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좋은 박물관을 가늠하는 잣대는 단순하다. 아이들이 얼마나 많이 웃고, 박물관을 떠나기 싫어하는지 살펴보면 된다. 용인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가볼한 박물관과 전시공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용인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건물이 통째로 어린이를 위한 전용공간이다. 박물관은 국내 최초로 어린이를 위해 독자적 건물로 지어진 체험식 박물관이다. 3층 건물, 9개의 주요 체험전시 공간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쏟아진다. 입 속에 들어가 칫솔질을 하고, 모형 젖소에서 우유를 짜며, 안전모를 쓴채 집을 지어 보는 다양한 체험이 곳곳에서 진행된다.

미술작품 속 경기도어린이박물관

박물관은 체험공간만 나열하지 않았고 곳곳에 미술작품을 담아 냈다. 박물관 외곽의 한글 담장은 강익중 씨의 ‘바람으로 섞이고 땅으로 이어지고’ 작품이다. 눈썰미 있는 꼬마들은 한글 작품에서 동요 가사를 발견해 낸다. 입구에 들어서 만나는 천장 위의 돌고래는 전화를 걸면 자맥질을 하듯 춤을 춘다. 장난감인 듯 작품인 듯 거리감 없게 예술작품들이 박물관에 녹아 있으며 숨은 그림 찾기처럼 10여 개의 미술작품을 만나는 과정이 흥미롭다.

체험전시 공간들은 테마별로 개성이 도드라진다. ‘한강과 물’은 한강의 자연과 역사를 배우고 물놀이를 통해 과학 원리를 알아보는 체험전시실로 물로 그림 그리기, 파도 만들어 보기 등의 체험이 곁들여진다. ‘우리 몸은 어떻게’ 체험관에는 입, 눈 등 신체기관이 대형 모형으로 준비돼 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해골이 등장해 함께 달리며 뼈의 움직임도 보여 준다. ‘에코 아틀리에’는 재활용품을 이용하여 나만의 작품을 만들며 환경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예술체험 공간이다.

백남준아트센터 & BTS 뮤비 촬영지

어린이박물관에서 나서면 현재와 과거의 예술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이어진다. 뒷동산 너머 백남준아트센터는 미디어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기리는 박물관이다. 작가가 바라던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을 현실에 구현해 냈다. 미디어아트 상설전시와 함께 백남준이 캔버스로 쓰던 TV 등이 전시 중이다. 가이드 투어를 이용하면 작품 뒷얘기도 함께 전해 들을 수 있다. 경기도박물관은 구석기시대부터 현대까지의 경기도의 문화유산을 전시한 곳으로 미술실, 민속생활실 등을 갖추고 있다.

전통미를 살펴보는 공간들은 용인 곳곳에 담겨 있다. 모현읍의 한국등잔박물관에서는 희귀한 전통 등잔과 등기구를 전시 중이며, 한국민속촌의 옹기전시관에서는 전국의 옹기를 구경하고 직접 빚어보는 체험이 진행된다.

탁 트인 야외에서 만나는 전시공간들은 봄 분위기를 더한다. 비봉산 자락 아래 들어선 한택식물원은 총 9700여 종의 식물이 허브, 식충 등 36가지 테마별로 식재돼 있으며, 자생식물 2400여 종을 간직한 야생화 식물원이다. 식물원은 환경부 지정 ‘희귀, 멸종위기 식물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등록돼 있으며 오붓한 봄꽃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백암면 용인대장금파크는 ‘대장금’ ‘이산’ 등 주요 사극이 촬영된 곳으로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건축물들이 고증을 거쳐 실감나게 재현돼 있다. BTS 슈가의 ‘대취타’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알려진 뒤 더욱 명성을 타고 있다.

글 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교통: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분당선 상갈역 하차한다. 4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 이동하면 경기도어린이박물관, 백남준아트센터 등이 들어서 있다. 음식: 백암읍내의 백암순대가 먹을 만한다. 백암 5일장에 우시장이 들어섰을 무렵부터 내장으로 순대를 만들어 장터에서 팔던 순대맛을 이어오고 있다. 내장에 10가지가 넘는 야채를 넣어 순대와 순댓국을 만들어 낸다.

기타: 경기도어린이박물관 관람은 사전예약을 통해 회차별로 진행한다. 5, 6월에는 ‘엄마의 노래, 작사교실’ 프로그램이 곁들여진다. 용인자연휴양림은 숙박과 체험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목재문화체험관에서 공예품을 만든 뒤 나무로 만든 가옥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다.



글 사진= 서 진(여행칼럼니스트) tour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