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시작되면 약간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목이 간질거리면서 기침이 시작된다면서 내원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감기 기침과는 양상이 다르다. 가래도 많지 않고 밤새 기침이 심해지는 것도 아니고, 열이 나지도 않기 때문이다. 환절기에 약간 찬 바람 불면서 시작되는 이런 기침은 약을 챙겨 먹기도 마땅치 않다.

한의에서는 이런 환절기 기침을 치료할 때, 기침을 멈추게 하기 위해, 여름 더위를 이기느라 손상된 기운을 보하고, 진액을 보충하는 한약을 처방해서 기온 변화에 몸이 편안히 그리고 빨리 적응하도록 돕는 치료를 한다. 이렇게 치료할 때 가정에서도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음식을 통해서도 빠른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어떤 음식들이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알아보기로 하자.

은행죽

기관지 질환에 좋은 은행과 혈액순환과 보혈강장 효과가 있어서 피부미용에 좋은 ‘용안육’을 함께 넣어 끓인 약죽이다. 은행에는 기관지 점액 분비 기능 개선 효과와 기관지 평활근 이완작용이 있어서 기침에 효과가 있다. 본초강목에는 ‘은행을 익혀서 먹으면 폐를 따뜻하게 하고 천식과 기침을 진정시킨다’는 기록이 있다.

은행 4개, 용안육 7개, 쌀 80g을 같이 넣어 죽을 쑨다. 죽이 거의 다 쑤어졌을 때 설탕으로 간을 한다. 하루 한 두번 주식대용 또는 간식으로 먹는다. 폐결핵, 만성 기관지염, 오래된 기침, 알레르기 천식등의 치료에 도움이 되고, 자양 강장 효과도 뛰어나다. 또한 식욕부진과 소화불량, 현기증, 빈혈, 신경쇠약으로 마음이 불안할 때 먹어도 좋다. 특히 오래된 기침이나 알러지 천식, 환절기 찬바람 불 때 나는 기침을 진정시키는 데는 명약이다.

양파즙

양파를 쪄서 그 즙만 마시는데, 처음에는 양파즙과 물을 절반씩 섞어 먹다가 차츱 양파즙 양을 늘려가면 된다. 양파의 ‘알롬’ 성분은 기침을 멈추게 하고, 기관지를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감기 초기에 약간의 콧물과 목이 아픈 정도의 증상이 있을 때는 양파즙을 탄 생수를 여러 잔 마시고, 습식사우나에 들어가 땀을 흠뻑 내고나면 감기가 뚝 떨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양파을 즙으로 복용하는 방법 외에도, 양파 가루, 양파 무침, 양파 장아찌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양파 성분을 쉽게 먹을 수 있으니, 많은 활용법을 통해 충분할 만큼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무꿀즙

무를 잘게 채썰어 병에 담고 꿀을 무가 잠길 만큼 붓는다. 실온에서 2-3일 숙성후 생기는 즙을 하루 2숟갈 정도 먹으면 되는데, 차로 마셔도 좋다. 무는 호흡기 점막의 면역력을 강화시켜서 기침이나 목이 아플 때 먹으면 증상이 호전된다. 뿐만 아니라, 무는 소화를 촉진시키는 디아스타아제가 함유되어있어서 소화에도 도움이 되고, 비타민 C도 듬뿍 들어있어서 면역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꿀은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있어 염증 물질을 배출시키는 효능이 있어서 무와 꿀은 가래를 삭이고 기침이 호전되도록 돕는다.

당근쨈

당근 2개를 잘게 썰어서 물 약간 붓고 푹 익힌 다음 오렌지 주스를 한 컵 붓고 믹서에 넣고 간다. 설탕이나 물엿을 넣고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졸인 후 레몬즙을 약간 넣으면 당근쨈이 만들어진다. 당근에 풍부한 비타민 A는 기관지 점막을 튼튼하게 하고 저항력을 갖게 하는 작용이 있어서 기관지염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백일해나 해수에도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당근에 풍부한 베타 카로틴과 알파 카로틴은 강력한 항산화제 가운데 하나로 발암물질과 독성물질을 무력화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활성산소가 체내 세포를 손상시키는 것을 예방하고 호흡기를 튼튼히 하는데 도움된다.

도라지차

도라지 40g과 감초 80g을 1.5리터의 물에 넣어 끓인 뒤 냉장 보관해두고, 차처럼 음료 대용으로 계속해서 마시면 가래가 줄어들고 기침이 잦아진다. 도라지의 쌉싸름한 맛을 내는 사포닌의 효과 덕분에 호흡기내 점막의 점액 분비량을 두드러지게 증가시켜주기 때문에 가래를 삭히는 효능을 발휘한다. 한약재로 ‘길경’이라는 약재 명으로도 불리는 도라지는 기침을 가라앉히는 효과, 염증과 궤양을 억제하고 면역기능을 항진하는 효과가 있어서, 목감기, 인후염, 급만성 기관지염과 편도선염, 천식 등의 호흡기 질환에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다.

더덕청

껍질을 손질한 더덕을 얇게 썰어서 열탕소독한 밀폐용기에 담고, 더덕 : 꿀을 1: 1 비율이 되도록 꿀을 부어준다. 100일 동안 상온에서 발효시킨 다음, 냉장보관하면서 더덕청을 우유와 함께 갈아마셔도 좋고, 더덕청으로만 차를 내어 마셔도 좋다. 한의학에서는 더덕을 위를 튼튼하게 하고 가래를 없애며 폐의 기능을 보강하기 위한 호흡기 질환의 약재로 많이 사용해왔다. 더덕을 잘랐을 때 하얗게 배어나오는 진액에는 인삼의 약 성분인 사포닌이 들어 있는데, 사포닌은 더덕 특유의 쌉싸름한 맛을 나게 하며, 폐를 부드럽게 해준다. 사포닌은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이는 효과가 있어 기관지염이나 천식을 가진 사람에게 좋다.

● 정이안 한의학 박사 프로필

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직장인건강 한방에 답이 있다,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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