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메일 시뮬레이션 온라인 게임, 네티즌들에게 인기국정원서 '보안의식 높이기' 목적으로 제작, 이미지 개선에도 한 몫
국정원 X파일을 해독해봐? 스파이 메일 시뮬레이션 온라인 게임, 네티즌들에게 인기 국정원서 '보안의식 높이기' 목적으로 제작, 이미지 개선에도 한 몫
- 스파이가 된 듯, 짜릿한 스릴 국정원이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지난 날에 있었던 반인권적인 행적, 뭔가 음침하고 권위적인 분위기, 그래서 당연히 부정적인 느낌이 먼저 떠올랐던 정보기관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국정원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이미지 개선 노력에 가장 적극적인 부서는 역시 공보 파트. 대 언론, 대 국민 접촉이 가장 잦은 부서이기 때문이다. 접근 방법은 아주 소프트 하다. 언뜻 생각하기에 정보기관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게임’과 ‘이벤트’로 국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위에서 말한 ‘추리 퀴즈’‘ ‘SPY 메일’이 대표적이다. “이메일 해킹을 막기위한 스파이나 정보요원의 지령 같은 느낌이 들었다.”한 번 사용해 본 사람들의 공통된 평이다. 바로 저 맛에, 오늘도 유저들은 국정원의 홈페이지를 제 집처럼 드나든다. ‘SPY 메일 시뮬레이션 게임’은 메일 작성 및 해독을 암호화하는 프로그램. 정보 보안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 주목적인데, 재미를 한껏 살렸다. 이메일 해킹을 통한 개인과 기업의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는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꽤 의미가 있다. 자, 국가정보원 홈페이지(www.nis.go.kr)상의 스파이 아카데미(SPY Academy)코너를 한번 클릭해 보자. 자신이 스파이가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어떤 게 있을까? 먼저 편지 암호화. 이는 냉전 시대 스파이들이 주로 사용하던 고전적인 수법으로 스파이 메일 시뮬레이션이 대표적인 예다. 이 스파이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초보적인 메일 암호화 수업의 하나다. 네티즌들은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자신이 작성한 이메일 암호화 사용방법을 익히게 된다. 일반인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게임 형식으로 개발된 ‘SPY 메일 시뮬레이션’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이메일에 암호를 설정·해독하는 기능을 첨부한 뒤 암호키를 부여하는 형태. 글씨가 깨지거나 특이한 문자가 사용되는 일반 암호와는 달리, 이메일에 담긴 글자 순서를 뒤섞어 암호화하는 퍼즐 형식이 특징이다. 이메일을 먼저 작성한 후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암호화(에너그램)를 실행하면 글자들이 뒤죽박죽으로 섞인 스파이 메일이 탄생한다. 시뮬레이터에서 만든 스파이 메일은 바로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상대에게 메일을 보낼 수 있어, 네티즌들끼리 ‘스파이 놀이’도 할 수 있다. 스파이 놀이란 암호화한 스파이 메일을 받은 네티즌이 편지의 암호를 깨고(크래킹) 원문을 해독하는 것을 말한다.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추리소설 마니아, 탐정영화 마니아들과 온라인 게임에 열광하는 네티즌들에게는 새로운 재미를 안겨준다. - 2단계 시뮬레이션도 선보일 예정 국정원은 2단계 시뮬레이션 메일 프로그램을 올해 안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2단계 시뮬레이션 메일 프로그램은 1단계 메일에 포함되지 않았던 고등수학 프로그램을 추가시키는 등 보다 복잡한 형태로 업그레이드된다. 2단계 시뮬레이션 메일 프로그램은 현재 제작 초기단계이며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추리 퀴즈도 있다. 1999년 첫 선을 보여, 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시간이 갈수록 스토리도 다양해지고, 문제 해결의 단서도 알쏭달쏭해져 네티즌들은 상당한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 추리퀴즈 마니아를 자처하는 김경훈(27ㆍ중앙대 경영 대학원)씨는 “추리 퀴즈를 읽어 내려갈 때마다 마치 내가 정보기관의 요원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예찬론을 폈다. 이 퀴즈는 매 단계마다 네티즌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법을 동원해 인기를 끌고 있는데, 문제의 정답을 바로 공개하지 않고 일정한 시간을 두는 방식을 택했다. 효과가 대단하다. 추리 소설 마니아들은 한 번 문제가 출제될 때마다 5,000~6,000여명이 정답에 도전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이렇듯 인기가 높아지자 터무니 없는 얘기도 나온다. 난제 사건을 퀴즈인 것처럼 포장해 네티즌들을 통해 실마리를 얻으려고 한다는 등의 주장이 그것. 그러나 국정원측은 “추리 퀴즈는 99년 5월부터 작가 황세연씨가 연재하고 있다”며 “내용은 전적으로 작가의 창작”이라고 밝혔다. 작가 황세연씨는 3월말께 그 동안 연재했던 퀴즈를 모아 2권의 책으로 낼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의 거듭나기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3ㆍ1절을 앞두고는 태극기 바탕 화면과 화면 보호기 등을 만들어 보급했다. 극장가에서는 장동건과 원빈이 태극기를 휘날렸고, 사이버 세상에서는 국정원이 만든 태극기가 휘날린 것. 국정원측은 “SPY 메일 프로그램과 추리 퀴즈 덕분에 네티즌들이 국정원 사이트에 방문하는 횟수가 크게 늘었다”며“국정원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판단, 앞으로 네티즌들을 위해 업그레이드 된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공보관실의 한 관계자는 “네티즌들이 보안 의식을 갖고 이메일을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온라인 게임을 만들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다”며 “곧 고난이도의 스파이 게임인 2단계 시뮬레이션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입력시간 : 2004-03-10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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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기 인턴기자 ck7024@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