원으로 연결된다.

일본인 가옥.

공원 언덕은 예전 구룡포항을 축항했던 일본인 수산업자 ‘도가와 야스브로’의 비석이 있던 터다. 언덕에 오르면 구룡포항의 사연에 비껴 일본인 가옥들과 포구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구룡포 과메기.

구룡포의 겨울 별미는 과메기다. 겨울이면 과메기 말리는 풍경이 포구를 단장한다. 과메기로 쓰이는 생선은 세월에 따라 변모했다. 예전에는 청어가 주로 쓰이다가 대안으로 꽁치가 애용되던 게, 최근에는 청어 풍년으로 다시 청어 과메기가 등장했다.

과메기는 푸른 빛깔에 윤기가 나는 것이 맛이 좋으며 비릿함을 다스리기 위해 김, 쪽파, 마늘, 미역, 고추 등과 곁들여 먹어야 제맛이다. 구룡포 대부분의 회식당에서 과메기는 필수 메뉴다.

호미곶 상생의 손.

일출 명소 호미곶과 100년 등대

구룡포 나들이는 북쪽 호미곶과 궤적을 함께 한다. 호미곶의 아침 풍경은 한갓지다. ‘상생의 손’ 위에는 갈매기들이 노닥거리고, 일출의 감동을 지우지 못한 연인들이 삼삼오오 해변을 서성거린다. 고깃배들이 무심코 지나는 바다는 거침이 없는 망망대해다. 발을 딛고 선 땅이 한반도의 동쪽 끝이라는 생각에 잠시 시큰해진다.

호미곶 등대.

호미곶은 매년 1월만 되면 들썩이는 곳으로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명소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는 호미곶을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 한반도 동쪽 끝 명당으로 치켜세웠고, 육당 최남선은 ‘조선 10경’의 하나로 꼽기도 했다. 그 사연 가득한 터에 등대박물관과 함께 호미곶 등대가 들어서 있다. 1908년에 세워졌으니 등대의 나이는 100세를 훌쩍 넘어선다. 포항의 포구와 해변은 100년 세월을 담아낸 등대, 골목들이 남아 있어 여운이 남는다.

죽도시장.

포항 도심으로 접어들면 바다 풍경은 제법 북적거리고 유유해진다. 죽도시장은 동해안 최대 규모의 전통 시장이다. 관광객과 현지주민이 뒤엉키고, 갓 잡은 수산물에서 건어물까지 좌판대가 넘쳐나며 흥겨운 겨울풍경을 만들어낸다.

여행 메모
가는 길 포항IC에서 포항시내, 신항을 우회하면 구룡포로 연결된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구룡포를 거쳐 호미곶까지 버스가 다닌다.
음식 영덕, 울진이 대게로 명성 높지만 포항 역시 빠지지 않는다. 대게는 찜으로, 탕으로, 회로 먹는다. ‘게맛’을 제대로 보려면 쪄 먹는게 정석이다. 구룡포와 죽도시장 일대에서 겨울 대게를 맛볼 수 있다.
기타 포항운하는 동빈 내항에서부터 형산강까지 총 1.3km 길이로 조성돼 포항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운하를 따라 조형물들이 가지런하게 단장됐으며 운하를 오가는 유람선은 송도해변까지 총 8km를 운항한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서 진 여행칼럼니스트 tour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