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매니저가 본 결혼풍속도결혼 제1조건은 남녀 모두 '경제력'꼽아, 신데렐라는 현실성 희박한 꿈일 뿐

"학벌·미모 좀 빠져도 돈이 받쳐주면 OK"
커플매니저가 본 결혼풍속도
결혼 제1조건은 남녀 모두 '경제력'꼽아, 신데렐라는 현실성 희박한 꿈일 뿐


“취업도 어려운데 결혼이나 할까?”

이렇게 생각하는 당신이 미모와 젊음을 무기로 결혼 시장을 두드린 20대 여성이라면 다소 냉정한 현실 앞에서 자칫 주눅이 들 지도 모른다. 미안하지만, 결혼 희망 남성도 여성의 경제력을 제 1조건으로 보니까.

불황과 실업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결혼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결혼정보업체 ‘피어리’(www.piery.co.kr)에 따르면, 최근 여성들이 어려운 취업 대신 결혼을 차선책으로 고려하면서 남성 회원수를 앞지르고 있다. 여성 100명당 남성의 수를 나타내는 성비를 보면 11월은 60.3명, 12월은 50.6명으로 여초(女超) 현상이 확연하다.

조건의 불협 화음도 고조되고 있다. 취직 대신 결혼을 택하겠다는 여성들과 맞벌이 동반자를 얻으려는 남성들과의 바람이 엇갈리고 있다.

‘피어리’의 커플 매니저 박옥정(39ㆍ상담부 대리), 최영희(31ㆍ관리부 대리), 김은희(29ㆍ관리부 사원) 오소연(27ㆍ관리부 사원) 등 4인을 만나 달라진 결혼 풍속도를 들었다.

# 예뻐도 돈 없으면 용서안돼

-경제 불황으로 두드러지게 달라진 점은.

박옥정= 여성 회원의 가입이 부쩍 늘었다. 대학에 재학 중인 어린(?) 여성들의 문의 전화가 특히 많다. 하루 100통의 전화가 오면 대략 10~15건은 여대생이다. ‘취업도 어려운데 결혼이라도 빨리 하자’는 분위기다. 과거 대학 졸업하고, 취직하고, 그 다음으로 결혼을 고려하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오소연= 남녀의 입장 차이가 크다. 무엇보다 결혼에 대한 여성들의 절박함이 커졌다. IMF 때만해도 ‘기다리면 좀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 심리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유가 없다. 여성들은 직장을 다니다가도 해고되면 ‘이게 끝이구나’ 한다. 결혼이 절실해질 수 밖에 없다. 반면 남자는 아무래도 사회적 기반이 있어야 결혼을 생각하게 되지 않는가. 물론 직업이 없는 남자는 회원이 될 수도 없다. 직장에서 해고됐다면 취업 때까지 만남을 보류하던가 탈퇴해야 한다.

김은희= 결혼을 경제적 위기에서 벗어나는 도피처로 생각하는 여성들이 많다. 배우자를 찾기보다 도움을 줄 ‘파트너’를 찾는다는 것이 적합한 표현일 것이다. 조건은 더 까다로워졌다. IMF 이전에는 ‘(돈이) 없으면 둘이 열심히 해서 모아야지’ 생각했지만, 지금은 처음부터 갖추고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최영희= 대학 간판보다 경제력이 우선이다. 학벌은 과거보다 덜 따지는 편이다. 명문대 졸업했다고 다 좋은데 취직되는 게 아니지 않는가. 학벌이 좀 빠져도 집안의 경제력이 좋으면 OK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가난한 집안의 서울대 졸업생은 이제 인기가 없다. 그보다는 변두리 대학을 나왔어도 집안 배경이 좋은 쪽이 선호된다. 집의 소유 여부도 중요한 평가 항목이다. 결혼하면 아파트를 살 수 있을 것인지도 본다.

-'여초 현상'이 야기한 큰 변화는?

김은희= “여자는 예쁘면 다 용서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남자들의 생각도 확연히 바뀌었다. 예전엔 ‘예쁘다’는 말 한 마디면 만나겠다고 나섰지만, 요즘에는 직업을 꼭 따져본다. 직업이 있는 것은 기본이고, 계약직은 빼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다반사다. 당연히 직장이 없는 여성은 만남의 주선에서 어려움이 따른다. 다른 장점을 확연하게 부각시킬 수 있어야 경쟁력이 있다.

박옥정= 여성 회원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한 살繭捉?어린 나이에 결혼을 원하는 이들이 많다. 사회적 기반을 갖춘 남성들은 한결같이 어린 여성을 원하기 때문에 20대 초반의 황금 나이를 내세워 조건 좋은 남자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오소연= 여성들이 굉장히 현실적이 됐다. 가령 친구가 함께 회원으로 가입한 경우에 간혹 원하는 상대가 겹칠 수 있는데, 이때의 반응이 과거와는 확실히 틀리다. 친구가 만나다 헤어진 사람은 아무래도 꺼려지기 마련인데 최근에는 “조건만 좋으면 괜찮다”는 사람이 많팁낫? “친구와 잘 안 됐어도 나라도 잘 되면 되지 않겠냐”고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기도 한다.

# 남녀막론 공무원은 직급불문 금값

-요즘 '뜨는' 회원은.

