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 꼬막
보성 벌교로 이어지는 15번 국도는 설렘이다. 벌교에 들어서면 소설 '태백산맥'의 실제 무대가 곳곳에 남아 있고 질박한 남도 사투리가 구수하다. 스산한 계절에는 벌교의 별미인 꼬막도 통통하게 살이 오른다.

벌교하면 꼬막이다. 꼬막만 주요 메뉴로 하는 식당들이 수십여 곳 즐비할 정도로 이 유명하다. 날이 쌀쌀해지면 벌교앞바다에서 나무판자 위에 몸을 의지한 채 꼬막잡이를 하는 아낙네들을 만날 수 있다. 을 최고로 치는 것은 고흥반도와 여수반도가 감싸는 벌교 앞바다 여자만의 기름진 갯벌 때문이다.

남도의 향취 가득한 꼬막정식

벌교읍내에 들어서면 꼬막 간판을 내건 식당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30년 넘게 과 꼬막정식만 팔아온 식당도 있다. 쫄깃쫄깃한 꼬막의 입소문이 나면서 미식가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꼬막은 음력 시월만 넘어서면 속이 탱탱해질 정도로 맛이 여문다. 제대로 된 꼬막 맛을 보기 위해서는 물기가 가시지 않게 살짝 데쳐야 한다. 꼬막은 다른 조개와 달리 익어도 입을 잘 벌리지 않는다. 푸짐하면서도 정성 넘치는 식단은 벌교 식당들의 자랑거리다. 이곳 꼬막밴반과 정식에는 굵고 튼실한 삶은 꼬막 외에도 양태구이, 파래무침 등이 한 상 가득 나온다. 반찬만 20여 가지가 넘는다. 꼬막초무침을 된장국과 함께 먹는 맛도 별미다.

꼬막백반

새 단장한 태백산맥 문학거리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로도 알려져 있다. 벌교천을 가로지른 부용교(소화다리)는 여순사건에서 6.25 한국전쟁으로 이어진 비극을 담고 있다. 벌교의 상징인 너머 소설속 주인공 도 고즈넉하다. 현부잣집, 등이 모두 당시 지주들의 위세를 보여주듯 언덕위에 들어서 있다.

최근 벌교는 많이 변했다. 태백산맥 문학거리가 반듯하게 조성됐고 현부잣집 등 소설속 명소를 더듬는 걷기여행 코스가 사랑받는다. 태백산맥 문학거리에는 나무로 된 2층집에 오붓한 카페가 들어섰고 소설에 나온 술도가와 꼬막식당이 나란히 어깨를 맞춘다. 벌교 초등학교 앞 보성여관(소설속 남도여관)은 새롭게 단장해 숙소이자 관광명소로 문학거리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길을 걷다보면 과 저자 조정래의 조각상도 만날 수 있다.

홍교
벌교 현부잣집
김범우의 집
태백산맥문학관
태백산맥문학거리의 보성여관

벌교읍 외에도 보성에는 추억을 부추기는 공간이 담겨 있다. 보성 에는 70년대 추억의 거리가 조성됐다. 경전선이 정차하는 주변은 세월의 온기가 전해지는 훈훈한 거리로 변신했다. 50여년 된 이발소, 옛날 역전 다방, 전파사, 롤러장 등 추억을 다독이는 상점들이 길목에 재현됐으며 주점과 가게에서 주전부리도 맛볼 수 있다.

득량역
득량역 추억의 거리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교통: 광주, 순천에서 벌교행 버스가 수시로 오간다. 순천역에서도 벌교역까지 무궁화호 열차로 이동이 가능하다.

음식: 꼬막정식의 원조를 자랑하는 식당은 태백산맥문학거리의 국일식당이다. 할머니들이 내놓는, 푸짐한 남도 반찬이 곁들여진 꼬막정식을 맛볼수 있다. 이 외에도 벌교갯벌식당 등 20여곳의 꼬막식당들이 있다.

기타: 보성 은 광주 이씨들이 19세기중반~20세기초 지은 옛 가옥이 원형 대로 보존된 전통마을이다. 30여채 가옥 중 솟을대문이 인상적인 이용욱 가옥 등 3개 고택과 열화정이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강골마을



서진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