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사과
경북 영주의 가을은 짙고 단아하다. 소백산 자락에는 주홍빛 잔치가 펼쳐지고, 사찰과 고택에는 추색(秋色)이 완연하다. 영주에서 전하는 가을소식에는 전통 마을들의 고즈넉한 향취도 함께 묻어난다.

소백산국립공원은 단양, 영주에 걸쳐 넉넉하게 펼쳐져 있다. 단풍 구경은 5번 국도 따라 영주로 접어드는 길부터 ‘시동’을 건다. 들머리부터 붉고 고운 자태에 눈이 황홀하다.

주홍빛 물든 소백산

희방계곡
구불구불한 단풍길 지나 옛 죽령 고개 자락에 , 가 위치했다. 소백산 단풍 산행에 애용되는 코스는 영주 에서 시작해 연화봉을 거쳐 비로봉까지 이어진다.

로 오르는 계곡 주변은 온통 붉고 노란빛의 향연이다. 28m의 높이의 희방폭포 너머 는 한때 훈민정음 원판과 월인석보 1,2권의 판목을 보존하던 곳으로 절 입구에 자연림이 우거져 있다. 소백산 어의계곡 단풍이 소박하다면 단풍은 화려하다.

희방사
에서 연결되는 죽령옛길은 개척연도(서기 158년)가 기록돼 있는 가장 오래된 길로, 영남 내륙을 이어온 세월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죽령은 소백산 제2연화봉과 도솔봉이 이어지는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역에서 죽령주막까지 1시간 가량의 옛길이 복원됐다.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위해 오가던 죽령옛길에는 말 500필이 오대산 상원사 동종을 끌고 간 사연도 함께 전해 내려온다. 정상 죽령주막에서는 막걸리 한 잔 걸칠 수도 있다.

된장고을 무수촌과

소수서원
부석사
가을 영주 여행에 와 을 놓칠 수 없다. 은행나무 길은 유홍준 선생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조선 땅 최고의 명상로’중 한 곳으로 칭송한 곳이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의 와 최초의 사액서원인 은 각각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영주의 수더분한 가을 향취에 젖으려면 콩 이야기 가득한 이산면 된장마을 무수촌으로 향한다. 마을 안에는 옹기가 가득하고, 처마 밑에 매달린 메주 너머로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들이 두런두런 쏟아진다. 콩이 묵직하게 크고, 간장을 덜 빼 달달한 맛이 나는 게 이 마을 된장의 특징이다. 이 일대 공기가 좋고 잡균이 들어가지 않아 청국장도 쾌쾌하지 않고 구수한 냄새가 난다.

무섬마을
낙동강 지류를 따라 문수면 물돌이 마을도 들려본다. 안동 하회마을처럼 낙동강이 회돌아 나가는 이곳은 ‘’로도 불리는데 아름다운 자연과 옛 고택이 그대로 보존된 곳이다. 소수소원 옆 선비촌에서 만났던 해우당 고택의 본 가옥이 이곳에 남아 있다. 강줄기로 인해 외부와 단절됐던 이곳 마을에 외지 여인들은 시집올 때와 죽어서 상여로 나갈 때 단 두 차례만 마을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는 구슬픈 사연도 전해 내려온다.

여행메모

교통: 은 중앙고속도로 풍기IC에서 가깝다, 과 까지 영주시내에서 버스가 다닌다. 무수촌, 은 승용차를 이용하는게 편리하다.

음식: 초입에 산채음식점들이 다수 있으며, 선비촌 인근 순흥마을은 묵밥으로 명성 높다. 사과따기 체험을 통해 도 즉석에서 맛 볼 수 있다.

기타: 마실치유숲길은 영주 국립산림치유원 내에 조성된 치유의 숲길이다. 마실가듯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총 5.9km의 숲길이 조성돼 있으며 이중 나무데크길은 약 2.3km에 달한다. 숲길 산책에는 약 2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서진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