김은희= 자영업 여성이다. 예전엔 옷 장사를 하거나 미용실을 한다고 하면 내심 억센 여자라고 기피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남성 회원에게 사무직 여성과 자영업 여성 회원 중 한 사람을 선택하라면, 십중팔구 자영업쪽을 원한다. 적은 돈을 받으면서 깔끔하고 고상하게 일하는 것보다 다소 거칠어도 ‘큰손’ 여성이 좋다는 것이다. 남자들도 언제 회사에서 쫓겨날지 몰라 불안한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다.

박옥정= 남자는 교사다. “월급 뻔하다”고 무시하지 않는다. 삼성, LG 등 대기업에 다닌다고 해도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 않나. 직업의 안정성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다.

오소연= 교사 중에도 국립학교 교사다. 연봉은 사립학교 교사가 더 많이 받지만 역시 안정성의 이유로 점수가 깎인다. 국립학교 교사는 고용이 정년까지 보장되지만, 사립학교는 도중에 잘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사법 연수원생의 인기는 뚜렷한 하한가다. 사법고시만 통과하면 그대로 출세길이 열리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이 많은 사법원생은 그야말로 가치가 폭락한다. “그 사람은 몇 십년 동안 그것만 준비했나 보죠?”하고 노골적으로 무시하기도 한다.

최영희= 남녀를 막론하고, 공무원이면 금값이다. 5급, 7급 따지며 제한 조건을 다는 경우는 거의 없다. 9급 말단이라도 좋다고 한다.

-외모에 대한 평가는.

박옥정= 볼륨 있는 여성이 인기다. 불황기라 그런지 마른 여자를 선호하지 않는다. 나이가 많을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뚱뚱하더라도 가슴 큰 여자가 좋다”는 식으로 노골적인 사람도 있다.

김은희= 초혼의 여성 회원은 ‘얼굴’이 예쁘면 최고인 반면, 재혼은 ‘몸매’를 우선적으로 꼽는다. 남자는 무엇보다 체격이 좋아야 한다. 왜소하면 감점 요인이다. 예민해 보인다는 것이다. 키가 좀 작더라도 몸의 균형이 잡혀 있어야 인기 있다.

# 남자들 ‘영계선호’ 여전

-'연상 연하' 커플이 유행인데.

박옥정= 아직은 TV 속의 이야기다. 결혼정보업계에선 통하지 않는다. 남자들은 전부 어린 여자만 밝힌다. 한 여성 회원은 자태도 곱고 집안도 좋은데, 교제 3개월 만에 소위 차였다. 남자 집안의 반대 때문이다. “나이가 많아 애 낳기 힘들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이제 겨우(?) 32세였다는데….

오소연= 여성 회원은 동갑이나 한 두 살 아래의 연하를 만나게 해달라고 할 때가 있다. 남자들이 자신의 나이와 상관없이 항상 20대의 여성을 선호하듯, 여자들도 좋아하는 남자의 연령대가 정해져 있다. 32~33세의 혈기 왕성한 남자들이다. 20대 후반의 여성도 그 연령대의 남성을 좋아하고, 30대 초반에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별난 결혼 조건을 내거는 경우는 없나.

김은희= 상대방의 사주를 미리 알아보고 만나겠다는 경우가 있다. 미팅 전에 궁합을 따져보고 인상이나 성격 등을 추측해 본다고 한다. 신기한 것은 사주만 보고도 상대 회원을 짐작하는 것이 대충 맞춘다는 점이다. 그런데 결과는 더 안 좋았다. 선입견이 생겨서 번번이 실패했다는 것이다. 강남과 강북 등 문화권을 중요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다. 강남 사宕湧?특히 그런 편이다. 강남에서 자라고 학교를 나오지 않은 사람과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동차 종류까지 따지기도 한다. 승용차로 문화적 수준을 가늠한다는 것이다.

박옥정= 개인의 이상형이야 존중되어야 하지만, 까다롭다 못해 비현실적인 조건을 내세우는 이들이 있다. 직업은 수학, 영어 과목 중등 교사- 나이는 OO세. 외모는 탤런트 누구 수준 이상 등 ‘맞춤형’을 내세워 진땀을 빼게 만든다. 20대 여성만 줄기차게 고집하는 40대 남성도 있다. 또 재혼 회원 중에는 속궁합을 볼 것을 제안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초원 남성이 그러면 변태 취급을 당한다.

오소연= 초혼 남성이 이혼녀를 만나게 해달라고 한 적은 있다. 물론 재력이 제 1순위 조건이었다.

# 준비된 결혼이 행복 약속

-좋은 만꼭?위해 조언한다면?

오소연= 제발 신데렐라를 꿈꾸지 말라. 자신을 먼저 냉정하게 바라봐라. 본인의 대한 평가는 생각 안하고, 별 천지의 사람을 만나게 되기를 소망하는 이들이 허다하다. 성혼에 이르는 지름길은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다. 나이 많은 여성들은 “내가 여태껏 참았는데” 하며 끝내 조건을 굽히지 않아 결혼에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작년과 올해는 다르다는 마음가짐으로 조금씩 ‘수용’하는 사람들이 성혼에 이를 수 있다.

김은희= “내가 상대에게 기대하는 만큼, 상대도 나한테 원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최영희= 마음에 드는 상대와의 좋은 교제를 위해 평소 자신만의 매력을 가꾸는 것도 중요하다. 기본적인 예의와 유머 감각, 공통된 대화를 끌어갈 수 있는 능력 등을 길러야 한다. 준비된 사람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03-03 21:05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