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의 보라색, 토마토의 빨간색, 자몽의 주황색. 야채와 과일의 화려한 색깔은 식물이 자외선과 비, 바람 등 외부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방어물질이다.

이 같은 식물성 색소 성분을 ‘파이토 케미컬(phytochemical)이라고 부른다. 파이토 케미컬은 안토시아닌, 라이코펜, 카로티노이드, 플라보노이드, 타닌 등 다양한 성분으로 구성돼 항암효능, 면역기능, 노화방지, 스트레스 완화 등에 도움을 준다. 이 색소는 야채나 과일의 ’껍질‘에 가장 많이 함유돼 있다.

우리는 한약재로 만들 때 식물의 뿌리와 잎, 줄기를 말려서 껍질 채 사용하고 있다. 껍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약재의 약효가 주로 껍질에 있기 때문이다. 입속에서 거친 느낌이 있고 씹기 힘들다는 이유로 이렇게나 몸에 좋은 껍질을 다 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오늘 눈앞에 차려진 식탁을 유심히 살펴볼 일이다.

감 껍질은 과육에 비해 비타민, 플라보노이드, 미네랄 등이 풍부하다. 특히 페놀 성분이 함유돼 있는데, 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니 깨끗이 씻어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감은 다른 과일보다 항균 작용이 뛰어나 농약을 거의 쓰지 않는 작물이다.

고구마 껍질에는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 화합물(안토시아닌 성분)이 노란 속살보다 훨씬 많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젊어지는 효과를 보려면 고구마를 껍질째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


귤껍질의 산뜻한 방향 성분은 피부에 자극을 준다. 모세 혈관의 혈액 순환을 촉진, 피부 표면의 스트레스가 풀리고 내장의 작용이 활발해지게 한다. 귤껍질은 기를 도와주는 약으로 사용하는데, 혈액순환장애, 스트레스 등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늘 복부가 팽만하면서 속이 답답하고 식욕이 떨어지거나 구토, 구역질을 느낄 때 효과가 있고 가래가 많은 기침에도 사용한다. 귤껍질 말린 것과 물을 함께 넣고 차로 끓여서 마실 때 꿀 타서 마시면 된다.

당근 껍질에는 혈관의 동맥경화를 막아주고, 노화를 방지하는 알파· 베타카로틴이 듬뿍 들어있다. 껍질을 몽땅 벗겨내지 말고 표면을 깨끗이 씻는 정도로만 손질하자. 도라지 껍질은 도라지의 ‘사포닌 효과’를 내는 중요한 부분이다. 도라지가 오래전부터 진해, 거담제로 사용돼왔던 것은 특유의 쌉싸래한 맛을 내는 사포닌의 작용 덕분이다. 이 성분은 호흡기 내 점막의 점액 분비량을 두드러지게 증가시키고 가래를 삭히는 효능을 발휘한다.

무 껍질에는 비타민C가 아주 풍부하게 들어있다. 무 100g당 비타민C 44mg이 함유돼 있는데, 이는 같은 양의 사과에 비해 10배나 많은 것이다. 특히 무 껍질의 비타민이 속 부분 보다 비타민C가 2.5배 더 많다. 무를 먹을 때는 되도록 껍질을 깎아내지 말아야 한다.


사과껍질에는 ‘퀘르세틴’이라는 플라보노이드 물질이 들어있어 섭취 시 동맥에 찌꺼기가 쌓이는 것을 막아주고 동맥경화, 심장병을 예방하며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사과껍질에 이 성분이 많으므로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양파 겉껍질은 세포 손상과 지방의 산화·부패를 막는 등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가진 ‘퀘르세틴’ 성분과 강장효과를 발휘하는 ‘스코르딘’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젊어지는 묘약이라고 볼 수 있다. 양파 바깥의 황금색 겉껍질만 잘라 물에 넣고 끓인 후 양파 차로 마시면 된다.


포도 껍질 속 ‘레스베라트롤’ 성분은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발전하는 것을 차단하고 이미 암세포로 변한 세포는 증식을 억제하는 등 암으로 발전하는 주요 단계에서 항암작용을 한다. ‘레스베라트롤’ 성분은 특히 포도 껍질의 자주색 색소에 특히 많이 들어있으므로 포도를 먹을 때는 껍질을 함께 먹거나 포도를 껍질과 씨까지 넣어 만드는 적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좋다.

껍질 채로 먹을 때는

과일을 껍질 채로 먹을 때 주의할 점이 있다. 껍질 채 먹을 야채와 과일은 유기농 인증 또는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은 것을 고르자. 껍질에 묻은 흙은 흐르는 물에 잘 씻어내고 식초를 희석한 물에 10분 정도 담가 뒀다가 다시 한번 흐르는 물로 잘 씻어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정이안 정이안한의원 원장



● 정이안 한의학 박사 프로필

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직장인건강 한방에 답이 있다,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등 다수의 책을 썼다.



정이안 정이안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