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 구시가와 알레강
곰 깃발
베른은 스위스 최초로 세계유산에 등재된 유서 깊은 고장이다. 펄럭이는 스위스의 수도에는 오래된 분수들이 도심을 이채롭게 치장한다. 베른은 ‘상대성이론’의 주역인 아인슈타인의 사연이 담긴 도시이기도 하다.

베른은 알레강이 구도심을 'U'자로 감싸고 도는 고풍스러운 고장이다. 스위스에서 구도심 전역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도시는 베른이 최초이자 유일하다.

도시의 건축물들은 18세기에 재건됐지만 옛 풍취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12세기에 조성된 언덕 위 도심은 15~16세기풍의 아케이드와 분수들을 담아내고 있다. 구시가의 중심인 슈피탈 거리, , 대성당, 뉘데크 다리까지 이어지는 길목은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삼손의 분수
독특한 외관과 사연의 분수대들

베른의 구도심은 분수대가 줄지어 도열해 있다. 슈피탈, 마르크트, 크람 거리 등에서는 길목을 대표하는 개성 넘치는 분수를 만나게 된다. 11개의 분수들은 독특한 형상으로 눈길을 끈다. 슈피탈 거리의 백파이프 연주자 분수는 구멍 난 신발을 신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베른의 창시자인 체링거가 베르톨트 5세를 기려 세웠다는 체링겐 분수는 투구 속 얼굴이 사람이 아닌 곰이다. 마르크트거리의 소총수 분수, 사자의 입을 여는 , 식인마귀의 분수 외에도 마을 최초의 병원을 세운 여인을 기리는 분수까지 테마와 사연도 다양하다.

분수대, 등을 찬찬히 살펴보면 여기저기서 곰들이 숨어 있다. 소총수와 체링겐 분수 밑에는 아기곰이 총을 들고, 포도를 먹고 있으며 광대 아래로는 곰들이 행진을 한다. 베른의 도시 이름에는 곰의 의미가 담겨 있다. 주 깃발도 곰이 주인공이며 건축물의 벽면에도 대형 곰이 그려져 있다. 베른이라는 이름 자체가 도시를 세운 체링거 가문이 곰 사냥을 즐겨서 시작됐다는 사연이 전해 내려온다. 뉘데크 다리 건너편에는 곰 공원이 들어서 있다.

시계탑
아인슈타인이 영감 얻은

아인슈타인이 특허국 직원으로 일하며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것도 베른에서의 일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을 집필했던 가옥은 아인슈타인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베른의 명소가 됐다. 아인슈타인은 구도심의 을 보며 상대성이론의 영감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은 베른의 상징이자 수려한 건축물이다. 도시가 생성됐던 12세기 후반에 지어지기 시작해 16세기 중반에 완성됐다. 옆으로 트램들이 오가는데 은 감옥탑 이전에 베른의 출입구 역할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트램 오가는 아케이드 거리
을 지나면 깃발들이 골목을 메운 크램거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분수와 함께 각 주의 깃발이 나부끼는 크람거리의 정경은 베른을 상징하는 사진에 단골로 등장한다. 베른의 석조 아케이드는 유럽에서 가장 긴 아케이드중 하나로 저장고 형태의 반지하 상점이 아케이드 아래 늘어서 있다. 스위스 최대의 고딕양식 건물인 베른 대성당은 높이가 100m로 시내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다. 첨탑에 오르면 알프스의 봉우리들과 알레강이 가깝게 다가선다. 알레강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보트 투어를 즐길 수 있다.

여행메모

교통: 베른은 취리히, 제네바에서 융프라우와 호수의 도시 인터라켄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했다. 스위스의 대표적인 세계자연유산인 융프라우와 세계문화유산인 베른은 열차로 50분이면 연결된다. 음식: 베른 일대는 레드와인보다 화이트 와인의 명성이 높다. 마을 단위의 와인은 현지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알프스 자락에서 나는 로컬 치즈와 곁들여 먹으면 궁합이 좋다.

기타: 베른은 쇼핑과 북적이는 나이트 라이프로도 유명하다. 아인슈타인하우스 외에도 베른역사박물관에도 천재물리학자의 유물이 전시중이다. 베른에서 반생을 보낸 화가 파울 클레의 작품들도 외곽 파울 클레 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글 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tour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