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가드로 살기. 투철한 사명감과 고도의 테크닉 지닌 전문 직업인납치·유괴 등 강력범죄 증가로 경호 필요성 갈수록 높아져
경호의 세계… 현장에 서는 순간, 나는 없다 보디가드로 살기. 투철한 사명감과 고도의 테크닉 지닌 전문 직업인 납치·유괴 등 강력범죄 증가로 경호 필요성 갈수록 높아져
지난 10여년간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팝 스타 마이클 잭슨, 골프스타 닉 팔도, 영화배우 성룡ㆍ장국영 등 국내외 유명 인사들의 수행경호를 맡았던 ‘충용 시큐리티’. 윤문기(38) 대표이사와 전문 경호원 유지훈(27) 원종민(27) 배연규(27) 안선미(여ㆍ22)씨와 함께 경호의 세계와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들어봤다. 윤 대표는 12년 경호 경력을 지닌 베테랑이고, 원종민ㆍ배연규씨는 경호학과를, 유지훈ㆍ안선미씨는 체육학과를 나왔다. -경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는데. 윤문기 = 과거에는 주로 정치ㆍ경제계 고위 인사들이 고객이었다. 이제는 일반인들의 의뢰가 많다. 우리 회사의 경우 일반인의 의뢰가 60%나 된다. 최근에 유괴 실종사건 등 강력범죄가 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에는 특별한 사람이 받는 게 경호라는 인식이었지만 우리 사회 전반에 알게 모르게 위해요소가 많이 증가하면서 경호란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된 것 같다. 유지훈 = 이혼이 증가한 탓인지 여자측에서 의뢰를 해오는 경우도 많다. 원종민 = 불황이 지속되면서 ‘IMF가 다시 왔다’는 말이 있는데, 부도난 회사 오너들이 채권자나 폭력배들로부터 보호를 의뢰해 오는 경우도 많다. - 힘든 점도 많을텐데... 원종민 = 경호하는 과정에 일어나는 어려움보다는 ‘돈을 주고 고용했으니 내 하인이다’는 식으로 우리를 대할 때가 더 힘들다. 또 경호원은 사실 전문 직업인인데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심지어는 건달로 보는 경우도 없지 않다. 안선미 = 개인적으로는 행사 경호를 나갈 경우 행사 몇 시간 전부터 배치돼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한다. 끼니를 못 챙기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생리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가장 난감하다. 그래서 그런 행사를 앞두고는 아예 목이 탈 망정 물이나 음료수를 마시지 않는다. - 경호할 때 특별히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다면. 원종민 = 의뢰인의 그날의 기분이라든가 사생활, 몸 상태 같은 것을 가장 신경 쓴다. 4년 전쯤 우리나라에서 꽤 이름있는 디자이너 한 분을 모신 적이 있다. 집안 문제가 복잡해 그 분의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처음엔 기분을 맞추느라 고생을 했는데, 나중엔 그 집에서 숙식을 하면서 경호를 했다. 일이 잘 마무리돼 그 분이 너무 고마워했다. 아직도 서로 연락을 하고 지낸다. 배연규 = 의뢰인이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가를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또 의뢰인의 심리적인 안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첫인상에서 믿음을 주도록 노력한다. 안선미 = 여자이기 때문에 복장ㆍ외모 등에 신경이 쓰이고, 여자라고 해서 약하게 보이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유지훈 = 3년 전에 형제들끼리 재산 문제로 소송이 있었을 때 다른 친척이 재산을 가로채려는 것을 막아준 일이 있다. 재산을 대신 파악해 주고 서류를 작성해 줬다. 그래서 수천만원을 찾아준 일이 있는데, 단순히 의뢰인의 몸을 위해하는 일만 막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상대에 따라 신경 써야 할 부분이 각기 다르다. 동료 요원 중에는 사채업자에게 납치, 강금당한 딸 어머니의 부탁을 받고 친오빠 행세를 해 딸을 구하기도 했다. 그럴 때 뭐를 가장 신경써야 하겠는가(웃음) - 경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종민 = 기초 체력이나 구체적인 지식도 필요하지만 ‘인성(人性)’이 중요하다고 본다. 