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신뢰도에 민감한 ‘현명한 소비자’ 급증이 원인

스마슈머는 최근 친환경기업 브랜드부터 기존 기업의 업사이클 아이템, 친환경 포장 실천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관심을 갖는다. 사진은 마켓컬리가 도입한 재사용 포장재 ‘컬리 퍼플 박스’의 모습. (사진=마켓컬리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제품을 구매하는 수단이 온·오프라인으로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제품을 구매할 때 여러 제품의 품질은 물론 가격의 10원 단위까지 철저히 비교하며 쇼핑을 하는 소비자가 더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제품의 품질과 성능을 스스로 분석하고 가장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이른바 ‘스마슈머’(Smart-Consumer, 현명한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2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의 선호도는 더 높아지고 있고, 스마슈머가 어느 때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도 이러한 소비자의 변화된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맛과 신뢰를 동시에”…국내산 유기농 식재료 인기

스마슈머는 아무래도 먹거리를 선택할 때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식재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스마슈머는 국내산 유기농 식재료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더 맛있고 건강한 ‘집밥’에도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친환경·유기농 식품 시장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스마슈머 급증이 식품업계의 국내산 유기농 식재료 활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식자재의 원산지, 첨가물, 효능 등을 꼼꼼히 살펴 다방면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식품업계는 신선과 안전이 특징인 국내산 유기농 식재료를 활용해 맛과 품질 모두 잡은 신제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며 “지역경제와 농어촌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국산 식재료를 사용하는 식품기업들도 등장하면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미닝아웃’(Meaning Out, 가치소비) 트렌드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어촌 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장 최초로 출시한 오뚜기의 다시마식초와 다시마장국이 스마슈머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식초와 장국은 국산 다시마의 70% 이상을 생산하는 전남 완도군 다시마를 사용한데다 특히 맛과 영양을 함께 잡아 인기가 높다. 오뚜기의 다시마식초는 다시마 특유의 감칠맛과 영양을 담은 100% 발효식초다. 다시마장국은 완도산 다시마를 진하게 우린 육수를 사용한 요리용 조미장국이다.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귀농 청년농부를 지원하는 농심의 ‘청년수미’ 프로그램도 주목을 받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파종에서부터 수확, 판매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청년농부를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이들이 수확한 감자 230톤을 전량 구매해 ‘수미칩’ 생산에 활용했다. 이러한 식품 생산 방식은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식재료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데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오리온XCU 친환경 포장재 PB 스낵. (사진=BGF리테일 제공)
MZ세대 스마슈머의 핵심 가치는 ‘친환경’

스마슈머에게 ‘친환경’은 핵심 관심사다. 이들은 최근 친환경기업 브랜드부터 기존 기업의 업사이클 아이템, 친환경 포장 실천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관심을 갖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리온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오리온이 지난해 12월부터 플렉소 방식 인쇄 설비를 활용해 편의점 CU PB(자체브랜드) 제품의 친환경 포장재를 생산·공급하기 때문이다.

오리온이 생산하는 친환경 플렉소 인쇄 포장재는 CU에서 판매되는 10여종 PB 상품의 외포장재로 사용된다. 이번 오리온의 친환경 포장재 공급은 유통기업 등과 함께 친환경 활동에 나선다는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는 동시에 친환경 소비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취지다. 이미 오리온은 ‘초코파이’, ‘포카칩’, ‘태양의맛 썬’, ‘오!감자’ 등 38개 제품 포장재를 플렉소 인쇄 방식으로 제조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종이만 사용해 만든 세트 등 230여종 설 선물세트로 스마슈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번 설에 종이 포장재만 사용한 ‘포장이 가벼운 스팸 선물세트’ 2종을 처음 내놓았다. 제품을 고정하는 트레이를 플라스틱 소재에서 종이로 교체하고 분리배출도 쉽게 할 수 있도록 조립식으로 만든 것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신의 생각과 가치를 표현하고 참여하는데 적극적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가치소비는 자신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라며 “특히 가치소비는 소비자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선택이 요구되기 때문에 유통기업들이 이러한 소비를 할 수 있는 장을 수시로 열어주는 것도 마케팅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편리해야 산다”…‘편리미엄’ 트렌드 급부상

스마슈머에게 중요한 소비 포인트 중에는 ‘편리함’이 빠질 수 없다. 소비를 하는데 있어 시간을 아끼고 좀 더 수월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면 이보다 현명한 소비는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편리함이 곧 프리미엄’이라는 뜻을 가진 ‘편리미엄’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집콕족’이 늘면서 가사 노동을 줄이기 위한 소비 형태가 각광받고 있다.

가정 내 세탁기가 있어도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셀프빨래방을 이용하는 이용객이 증가하는 추세다. 1인 가구의 경우 주로 원룸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별도의 빨래 건조 공간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집에 세탁기가 있어도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셀프빨래방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셀프빨래방 프랜차이즈 크린업24에 따르면 1인 가구 밀집 지역 및 대학가에서 셀프빨래방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해당 지역 원룸은 대부분 세탁기가 옵션으로 설치된 경우가 많지만 셀프빨래방 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셀프빨래방의 세탁기 및 건조기가 가정용 세탁기보다 성능 면에서 탁월한 것이 그 이유다.

이 밖에 소비자가 일정 구독료를 내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제공받는 ‘구독 경제’ 서비스도 인기다. 비대면 소비문화가 확대되면서 추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필요한 것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 영역이 크게 확장된 것이다. 롯데제과의 경우 동종업계 최초로 인기 과자 9~12종과 신제품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는 ‘월간 과자’ 구독 서비스를 론칭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