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건강의 화두가 되는 단어는 뭐니 뭐니해도 ‘면역’, ‘자율신경’이다. 이 두 단어는 다른 듯 보이지만 서로 깊은 관련이 있다. 즉, 자율신경 균형이 깨지면 면역이 망가지고 면역이 떨어지면 자율신경 균형은 깨지기 때문이다.
흔히들 자율신경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기는 하지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건지, 정확하고 체계적인 치료는 있기는 한 건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하기만 하다. 만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거꾸로 이야기하면 건강의 조건이 되기도 하는 ‘교감-부교감’, 즉 자율신경의 균형에 대해 오늘은 알아보자.
교감-부교감의 균형이란 시소와 같다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 신경으로 나누어진다. 이 두 가지 신경은 서로 길항 작용을 하고 있고, 잘 조절되면 눈물 조절, 근육 상태, 심장 운동, 소화 흡수, 수면 조절, 호흡 상태, 감정 조절에 문제가 없다.
교감-부교감이 균형을 이루는 것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기본 중에 기본 요소가 되는 것이다. 마치 시소 타는 것처럼, 한쪽이 약간 올라가면 반대쪽이 약간 눌러줘서 균형을 맞춰줘야 건강체가 되는 것인데, 한쪽이 올라간 만큼을 반대쪽에서 눌러주지 못하면 시소 균형이 깨어지면서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 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교감-부교감, 한쪽으로 기울면
예를 들어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심장이 빨리 뛰고, 땀이 심하게 나며, 위산 분비가 늘어 속이 쓰리거나 위장 장애가 생기고, 장 운동이 자극받아 복통이나 설사 또는 변비가 계속 반복되고, 근육은 긴장 수축되어 이름 모를 통증이 생기고, 호흡이 빨라져서 가슴 답답하고 어지러운 증상이 생기고, 잠을 잘 수 없거나,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수면장애가 생기고, 원인 모를 열감과 냉감이 온 몸 또는 국소 부위에 나타나며, 감정적으로는 불안, 긴장, 울화감이 생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감신경이 오랫동안 항진되면 각종 소모성 증상들도 지속되기 때문에 신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고, 면역력도 쉽게 바닥난다.
부교감 신경이 항진되면 흔히 우울증이라고 불리는 감정 장애가 생기고 무기력, 탈력감 등으로 한없이 몸과 마음이 바닥으로 내려 앉는 느낌을 받게 된다.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검사 결과
소화 장애가 오래 지속되면 위 내시경 검사, 심장이 빨리 뛰면 심전도 검사를, 복통 설사 변비가 반복되면 장 내시경 검사, 이름 모를 근육 통증이 오래되면 근전도 검사, 심한 두통과 호흡곤란, 열감과 냉감이 나타나면 뇌, 호흡기 촬영검사나 내분비 검사, 호르몬 검사 등등의 각종 검사를 기본적으로 하게 된다.
그런데 교감-부교감 불균형으로 인한 증상들은 대부분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게 된다. 너무 피로하고 어지럽고 열 나고 온 몸이 아프고 힘든데 ‘아무 이상이 없음’ ‘특이 소견 없음’ 이라는 검사 결과가 나오면 병원에서는 ‘스트레스’ 받지 않게 마음을 편안하게 먹으라는 주의 권고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경우에는 신경안정제, 수면제, 진통제, 항우울제 등의 증상 억제를 위한 약물을 처방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럴 때는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있는지 반드시 점검해보아야 한다.
자율신경 상태는 여러 각도에서 점검해야
자율신경에 이상이 있는지, 이상이 있으면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검사는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각종 장기의 문제를 파악할 때 하는 검사와 구별된다. ‘자율신경 균형’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다각도로 실시하고, 자율신경 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연관 검사를 모두 실시해서 얼마나 균형이 깨어져 있는지, 그리고 신체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면역력이 얼마나 영향을 받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한의에서는 ‘망문문절’(望聞問切, 보고 듣고 묻고 만져보는 4가지 전통적인 진단법)을 통해 몸과 마음 전체의 상태를 먼저 파악하고, 현재까지 복용해온 각종 약물들이 심신에 끼친 영향도 점검한다. 자율신경 균형 상태를 다각도로 체크할 수 있는 각종 검사를 통해, 나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숲 전체의 병세가 어느 정도로 진행되었는지 확인한다. 이를 통해 자율신경의 활성도를 파악하고 뇌파가 자율신경계에 미치고 있는 영향, 오랫동안 복용해온 약물이나 식습관, 생활습관이 자율신경에 미치고 있는 영향 등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

자율신경 균형이 깨어지는 원인은 수없이 많다. 검사와 진찰을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과거의 정신적 스트레스나 압박감, 억울한 감정, 식생활 습관, 약물 복용 등의 원인에 따라, 그리고 현재의 건강 상태와 면역 상태에 따라 개개인에게 맞도록 자율신경 기능을 회복하는 치료의 방법이나 종류가 달라진다. 사람마다 사연이 다르고 증상의 정도가 천차만별인 것이 자율신경 실조, 즉 자율신경 기능 이상의 특이점이다.

한의에서는 검사와 진찰 결과에 따라 개개인의 치료계획을 세운다. 단계별로 자율신경의 균형을 회복하는 다양한 한약 처방과 약침 치료 그리고 식생활 지도를 통해 원인을 바로 잡고, 증상을 치료하며, 재발이 되지 않도록 치료한다.
교감-부교감의 균형이 깨어지는 일은 만성적인 원인이 대부분이어서, 단기간 치료로 바로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단기간 치료를 해보려고 증상치료에만 매달리다 보면 약효 지속시간 동안만 증상이 가라앉았다가 다시 재발하는 것이 반복되기 때문에 균형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는 점점 멀어지고 병은 더 오래 지속된다. 그래서 증상을 회복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제대로 치료하려면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정이안 한의학 박사



● 정이안 한의학 박사 프로필

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직장인건강 한방에 답이 있다,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등 다수의 책을 썼다.



정이안 한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