경호 업무는 힘든 일도 많고, 참아야 할 것도 많은데 이것을 견뎌내지 못하면 경호에 대한 기본자세가 안되어 있는 것이다. 배연규 = 기본적인 에티켓이 필요하고, 흔히 ‘(경호원으로서) 냄새가 난다’는 말이 있듯 경호원 다운 분위기가 중요하다. 또 의뢰인이 위해를 당할 ?같다는 것을 미리 알아채는 순간 판단력을 길러야 한다 안선미 = 경호인과 의뢰인과의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경호인으로서는 의뢰인에게 그런 믿음을 줄 수 있는 무도와 에티켓을 갖춰야 한다. 윤문기 =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자기 성격을 컨트롤 하지 못하면 그 화가 바로 의뢰인에게 가기 때문에 자기 통제력이 중요하다. 두번째는 직업 의식이다. 호기심이나 동경심으로 경호원이 될려고 하면 안 된다. 철저하게 의뢰인을 보호한다는 의식이 투철해야 한다. 94년에 의뢰인을 경호하다 조직폭력배들과 맞부딪친 적이 있는데 목숨을 걸고 폭력배 두목과 담판을 지을 수 있었던 것도 직업의식 때문이다. 나중에 의뢰인이 고마워하기보다는 “한 패가 아니냐”고 의심해 웃고 넘어갔었는데 그 때만해도 경호원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이 그러했다. - 경호원이 되기 위해서는 특별 과정이 있는가. 윤문기 = 입사 연차와 간부ㆍ일반 경호원에 따라 차이가 있다. 크게 이론ㆍ실무 교육과 무도ㆍ체력 단련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론교육 때는 인성ㆍ에티켓 교육에 중점을 두고 실무교육 때는 실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WAR GAME’을 통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반복해 대처 능력을 연마한다. 안선미 = 여성 요원은 ‘블랙로즈’라는 팀에 속해 있는데, 일반 교육 외에 여성 요원에게 특히 필요한 사례 교육과 에티켓 교육을 중시한다. 무도와 체력 단련의 비중도 높다. - 경호원이란 전문 직업이 갖는 어려움이 있다면 유지훈 = 개인 사생활을 버려야 하는 것이 가장 아쉽다.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방한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가 주어질 땐 합숙 훈련과 실전 투입 등 한달 가까이 개인 생활은 접어둬야 한다. 안선미 = 연예인 행사장에서 세트장이 무너져 다치는 등 예측불허 상황에서 생활해 항상 긴장해야 하지만 경호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단 결혼한 선배들이 일을 그만 둘 때는 내 일 같아 솔직히 고민을 한다. 윤문기 = 경호를 젊거나 체력 좋은 사람들만의 직업으로 오판해 수명이 짧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영화 <사선에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노경호원의 노하우는 젊은 경호원이 따라올 수 없고, 경호업이 대형화ㆍ다양화 될수록 노련한 경호원이 필요하다. 당면한 경호업의 어려움이라면 비전문가들이 난립해 경호에 대한 인식을 흐려놓고,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 의뢰인들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유지훈 = 경호원을 전문 직업인으로 봐달라. 경호원은 신변 보호 뿐만 아니라 비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원종민 = 자기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 솔직하게 모두 얘기를 해주었으면 한다. 가족간의 문제나 여자 문제에 있어 사실을 제대로 얘기해 주지 않아 낭패를 본 경우가 있는데 ‘비밀’은 철저하게 보장되니 숨기지 말고 사실을 말해줘야 정확한 경호를 받을 수 있다. 배연규 = 지위가 있고 배운 분들은 대게 경호원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에 상응한 대우를 해주는데 그렇지 못한 분들이 간혹 돈으로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 이런 것은 본인에게도 도움이 안된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입력시간 : 2004-03-10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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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