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십리벚꽃길
봄이 깊어지면 하동 곳곳은 꽃과 차향이 어우러진다. 에서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은 김동리의 소설 ‘역마’의 배경이었으며,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되기도 했다

화개장터
에서 쌍계사로 향하는 길목은 십리에 걸쳐 벚꽃길이 이어진다. 화개천 인근은 온통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4월의 크리스마스'를 연출한다. '화개'라는 말뜻에는 ‘꽃이 열린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벚꽃길의 아름다움에 반해 김동리선생은 화개가 배경이 된 소설 ‘역마’에서 ‘에서 쌍계사까지의 시오리길은 언제 걸어도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써내려 갔다.

소설 ‘역마’의 배경인 왕벚꽃길

은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두손을 잡고 걸으면 ‘백년해로’한다고 하여 ‘혼례길’로도 불린다. 유독 방문객 중에 연인들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부부싸움을 한뒤 벚꽃길을 걸으면 화해를 하게 된다'는 재미있는 사연도 에 깃들어 있다.

꽃길을 걸어 쌍계사 초입마을까지는 1시간 가량 걸린다. 벚꽃은 구례 산수유와 함께 지리산의 봄을 여는 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올해 개화시기는 예년보다 빨라 3월말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의 벚꽃은 일제강점기 때 심은 왕벚꽃들이다. 봄이 오면 화개천에는 회귀성 어류인 '황어'라는 반가운 손님도 찾아온다. 십리벚꽃이 한창일 때는 하동포구 팔십리 꽃길이 변을 완전히 뒤덮는다.

악양들판
치향 은은한 지리산 쌍계사

화개면 탑리의 는 의 출발점인 곳이다. 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줄기에 자리 잡았다. 다리하나 건너면 전남 광양시로 이어지고 길은 구례까지 단걸음에 내닫는다. 장터는 해방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5대 시장중 하나로 5일장이 활발하게 이뤄졌던 곳이다. 상설시장으로 바뀌었어도 에는 옛날 시골장의 정취가 가득하다. 예전 성했던 모습을 재현하듯 초가 점포와 좌판들, 정자 앞 골목에 산나물을 늘어 놓은 촌부들이 조화를 이룬다.

최참판댁
끝자락의 쌍계사는 지리산의 3대 사찰중 하나로 경내에는 국보 제47호인 진감국사 대공탑비를 비롯해 팔상전영상회상도 등 보물 6점과 다수의 문화재가 있다. 쌍계사 주변은 야생차 시배지로 알려졌고 가장 오래된 차나무도 있다. 지리산 자락의 이슬을 먹고 자란 이곳 야생녹차는 진하지 않으며 은은한 향을 뿜어낸다. 쌍계사 가는 길가에 들어선 전통찻가게에 앉아 꽃향과 차향 가득한 봄날 오후를 음미해도 좋다.

소설 ‘토지’의 배경인 과 은 벚꽃길에서 가깝다. 에서 내려다보는 악양 들판과 은 한폭의 풍경화다. 에는 봄이면 자운영꽃이 흐드러진다.

여행메모

교통: 서울에서 를 경유해 하동까지 시외버스가 오간다. 을 따라난 19번 국도가 분주한 반면, 마주보는 861번 지방도는 을 여유롭게 감상하며 드라이브하기에 좋다.

음식: 하동 재첩은 재첩국, 수제비. 무침으로 먹는다. 제첩국은 간 해독에 좋아 해장국으로도 인기 높다. 우윳빛을 낼수록 맛이 담백하다. 무침으로 먹는 재첩은 야채와 초장에 버무려 내놓는다.

기타: 자전거길은 하동을 거쳐 구례, 곡성까지 이어지는데 ‘아름다운 자전거길 30선’에 속해 있다. 남해대교까지 하이킹이 가능하다. 십리벚꽃의 실시간 개화 상황은 하동군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tour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