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테논 신전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는 소설가‘다. 그의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소설 쓰기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왔다”고 적고 있다. 마라톤 마니아인 하루키가 처음 풀코스를 완주한 곳이 근대 올림픽의 단초가 된 그리스 아테네다.

하루키는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를 멀리 바라보며 마라톤 평원 코스를 완주했다. 올림픽 마라톤의 발상지였던 길목을 힘겹게 달리며 “혀로 입술을 핥으니 엔초비 맛이 났다”고 회고했다. 차량이 빼곡한 아테네의 거리, 완주 뒤 타베르나(그리스 레스토랑)에서 들이켠 암스텔 맥주의 청량감도 빼놓지 않고 기록했다. 하루키는 1983년 아테네 마라톤 완주를 시작으로 매년 1회씩 풀코스를 뛰는 마라톤 예찬론자로 거듭났다.

아테네 거리 풍경
하루키도 도전한 올림픽의 도시

하루키가 달린 아테네는 그리스 문명의 보고이자 올림픽의 태동이 담긴 곳이다. ‘파나티나이코’로도 불리는 아테네 스타디움은 1896년 제1회 근대올림픽이 열렸던 유서 깊은 공간이다. 제1회 올림픽때는 마라톤 평원에서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까지 39.909km를 달렸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테네에서 마라톤을 완주한 곳 역시 이 길을 역주행한 코스다. 아테네의 마라톤 코스에는 기원전 490년 그리스 군대가 페르시아군을 물리쳤을 때 한 병사가 이 루트를 달려서 아테네 시민들에게 승리를 전했다는 마라톤의 유래가 담겨 있다.

언덕 위 아크로폴리스
성화 타오르던 제우스 신전

아테네의 세계유산 유적들은 신화와 전설을 간직한채 아크로폴리스 언덕 일대에 흩어져 있다.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성지였던 경외스러운 언덕에 시민들은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신을 모셨다.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은 아테나 여신을 기리는 신전이다. 파르테논이라는 이름에도 '여인의 집'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에렉테이온 신전 역시 여인의 거상들이 신전을 받치고 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 철학자들은 신전 아래 아고라에서 정치를 논했다. 올림퍼스 최고의 신인 제우스의 신전은 로마 황제 너머 들어서 있다. 고대 올림픽 때는 경기 내내 제우스 신전에서 성화가 타올랐다.

하드리아누스의 문
도시의 중심인 신타그마 광장 주변으로 아테네는 번잡함을 더한다. 광장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흔적이 깃든 장소로 아리스토텔레스의 리케이온 학원이 이 자리에 있었으며 1843년에는 그리스의 최초의 헌법이 공포됐다. 신타그마에는 ‘헌법광장’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곳 무명용사의 비 앞에서 진행되는 의장병들의 근무 교대식은 근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아테네에서 에게해로 나서면 미코노스 섬과 연결된다. 어촌마을과 풍차를 간직한 섬은 푸른 바다와 묘한 대비를 이룬다. 헤라클레스의 전설이 담긴 섬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즐겨 방문하는 휴식처였다. 그의 여행 에세이 ‘먼 북소리’에는 집필을 위해 머물렀던 미코노스에서의 삶이 담겨 있다. 역작인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 역시 미코노스에서 초고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코노스 해변
여행메모

교통: 유럽, 중동, 터키 등을 경유해 항공으로 아테네에 도착한다. 아테네 신타그마 광장에서 각지로 향하는 버스들이 출발한다. 미코노스 섬까지는 항공기와 고속페리로 이동이 가능하다. 음식: 전통요리를 파는 식당들은 아크로폴리스 인근 플라카 지구에 모여 있다. 오징어 튀김 칼라마리나 생선튀김, 꼬치구이 수블라키 등을 맛볼 수 있다. 기타: 7,8월은 에게해 최대의 성수기로 미코노스의 만토광장은 여름이면 축제와 파티로 클럽들이 불야성을 이룬다. 올림픽 성화는 고대 올림픽경기의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되며, 올해 도쿄 올림픽은 7월 23일 개막된다.



글 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tour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