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팔달문
화성 성곽길
수원 행궁동에서는 삶의 골목과 성곽, 왕의 행성, 저잣거리가 한데 어우러진다. 골목을 배회하면 불현듯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화성의 성벽과 조우하고, 온기 서린 성곽 너머 추억의 거리와 마주하게 된다.

수원 화성은 서성이는 재미가 있다. 낮게 드리워진 성곽은 일상에서 멀지 않다. 골목 모퉁이를 벗어나거나, 언덕을 오르면 도심 빌딩에 비낀 빛바랜 성벽이 반긴다. 화성의 둘레는 약 5.5km. 둘레길을 걷다보면 팔달문, 방화수류정 등 수려한 보물과도 만난다.

수원 화성은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를 그리워해 능을 수원 화산으로 옮기며 축성됐다. 거중기 등 정약용의 과학기술이 투영된 성곽으로도 유명하다. ‘성곽건축의 꽃’으로 손꼽히는 화성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정조가 머물던 행궁
정조의 흔적이 남아 있는 ‘행궁’

화성 안, 수원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동네가 행궁동이다. 화성행궁에 기댄 행궁동은 왕의 흔적이 서린 구도심 골목이다. 화성행궁은 정조가 머물던 궁으로 한 때 600여칸 가옥의 화려함을 간직했던 곳이다. 정조는 매년 행궁에 들러 아버지를 기리고,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춤을 올렸다. 낙남헌, 노래당 화령전 등이 행궁에 남아 있으며 ‘왕의 남자’ ‘해를 품은 달’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행궁동 왕의 행차 재현
행궁에서는 소규모 예술공연이 연중 선보여 풍미를 더한다. 최근에는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야간공연이 더해졌다. 행궁일대에서는 창덕궁에서 한강을 건너 행궁까지 왕의 행차를 재현하는 축제도 열린다. 말이 달리고, 취타대가 행진하며, 춤판이 벌어진다. 행궁 앞 광장에는 수원 최초의 미술관인 SIMA(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들어서 있다.

행리단길
레트로풍 과 팔달문 시장

행궁동 일대 골목은 이라는 별칭으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레트로 분위기의 은 낮은 담장에 민화, 자수, 공방거리가 골목을 수놓고 벽화거리, 소담스런 카페가 어우러지며 운치를 더한다.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도 인기 높다. 최초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의 생가터, 신상옥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촬영지도 만나게 된다.

성곽길은 도로와 시장을 아우르고, 수원천이 나란히 흐르며, 비죽 솟은 교회당과도 어깨를 맞춘다. 화성 외곽은 서민들의 호흡이 요동치는 공간과 가깝게 연결된다. 팔달문 시장은 정조가 팔도의 장꾼을 불러들여 조성한 시장이라 더욱 각별하다. 못골시장은 화성 축조 때 저수지가 있는 마을이었던 사연을 지녔다. 미나리꽝시장, 지동시장 등 수원천을 끼고 전통 시장들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여행메모 교통: 고속도로에서는 동수원IC를 경유하는 게 가깝다. 교통체증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1호선 수원역, 신분당선 광교역에서 행궁동까지 버스가 수시로 다닌다. 음식: 수원에서 꼭 맛봐야할 음식이 통닭이다. 팔달동 통닭거리에는 통닭 가게 10여곳이 성업중이다. 1970년대 큰 가마솥에 기름을 붓고 닭을 튀겨낸 게 골목 역사의 시작이다. 지금도 프라이드 통닭만을 주메뉴로 내놓는 식당들이 남아 있다. ‘진미통닭’ ‘매향통닭’ ‘용성통닭’ ‘장안통닭’ 등은 이곳 거리를 대표하는 통닭집들이다.

기타: 최근 화성을 음미하는 방법은 다양해졌다. 야간에 불을 밝혀 성곽산책의 아련함을 더했다. 열기구를 타고 올라 성의 전체 윤곽을 조망할 수도 있다. 행궁동에서는 도심호수공원인 광교호수공원이 가까워 호숫가 봄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tour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