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 이영덕, 유병화 '대학입시를 말한다'대입 앞둔 수험생·학부모의 '지존'으로 통하는 입시 평가실장"끊임없는 대입제도 '개악'이 아이들을 멍들게 한다"

"수능 대가인 나도 내 아인 안되더라"
김영일, 이영덕, 유병화 '대학입시를 말한다'
대입 앞둔 수험생·학부모의 '지존'으로 통하는 입시 평가실장
"끊임없는 대입제도 '개악'이 아이들을 멍들게 한다"


“대학입시에 관한 모든 길은 우리 손 안에 있소이다!”

어느 분야나 대가(大家)가 있게 마련이다. 대학입시 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 입시(대입) 전문가, 정확히 표현하자면 메이저급 사설 입시기관의 평가실장이 바로 그들이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실장, 고려학력평가연구소 유병화 평가실장, 김영일 중앙학원장(전 중앙교육진흥연구소 평가실장) 등 4명이 우선 손꼽히는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대입 시즌 때마다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한다. 수시ㆍ정시 모집과 수능시험을 전후해 각종 입시정보를 분석, 제공하는 등 대입지원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일선 고교 진학담당 교사 중에서도 내로라 하는 대가들이 있지만, 전문적인 예측이나 분석에서 이들에게 못 미친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대부분의 수험생과 학부모가 이들이 내놓는 각종 정보에 일희일비하고, 더 나아가 이들의 직접 상담을 받고 싶어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이들에겐 사생활이 거의 없다. 연중 내내 전국 각지의 각종 입시 상담과 설명회에 불려 다니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아침은 서울에서, 점심은 부산에서, 저녁은 상경하면서 햄버거나 김밥 등으로 때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2004학년도 대입도 대충 마무리된 지난 7일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2005학년도 수능과, 입시전문가로서의 보람과 애환을 털어놓았다. 김용근 평가실장은 개인 일정상 참석하지 못했다.

▲ 복잡해진 입시요강으로 설명회 성황

-요즘 어떻게 지내는가.

김영일 원장= 친분 있는 학원과 일선 고교의 요청으로 학부모ㆍ학생을 대상으로 강의하러 다니고 있다.

이영덕 실장= 벌써부터 입시설명회가 많다. 내일(2월8일)은 부산에서 의대 지망생을 위한 입시설명회에 참석한다.

유병화 실장= 서울대 합격자 발표 이후 연ㆍ고대 등 주요 대학 복수합격자 데이터를 만드느라 바빴다. 그 자료 발표 후 많은 문의전화와 상담이 이어져 아직도 귀가 멍멍하다. (3명 모두 각 대학의 2005학년도 대입요강을 분석, 입시 자료집을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벌써부터 2005학년도 대입 상담을 하나.

김 원장= 요즘은 재수 관련 상담이 주류를 이루고, 재학생은 학부모 요청에 따라 그때 그때 하고 있다.

이 실장= 2월 말까지는 거의 쉬는 날 없이 설명회 일정이 잡혀 있다. 올해는 입시요강이 더 다양하고 복잡해져 각종 입시설명회가 성황을 이룰 것 같다.

유 실장= 예년과 다른 점은 일선 고교의 입시설명회 요청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신학기가 시작되면 엄청 바쁠 것 같다. 설명회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하루에 몇 차례 겹칠 때가 종종 있다. 시간을 넉넉히 배분하는 데도 늘 모자란다. 특히 수능 직후에는 학부모들이 놓아주질 않는다. 다음 장소로 이동할 때는 거의 날라 다닐 지경이다. 지난해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 오전에 설명회를 하고 오후 2시부터 경기 분당에서 설명회가 잡혀 있었는데, 예정보다 1시간 이상 지체돼 겨우 빠져 나왔다. 그런데 한 부부가 나를 따라오더니 내 승용차를 점거한 뒤 남편이 운전을 해 분당까지 데려다 주는 사이에 부인과 나는 뒷좌석에서 억지상담을 한 적도 있다.

