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로기의 건축물
크로아티아의 해변도시들은 윤곽이 또렷하다. 중세풍의 붉은 지붕에 푸른 바다와 하늘이 비껴 있다. 스플릿으로 향하는 해안절벽 너머로는 아드리아해가 아득하게 펼쳐진다.

스플릿은 크로아티아의 제2도시이자 달마티안 지방의 경제·문화의 중심지다. 크로아티아의 완연한 관광지인 두브로브니크와는 전해지는 풍광이 다르다. 스플릿은 유고슬라비아 내전의 아픔을 간직한 도시이기도 하다.

옛궁전터
도시를 붉고 아늑하게 다독이는 것은 구시가이자 세계문화유산인 그라드 지역이다.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는 노년을 보낼 궁전을 아드리아의 햇살 가득한 땅인 스플릿에 지었다. 궁전은 동서남북 200m 남짓의 아담한 규모다.

로마 황제가 머물던 궁전과 골목

구시가 골목은 궁전을 중심으로 미로처럼 뻗어 있다. 신하와 하인들이 거주하던 궁전 안 200여개 집터는 그 흔적이 남아 상점, 카페 등으로 변했다. 골목 중앙에는 황제를 추모하는 성 도미니우스 대성당이 들어서 있다.

구도심 여행자들
궁전 서문 밖 시가지는 구시가와 달리 현대 예술작품들과 상점들이 늘어선 이채로운 모습이다. 옛 골목과 도시의 미녀들이 활보하는 광장은 불과 5분 거리로 연결된다. 스플릿에서는 매년 여름이면 서머페스티벌과 국제영화제의 막이 오른다. 남쪽 해변길에는 자정 넘도록 이곳 청춘들이 뒤엉켜 맥주를 마시거나 벤치에 앉아 항구를 바라보며 낭만을 만끽한다.

스플릿의 해변 산책로는 마르얀 언덕으로 이어진다. 푸른 숲과 오래된 교회를 스쳐 지나면 항구와 바다와 구시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크로아티아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조각가 메슈트로비치는 노년의 안식처였던 이곳 스플릿을 사랑했다.

뜨로기해안

세계문화유산 섬마을 뜨로기

스플릿은 항구, 기차역, 버스터미널이 한 데 모여 있다. 밤 열차를 타고 새벽녘에 도착한 이방인들과 아침 일찍 낯선 곳으로 버스를 타고 떠나는 사람들의 정경이 터미널 앞 카페테리아에서 펼쳐진다. 스플릿에서의 만남과 이별은 로맨틱하다. 해변을 달리는 버스에는 차장이 동승하는데 대부분 세월이 묻어나는 나이 지긋한 아저씨다.

스플릿에 정박한 페리
스플릿의 정취는 인근 섬마을 뜨로기로 연결된다. 스플릿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섬마을 하나가 온전히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뜨로기 섬은 바쁜 마음으로 두세 시간 걸으면 둘러볼 수 있는 아담한 규모다. 소담스러운 카페를 품은 골목길은 운하를 낀 산책로로 연결되고 요트들이 정박한 포구에는 르네상스 양식의 궁전, 성당 등이 도열해 있다.

도시 형성 과정에서 그리스인이 정착했고, 15~18세기 베네치아 공국의 지배를 받은 과거는 섬의 개성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섬 중앙의 성 로렌스 교회는 크로아티아 최고의 건축물 중 하나로 베네치아풍의 사자 조각과 달마티안 지방 최고로 여겨지는 아담과 이브의 조각상이 남아 있다.

아드리아해와 스플릿 구도심

여행메모

교통=동유럽에서 출발한 열차가 수도 자그레브를 거쳐 스플릿까지 운행된다. 스플릿항은 유럽을 운행하는 페리의 정박항이기도 하다. 뜨로기까지는 수시로 버스가 오간다.

음식=구시가지 내의 레스토랑들은 해산물 요리를 주 메뉴로 내놓는다. 성수기인 5~9월에 음식 가격이 꽤 비싼 편이다. 구도심 동문 밖에는 오전이면 과일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장이 들어선다.

기타=스플릿을 기점으로 성벽도시인 두브로브니크까지 여행이 가능하다. 치오보섬과 스플리트를 연결하는 페리도 있으며 페리에서는 아드리아해의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서진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