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홍도 오가는 배
'예술의 섬‘ 고흥 연홍도에는 삶이 녹아든 작품들이 갯바람과 함께 머문다. 담장을 캔버스 삼은 벽화와 조형물, 폐교 위에 세워진 미술관이 섬 길목에 담겨 있다.

고흥반도를 가로질러 남쪽으로 내달리면 외딴 ‘예술의 섬’ 연홍도가 웅크려 있다. 연홍도에서 섬주민들의 삶은 작품의 ‘오브제’가 되고, 일상이 녹아든 골목과 지붕은 푸른 바다와 연결된다. 예전 연홍도를 찾으려면 고흥 녹동항에서 거금도를 거쳐 두 차례 배편을 이용해야 섬에 닿았다. 녹동항과 소록도를 잇는 다리가 연결되고, 소록도와 거금도가 거금대교로 이어지면서 연홍도 가는 길은 가까워졌다.

박치기왕 김일 벽화.
골목, 해변을 수놓은 작품들

섬에 도착하는 순간, 예술향은 풋풋하게 전해진다. 연홍도는 섬 곳곳이 정겨운 전시물로 채워져 있다. 2017년 ‘지붕 없는 미술관’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예술의 섬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60여점의 그림과 조형들이 선착장에서 마을 골목, 포구로 이어지며 섬을 단장한다. 해안 길이가 약 4km인 연홍도는 말의 형상과 비슷해 예전 마섬으로도 불렸다.

골목길 풍경
선착장과 맞닿은 담장에는 마을사람들의 세월을 담아낸 연홍사진박물관이 있다. 졸업, 여행, 결혼 등 200여개의 사진이 타일로 제작돼 벽 한편을 채운다. 거금도 출신 박치기왕 프로레슬러 김일의 벽화도 시선을 끈다.

언덕을 가로지르는 마을골목에 접어들면 소박한 미술품들이 잔잔하게 이어진다. 조개껍질, 해초, 부표, 뗏목 조각 등과 섬사람들의 일상은 이곳 그림들의 훌륭한 소재다. 조개로 만든 꽃송이, 소라껍질 부는 소년 등이 나른한 산책에 동행이 된다. 작품 중에는 마을 주민들의 손길이 깃든 것도 있다.

연홍미술관
초등학교 개조한

언덕 너머는 고깃배가 머무는 한적한 섬 포구다. 초등학교 터에 세워진 은 포구 길 끝자락에 매달려 있다. 포구 주변으로는 형형색색의 조형물과 포토존, 정크아트 작품들이 미술관 가는 길을 안내한다. 은 섬에 예술을 싹 틔운 모태가 된 미술관이다. 미술관의 전신인 금산초등학교 연홍분교는 1998년에 폐교가 됐다. 교실 2동이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했고 미술관에는 아담한 카페가 들어섰다. 학교 운동장이었던 넓은 터는 정크아트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미술관에 남은 폐교시절의 흔적은 이순신장군 동상과 생각하는 소녀상 정도다.

앞바다에는 ‘은빛 물고기’ 작품이 잠겨 있다. 은빛물고기는 썰물과 밀물 때 드러내는 모습이 다르다. 물고기가 자맥질하는 바다 건너는 완도 금당도다. 미술관과 선착장을 가로지르는 지름길 한편에는 연홍교회와 수백년 세월의 당산나무가 자리했다. 당산나무에서 바라보면 ‘예술의 섬’ 연홍도가 한눈에 담긴다.

여행메모

교통: 고흥 녹동항에서 거금도 신양선착장까지 버스가 다닌다. 신양선착장-연홍도 배편은 하루 7회 왕복 운항된다. 섬에 들어설 때는 왕복도선료(2000원) 외에 성인 3000원, 소인 1000원의 섬 탐방비를 받는다. 숙박: 섬에는 포구를 중심으로 민박집들이 있으며, 카페에서도 숙소 및 간단한 식사를 제공한다. 녹동항 일대에 숙소가 밀집돼 있다. 기타: 연홍도는 둘레길 코스를 갖추고 있다. 섬 북쪽의 좀바끝 둘레길은 곰솔나무숲과 모래해변을 지닌 길로 좀바끝 둘레길 끝에는 바다풍경이 아름다운 전망대가 있다. 섬 남쪽에는 구릉지대를 걷는 한적한 아르끝 숲길이 이어진다. 둘레길을 걷는데는 총 두시간쯤 걸린다.



글 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tour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