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이란 오랫동안 참았던 울화, 분노 등이 쌓여 있다가 나이가 들고 정신적·신체적으로 약해져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을 때 폭발하면서 다양한 증상으로 표현되는 문화특이 증후군입니다. 흔히 며느리 화병이라고들 이야기해왔지만, 요즘은 시어머니 화병, 남편 화병, 초등학생 화병도 있습니다. 사람 사는 곳에서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이가 되면 소통이 꽉 막혀 눈물 나고 자꾸 한숨 나고 수시로 얼굴이 벌겋게 바뀝니다. 화병이 자율신경을 교란 시킨다는 사실, 알고 계신지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상열감

상열감이란, 말 그대로 얼굴이나 가슴, 목 쪽으로 열감이 심하게 느껴지는 증상인데요, 화병 환자의 99%는 상열감, 열감, 목이나 가슴이 갑갑하다는 등의 증상을 호소합니다. 위로 열이 확 치받쳐 올라온다는 뜻이지요. 가슴이나 얼굴로 열이 달아오른 만큼 소화기관은 냉해집니다. 당연히 트림, 소화불량, 메스꺼움, 식욕부진을 겪게 됩니다. 실제로 화병이 있는 사람이 식욕이 왕성하고 잘 먹는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화병은 생명 유지의 축으로 돌아가는 교감-부교감의 소통이 일어나지 않아서 생기는 증상들이 대부분입니다.

불면

온 몸에 열이 나고 얼굴이 화끈거리며, 목이나 가슴이 조여와 답답함을 호소하는 증상 외에도 얼굴과 가슴에 열이 치받쳐 오르면서 잠을 편하게 잘 수 없다는 화병 환자도 많습니다. 마음 속에 응어리진 울화 때문에 기혈 소통이 막히니 가슴이 답답해서도 편하게 잠을 잘 수가 없는 것이지요. 화병 환자의 대부분은 잠을 푹 자지 못해 수면제를 먹거나, 자다깨다를 오랫동안 반복하면서 힘든 수면 시간을 보낸다고 호소합니다. 이런 경우는 물론 뇌파도 심각한 스트레스 뇌파가 나옵니다.

불안 긴장

편안하고 행복한 감정으로 사는 사람은 교감신경이 안정됩니다. 부교감신경이 잘 작용을 하고 있어서 교감 신경을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율신경 균형이 깨어진 사람은 교감-부교감의 균형을 잡기가 힘듭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늘 불안하고 긴장되는 생활을 하게 되지요. 주로 교감신경 과항진이 원인인데, 단기간 안정제 처방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자율신경의 균형을 맞춰주는 근본치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화병 때문에 생기는 자율신경실조

스트레스를 외부요인과 내부요인으로 나눌 수 있는데, 화병 환자들은 스트레스의 외부요인을 내부에서 2~3배로 부풀려 더 불안하고 긴장된 상태를 만들어냅니다. 이런 불안 긴장된 상황들은 심장, 호흡, 피부, 오장육부가 교감신경의 자극을 받아 빨라지고 예민하게 반응하며 심하게 피로해 하면서 쉽게 지칩니다. 그리고 화병 때문에 생기는 자율신경실조 환자들은 안정제 복용만으로는 몸 상태가 쉽게 개선되지 않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치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오래된 화병이 위험한 이유

화병은 불면증과 고혈압, 중풍, 당뇨병, 비만, 관절염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됩니다. 그리고 과민성 대장염, 만성 위염, 위궤양, 두통, 귀울림 등의 신경성 질환과도 아주 관련이 많습니다. 그리고 심장에 실제적인 문제가 없는데도, 가슴 통증, 협심증, 심근경색, 중풍 등의 심혈관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고, 돌연사 가능성까지도 있습니다. 그래서 간단한 안정제, 진정제, 수면제만 복용할 것이 아니라 자율신경의 균형을 맞춰서 이전 상태로 회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율신경 회복으로 화병을 치료

한의에서는 나이, 증상의 경중, 교감 부교감 신경의 밸런스 등을 참고해서 개인별 한약을 처방하고 침, 약침 등의 시술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화병을 없애는 첫걸음은 즉각적인 스트레스 해소이기 때문에 그날 받은 스트레스는 그날 해소할 수 있도록 운동이나 음악 감상 등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화병을 비롯한 우울증이나 불면증, 공황증, 신경성 두통이나 소화장애는 정신병이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심인성(心因性) 질환이기 때문에 심신의 균형을 잡아주는 치료를 일정간 받으면 누구나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정이안 한의학 박사



● 정이안 한의학 박사 프로필

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직장인건강 한방에 답이 있다,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등 다수의 책을 썼다.



정이안 한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