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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도 비켜간 명품 성공 비결은 금기를 깬 ‘파격’ 마케팅

권위 내려놓고 발빠른 트렌드 읽기 접목…가격 인상용 전략 비난도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서울 샤넬 매장 주말 오픈런 가능할까요?”

지난해부터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뛴다’는 의미의 ‘오픈런’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지난해 3~4월 샤넬, 루이비통 등이 가격 인상을 발표한 이후 본격화된 명품 구매를 위한 새벽 백화점 줄서기는 지금도 한창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도 가격을 속속 올리고 있는 명품 브랜드를 향한 소비 욕구는 가격이 상승할수록 수요가 늘어난다는 ‘베블렌 효과’를 증명하듯 점점 커져가고 있다. 급기야 줄서기를 벗어나는 특혜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지난 6일 신세계백화점은 1억원 이상 구매한 VIP 고객들에게 명품 매장에 줄서기 없이 입장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늘어난 명품 소비에 백화점들의 VIP 모시기 경쟁도 치열해진 것이다.

한국, 전세계 명품 시장 7위 규모로 성장

전세계 명품시장 규모는 2020년 2869억달러(320조원)로 코로나19 이전까지 근 20여 년간 연평균 6%씩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2025년에는 3880억달러(436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품 매출은 125억420만 달러(14조9960억원)로 전세계 명품 시장 규모 7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세계 명품 매출 규모는 19% 줄어들었지만 한국 매출은 0.1% 감소한 것에 그쳐 사실상 성장한 셈이다.

한국인들의 특별한 ‘명품 사랑’은 명품 브랜드들의 실질적인 매출액 증가로도 확인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루이비통코리아는 2019년 대비 매출액이 33% 성장하며 1조486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샤넬의 경우 해외여행 축소로 인한 면세사업부의 부진으로 전체매출은 13% 감소했으나 국내사업부 매출은 26%, 전체 영업이익은 34% 증가했다. 에르메스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16% 상승했다. 실적 공개를 하지 않은 구찌도 매출이 1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코로나19에도 승승장구하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의 비결은 뭘까. 코로나19에 따른 보복소비 효과도 있겠지만 그에 앞서 명품 브랜드들의 거침없는 혁신과 트렌드를 정확히 읽고 예측하는 능력이 불황 없는 브랜드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 구찌의 '아리아' 컬렉션. 사진=구찌 홈페이지 캡처.
‘어벤저스’처럼 구찌-발렌시아가 손잡자 소비자 열광

최근 명품업계는 전혀 예상치 못한 파격적인 컬래버레이션으로 들썩이고 있다. 경쟁 브랜드인 구찌와 발렌시아가가 협업한 컬렉션이 공개된 것이다. 지난달 15일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구찌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주도한 컬렉션 ‘아리아(Aria)’를 선보였다. 그 중 구찌의 모노그램과 함께 발렌시아가의 로고가 박힌 의상, 발렌시아가 로고가 박힌 구찌의 백 등이 가장 주목을 받았다. 패션계 안팎으로 소문이 무성했던 두 브랜드의 협업 제품이 드디어 공개된 것이다. 그야말로 ‘적과의 동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컬렉션을 보도한 외신들은 디자인계의 스타 플레이어인 구찌의 CD 미켈레와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잘리아가 손을 맞잡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취향도 성향도 다른 이들이 만나 ‘패션의 새 역사를 썼다’는 것이다. 대중은 두 브랜드의 협업을 두고 구찌시아가(Gucciaga), 발루찌(Balucci)라는 애칭을 지어주며 열광했다.

지난달 15일 공개된 아리아 컬렉션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720만회를 넘어서며 구찌 공식 유튜브 전체 영상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이전에는 브랜드 모델이나 마케터들 사이에서 경쟁 업체 브랜드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돼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고의 파격을 노린 승부수다.

컬래버레이션은 일반적으로 명품 브랜드 펜디와 스포츠 브랜드 휠라 또는 LG전자와 프라다처럼 서로 다른 카테고리와 분야에서 진행하는 것이 불문율이라는 상식을 뒤집은 것이다. 어찌됐든 구찌와 발렌시아가의 협업은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며 미켈레는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구찌의 첫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이슈화했다.

이에 대해 명품 전문 라이브커머스 CD 남윤희 씨는 “두 브랜드의 만남은 ‘과연 컬래버레이션의 끝은 어디인가’를 보여주는 것 같다”며 컬래버레이션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엄세대+Z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기획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어찌 보면 이제 소비자는 웬만한 컬래버레이션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특히 MZ세대는 컬래버레이션과 함께 커 온 세대”라며 “MZ세대는 여러 마블 세계관 속 캐릭터가 하나로 모인 영화 ‘어벤저스’를 보며 자란 이들로 각기 다른 세계관이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파편성이나 의외성을 흥미로워 하는 세대”라고 분석했다.

