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하면 꼬막이다. 꼬막만 주요 메뉴로 하는 식당들이 수십여 곳 즐비할 정도로 이 유명하다. 날이 쌀쌀해지면 벌교앞바다에서 나무판자 위에 몸을 의지한 채 꼬막잡이를 하는 아낙네들을 만날 수 있다. 을 최고로 치는 것은 고흥반도와 여수반도가 감싸는 벌교 앞바다 여자만의 기름진 갯벌 때문이다.
남도의 향취 가득한 꼬막정식
벌교읍내에 들어서면 꼬막 간판을 내건 식당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30년 넘게 과 꼬막정식만 팔아온 식당도 있다. 쫄깃쫄깃한 꼬막의 입소문이 나면서 미식가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꼬막은 음력 시월만 넘어서면 속이 탱탱해질 정도로 맛이 여문다. 제대로 된 꼬막 맛을 보기 위해서는 물기가 가시지 않게 살짝 데쳐야 한다. 꼬막은 다른 조개와 달리 익어도 입을 잘 벌리지 않는다. 푸짐하면서도 정성 넘치는 식단은 벌교 식당들의 자랑거리다. 이곳 꼬막밴반과 정식에는 굵고 튼실한 삶은 꼬막 외에도 양태구이, 파래무침 등이 한 상 가득 나온다. 반찬만 20여 가지가 넘는다. 꼬막초무침을 된장국과 함께 먹는 맛도 별미다.
새 단장한 태백산맥 문학거리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로도 알려져 있다. 벌교천을 가로지른 부용교(소화다리)는 여순사건에서 6.25 한국전쟁으로 이어진 비극을 담고 있다. 벌교의 상징인 너머 소설속 주인공 도 고즈넉하다. 현부잣집, 등이 모두 당시 지주들의 위세를 보여주듯 언덕위에 들어서 있다.
최근 벌교는 많이 변했다. 태백산맥 문학거리가 반듯하게 조성됐고 현부잣집 등 소설속 명소를 더듬는 걷기여행 코스가 사랑받는다. 태백산맥 문학거리에는 나무로 된 2층집에 오붓한 카페가 들어섰고 소설에 나온 술도가와 꼬막식당이 나란히 어깨를 맞춘다. 벌교 초등학교 앞 보성여관(소설속 남도여관)은 새롭게 단장해 숙소이자 관광명소로 문학거리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길을 걷다보면 과 저자 조정래의 조각상도 만날 수 있다.
벌교읍 외에도 보성에는 추억을 부추기는 공간이 담겨 있다. 보성 에는 70년대 추억의 거리가 조성됐다. 경전선이 정차하는 주변은 세월의 온기가 전해지는 훈훈한 거리로 변신했다. 50여년 된 이발소, 옛날 역전 다방, 전파사, 롤러장 등 추억을 다독이는 상점들이 길목에 재현됐으며 주점과 가게에서 주전부리도 맛볼 수 있다.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교통: 광주, 순천에서 벌교행 버스가 수시로 오간다. 순천역에서도 벌교역까지 무궁화호 열차로 이동이 가능하다.
음식: 꼬막정식의 원조를 자랑하는 식당은 태백산맥문학거리의 국일식당이다. 할머니들이 내놓는, 푸짐한 남도 반찬이 곁들여진 꼬막정식을 맛볼수 있다. 이 외에도 벌교갯벌식당 등 20여곳의 꼬막식당들이 있다.
기타: 보성 은 광주 이씨들이 19세기중반~20세기초 지은 옛 가옥이 원형 대로 보존된 전통마을이다. 30여채 가옥 중 솟을대문이 인상적인 이용욱 가옥 등 3개 고택과 열화정이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서진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