-‘로또 수능’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2005학년도 대입제도가 굉장히 복잡해졌는데 입시 상담이 가능하겠는가.

▲ 운에 의해 좌우되는 수능성적 보완 절실

이 실장= 대입요강이 복잡할수록 상담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로또 수능’은 수능 성적 반영에서 표준점수를 활용할 경우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에서 특정과목을 선택한 수험생이 다른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보다 유리하거나 불리해지는 경우가 생길 소지가 많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수능 성적이 실력이 아니라 운에 의해서 좌우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교육당국이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큰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

유 실장= 수능도 수험생이 영역을 선택해서 볼 수 있고, 전형방법 자체도 대학별로 같?곳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복잡해져서 수험생이나 학부모, 일선 고교 교사들 모두 혼란에 빠져있는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입시전문가의 상담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

-입시철마다 스타 못지않게 신문 방송에 많이 등장한다. 일부에서는 떼돈을 번다는 시각도 있는데.

이 실장= 그런 얘기를 친척이나 친구로부터 많이 듣는다. 한 평가실장은 한때 명절에 고향 가는 것도 망설인 적이 있을 정도다. 우리가 매스컴에 많이 등장하지만 개인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회사원이고 월급쟁이일 뿐이다. 탤런트나 가수와는 완전히 다른 직업인데 다들 착각하고 있다.

유 실장= (하하하) 스타는 스타지. 그러나 우리는 학원강사나 연예인, 운동선수처럼 고액연봉 계약과는 거리가 멀다. 일반 회사원과 똑같다. 우스개 한마디. 내가 TV에 자주 나오다 보니 시골의 처갓집에 가면 내가 크게 출세한 줄 안다. 친구나 주변사람도 ‘출연료 많이 받았으니 술 한잔 사라’고 하고, 내자(內子)도 내가 다른 주머니를 차고 있는 줄 안다.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 재벌가 등 특별한 계층의 자녀를 상대로 ‘특별한’ 입시상담을 한 경험도 많을 텐데.

김 원장= 물론 많다. 하지만 그런 분들 역시 일반 학부모와 다를 바 없더라. 평소에는 자녀에게 관심과 대화의 기회를 별로 갖지 않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이 실장=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한 재벌 회장의 두 자녀를 내가 직접 상담해 준 적도 있다. 김대중 정권 때 한 차관급 인사는 내게 수 십 통의 전화상담을 하고도 모자랐던지, 나를 시내 호텔로 불러내 2시간이나 상담을 했다. 브리핑에 이골 난 사람처럼 내가 말을 빨리 하는데도 토씨 하나 놓치지 않고 받아 적는 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유 실장= 김대중 정권 당시 한 청와대 수석처럼 이름만 대면 알만한 분들이 종종 있다. 유력 인사들의 상담은 두 부류로 나뉜다. 학교나 다른 사람에게 상담을 한 뒤 확인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알아서 붙여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성적과 무관하게 내 말을 듣지도 않고 막가파 식으로 밀어붙이는 경우도 더러 있다. 대개 이런 사람은 성적에 맞춰 지망 대학ㆍ학과를 상담해주면 다짜고짜 화를 낸다. ‘우리 애가 그런 대학에 다녀야 하느냐’고.

-‘특별한’ 상담을 해주면 사례비는 두둑이 주나.

김 원장= 중앙교육진흥연구소에 근무할 때는 회사에서 월급을 주니까 별도의 사례비를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다만 술, 넥타이 등을 선물 받은 경우는 있다. 현재는 컨설팅사업을 하기 때문에 유료상담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실장= 별도의 사례비는 거의 없고, 합격한 경우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유 실장= 사례비는 고사하고 나중에 결과만이라도 알려줬으면 좋겠다. (일부 유력 인사는) 내 휴대폰 번호는 그렇다 치더라도 집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 20~30여분간 물고 늘어진 적도 있다. ‘나중에 은혜는 잊지않겠다’ ‘꼭 찾아 뵙겠다’ 하면서도 ‘우리 애가 선생님 덕분에 합격했다’고 전화 한 통이라도 해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사례비를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 내 아이에게 내 말은 ‘잔소리’

-아무리 입시전문가라고 해도 자녀의 학업지도는 마음대로 되지 않을 텐데.

