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 풍경
충남 서천 장터는 3월이면 싱싱한 해산물 세상이다. 인근 마량, 홍원항에서 갓 잡아 올린 , , 도다리 등이 쏟아져 겨우내 웅크렸던 장터에 봄 비린내가 가득하다. 전주, 대전에서 해산물을 사기 위해 이곳까지 외지인이 몰려들기도 한다.

장터에는 온통 봄 바다 기운이 한창이다. ‘퍼덕’거리는 것에서 ‘흐느적’대는 놈까지, 서해 포구에서 제법 떨어진 장터인데도 제철 해산물이 모두 이곳으로 모인다. 장이 서는 날은 매 2일, 7일. 추억의 5일장은 서천 해산물 특화시장 뒤편 주차장 길에 소박하게 들어선다.

수산물특화시장
해산물로 유명한 시장이지만 5일 장터에는 뭍 기운도 가득하다. 소금 절인 마른 생선들이 길가에 도열한 가운데 나물 파는 할머니들도 따사로운 볕 아래 자리를 채운다. 엿장수의 호박엿 가위질도 봄만 되면 더욱 신명을 낸다.

박대묵
봄날 생선껍질로 빚은 ‘’

서천장터에는 서해안 해산물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흔적이 남아 있다. 박대라는 생선과 ‘’을 먹는 풍습이다. 두꺼운 껍질을 벗긴 뒤 햇볕에 말려 먹는 박대는 ‘시집간 딸이 박대 맛을 못 잊어 고향 서천에 들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곳 사람들에게 인기 높다. 벗겨낸 박대 껍질을 말린 뒤 푹 고아서 만드는 은 서천 장터의 별미다. 4월이면 묵이 녹아 흘러 3월까지가 제철이다. 간장을 찍어 먹는 도토리묵과 달리 은 초고추장을 찍어 먹어야 맛이 난다.

장터 좌판대
서천장터가 해산물 시장으로 유명해진 것은 20여년 전의 일이다. 교통 좋은 읍내 사거리통 장터에 봇짐장수들이 몰려들며 생선회도 거래되기 시작했다. 냉장시설이 변변치 않았던 시절에는 장터에 간( 소금) 절여 말린 생선이 주류를 이뤘고 그나마 싱싱한 해산물은 맨손으로 잡아 온 것들이 인기를 끌었다. 지금 남아있는 풋풋한 5일장의 흔적은 그 ‘맨손업’을 하던 장사치들이 명맥을 이어온 셈이다.

주꾸미
, , 도다리 잔치

사거리통 해산물 가게들은 서천읍 군사리에 수산물 특화시장이 조성되면서 대부분 새 시장으로 터전을 이동했다. 서천 5일장터도 자연스럽게 특화시장 뒤편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오전 한때 활기를 띠던 5일장은 점심 무렵이 되면 한산해진다. 5일 장터가 정리될 시간이면 특화시장이 본격적으로 흥청거린다. 시장 아줌마들이 목청 돋워 가며 싱싱한 활어로 손님들을 유혹한다. 구시장터에서 옮겨와 현대식으로 재개장한 특화시장은 사시사철 문을 연다. 한창 제철인 , 도다리, 를 즉석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곳 해산물들은 홍원항, 마량항의 포구보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키조개
“3월이면 에 꼬숩고 쫀득쫀득한 쌀(알)이 가득할 때지유. 먹물 담백한 이 때가 맛이 최고여유.” , 도다리 철이 지나 4월 중순이 되면 서천장터에 꽃게, 대하가 쏟아져 나온다. 추억의 장터를 찾는 외지인들의 발길은 가을 전어철까지 계속된다. 인근 5일장이 대부분 자취를 감췄지만 서천장은 비인장과 더불어 서해안 해산물 장터의 명맥을 따사롭게 이어오고 있다.

여행메모

가는길:서해안 고속도로 서천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서천읍 방향에 서천 특화시장과 장터가 있다. 서천 버스터미널과 서천역에서 택시 기본요금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음식: 서천 특화시장 2층에 식당이 몰려 있다. 1층에서 직접 생선을 고르면 식당에서 해물탕도 끓여준다. 해물탕 외에도 을 맛볼수 있다. 시원한 국물이 곁들여진 샤브샤브도 별미다.

기타: 서천여행때는 해가 뜨고 지는 마을인 마량포구를 빼놓을 수 없다. 마량리 동백정과 동백나무숲은 서천 8경중 1경으로 꼽히는 명소다. 서천 국립생태원은 세계 기후대별 다양한 생태계를 간직한 곳으로, 4500여종의 동, 식물을 만날 수 있다.



글 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tour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