명품 브랜드들이 이런 감각을 읽어내 MZ세대의 스토리텔링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명품 브랜드들도 대중의 입에 지속적으로 오르내릴 수 있도록 ‘관심끌기’ 마케팅을 하는 데 얼마나 주력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 제주도에 문을 연 샤넬 팝업 매장 '샤넬 인 제주' 이미지. 사진=샤넬 홈페이지 캡처.
서울을 벗어난 샤넬, 최초로 제주도 팝업 매장 성공

명품 특유의 ‘권위’를 내려놓고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해 재빠르게 움직이는 등 마치 스타트업다운 행보도 눈길을 끈다. 샤넬은 지난 3월 제주도 서귀포 신라호텔에 팝업 매장(임시매장)을 열었다. 오는 6월20일까지 석 달간 운영하는 이 매장에서 샤넬은 2021 봄o여름 신상품과 스테디 셀러 상품을 판매 중이다. 지난 1일부터는 전 세계적으로 프랑스 생트로페와 제주 팝업 매장에서만 ‘샤넬 코코 비치 2021’ 컬렉션을 공개한다는 특별한 기획도 가미했다. 온라인으로 받은 사전 방문 예약은 매장 운영 마지막 날까지 모두 마감됐다.

샤넬은 현재 현장에서 방문 신청을 받고 있는데 이마저도 ‘오픈런’ 현상을 빚고 있다. 매장에 들를 수 있는 행운을 잡더라도 인기 상품은 입고 즉시 팔려나가고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샤넬 백 사러 제주 간다’는 내용의 매장 방문기와 인증샷 등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샤넬이 서울이 아닌 지방에 팝업 매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심지의 번화가에 팝업 매장을 내던 관행에서 벗어나 휴양지에 매장을 내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인 것이다. 권위를 벗어 던지자 결과는 대성공이다.

여기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여행객들이 제주도로 몰릴 것이라는 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움직인 샤넬의 영리한 판단이 숨어 있다. 글로벌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 기간을 감안하면 최소 몇 개월 전에 여행 수요를 예상해 팝업 매장을 준비한 시의적절한 기획이었음을 알 수 있다.

배우, 톱모델 벗어나 K팝 아이돌 앰배서더로 기용하는 파격

명품 브랜드들은 기존에 주로 배우나 톱모델을 홍보 모델로 기용했던 데서도 벗어나 최근 2~3년 사이 부쩍 K팝 아이돌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전통과 권위를 중시하던 명품 브랜드들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2030 세대를 향한 구애를 보냄과 동시에 명품의 주요 시장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을 의식한 행보이기도 하다. 이들은 아이돌들을 ‘앰배서더’라는 명칭의 홍보 모델로 기용해 브랜드에 젊은 감각을 입히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여기에 SNS 팔로워 수가 수천만 명에 달하는 아이돌들의 온라인 영향력도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명품 브랜드들에게는 반가운 요소다.

  • 컬렉션 ‘카이 x 구찌’ 일환으로 제작된 니트가 하루 만에 완판됐다. 사진=구찌 제공.
루이비통은 지난달 23일 새로운 글로벌 앰배서더로 방탄소년단(BTS)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버질 아블로 루이비통 디자이너는 “BTS와 멋진 파트너십을 기대한다”고 직접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구찌는 최근 100주년 기념 캡슐 컬렉션의 주인공으로 그룹 엑소의 카이를 발탁했다. CD 미켈레는 실제 카이가 좋아하는 테디 베어를 응용해 의상과 구두, 액세서리 등을 제작했다. 블랙핑크의 제니는 ‘인간 샤넬’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이미 샤넬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또 블랙핑크의 지수는 디올, 레드벨벳 슬기는 페라가모의 앰버서더로 활동 중이다.

라이브 커머스 시장까지 뛰어든 명품 브랜드들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온라인 판매에는 소극적이었던 명품 브랜드들이 최근에는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점도 크게 달라진 지점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말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에 럭셔리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에스아이라이브(S.I.LIVE)’를 론칭했다. 회원에게만 공개되는 럭셔리 전문 방송으로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등을 주제로 진행된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메종 마르지엘라, 브루넬로 쿠치넬리 등 명품 패션 브랜드를 비롯해 80여개의 럭셔리 브랜드가 판매 중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기존에 없던 럭셔리 라이브커머스 분야를 개척할 것”이라며 “브랜드와 상품의 특성에 따라 기존 네이버쇼핑라이브와 에스아이라이브로 방송채널을 이원화, 전략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홈쇼핑 모바일TV ‘엘라이브(Llive)’는 지난달 12일 명품 전문 프로그램 ‘트렁크 쇼’를 론칭했다. 언택트 패션쇼, 비대면 고객 초청 행사 등 VIP 명품숍을 콘셉트로 인기 명품 브랜드의 신상품, 한정수량 상품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SSG닷컴의 라이브방송 ‘쓱라이브(SSG.LIVE)’는 최근 해외 명품 뷰티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쓱라이브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입생로랑, 톰포드,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 명품 브랜드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다. SSG닷컴은 “일반적으로 유통업체가 명품 브랜드 쪽에 러브콜을 보내는 일이 다반사지만 SSG닷컴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먼저 찾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처럼 변화를 꾀하는 명품 브랜드들의 마케팅 기법이 본질적으로는 지속적인 가격 인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실제로 샤넬은 지난해 두 차례, 루이비통은 거의 매월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에르메스도 매년 국내 판매 가격을 올리고 있다.

한 패션 관계자는 “명품 업계에서는 같은 제품을 유독 한국 시장에서만 20% 이상 비싸게 판매하거나 계속해서 가격을 올리는 마케팅 기법이 성행하고 있다.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소비 심리에 따라 한국 시장이 사실상 명품을 전세계적으로 가장 비싸게 살 수밖에 없는 시장이 되는 게 아닌지 우려가 있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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