김 원장= 내 직업 때문에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것 같다. 주변에서는 내 아이들이 엄청 공부를 잘 하는 것으로 당연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말이 다른 사람에게도 정보가 될 수 있지만 내 아이에게는 잔소리에 불과하다는 느낌이다.

유 실장= 큰 애는 현재 고1인데 본인은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내 기준으로 보면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러나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우리 아이들에 대해서는 나보다 내자가 더 현실적이고 전문가인 것 같다.

-친ㆍ인척의 입시 상담도 해주나.

유 실장= 물론이다. 그런데 부담을 많이 느낀다. 잘 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의사가 자기 가족 수술을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난해 내 사촌 동생이 숙대 영문과에 입학했는데 이 녀석이 나중에 ‘오빠 나보다 못한 애들도 이화여대 갔어’라고 하더라. 사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적극적으로 이대를 권했을 텐데, 아무래도 친ㆍ인척은 합격 위주의 안전지원 쪽으로 기울기 쉽다.

-입시 상담을 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김 원장= 사교육 종사자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이 부담스럽다. 우리가 사교육 조장자 내지는 대학 서열화 주인공으로 인식될 경우 더욱 그렇다. 공교육 기관인 일선 학교에서도 입시 전문가 내지는 진학지도 전문가를 적극 육성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학생과 학부모를 위해서 말이다.

유 실장= 아쉬움보다 안타까움을 종종 느낀다. 최소한 지망 학과나 전공을 정할 때 본인의 적성, 취미 등을 참고해야 하는데 그런 것을 모두 무시하고 경쟁률이나 인기학과만 따져 원서를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게 해서 합격을 한 학생 중 상당수는 적응을 못하고 다시 재수의 길을 택한다. 수능 성적표 한 장만 갖고 와서 상담을 요구하거나 평가실장을 점쟁이 대하듯 할 때는 정말 미칠 지경이다.

-우리나라 대입제도에 대해 느낀 문제점이 있다면.

이 실장= 자주 바뀌는 데 문제가 있다. 문제점을 보완하는 차원이 아니라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이 대입제도 아닌가. 지난 20여년간 돌이켜 보면 단 한번도 예외가 없었다. 그리고 어느 정부도 속 시원하게 대입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했다. 차라리 바꾸지 않는 것이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책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대입제도는 장점이 많은 것보다 단점이 적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데, 단점과 문제점이 있는데도 늘 명분을 만들어 새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유 실장= 전적으로 동의한다. 제7차 교육과정에 따른 새 대입이 아직 시작도 안됐는데, 2008학년도부터 또 대입제도가 바뀐다고 하니, 정부의 교육정책이 신뢰를 받을 수 있겠는가.

▲ 책 많이 읽고, 맞춤식 공부 해야

-수험생이나 예비 수험생에게 조언 한마디.

김 원장= 저학년 때부터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무조건 많이 읽어라. 고학년이 되면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할 뿐더러 어휘력이 떨어져 공부한 만큼 학습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이 실장= 수시모집 규모가 크기 때문에 1학년 때부터 학생부 관리를 잘 해야 한다. 그리고 평소에 꾸준히, 학교 공부에 충실히 하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유 실장= 수능 성적 결과를 보고 지망 대학을 정하겠다는 생각은 올해부터 절대 금물이다. 지금부터라도 목표로 하는 대학ㆍ학과를 정해서 맞춤식으로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독서나 여행은 못하더라도 신문이나 TV뉴스를 통해 시사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수험생들 파이팅!!!

김성호 기자


입력시간 : 2004-02-11 14:09


김성호 기자 sh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