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땅에서 건진 보약"건강을 위해" 유기농 농산물 상한가, 자연주의 마케팅 호황

웰빙라이프 ① 날개돋친 유기농제품
순수의 땅에서 건진 보약
"건강을 위해" 유기농 농산물 상한가, 자연주의 마케팅 호황


무우 1개 3200원, 배추 1통 4000원, 호박 1개 3400원… 현대백화점 압구정동에 있는 친환경 농산물 코너 ‘유기농 하우스’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야채 값이다. 일반 농산물과 비교해 2~3배 높은 가격이다. 그러나 광우병, 농약이 듬뿍 쳐진 수입 농산물, 유전자 조작 식품 등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가격부담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눈길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유기농 식품에 쏠리고 있다.

“가족 중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사람이 있어, 자연 식품을 애용하게 됐다.” 주부 윤숙형(39)씨는 질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유기농산물에 접했으나, 어느덧 열렬한 추종자가 됐다. “일반 식품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가족 전체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곡류는 물론 아이들 간식까지, 안심하고 먹을수 있는 유기농 제품을 사게 된다.” 그의 예찬론은 끊이지않을 태세다.

유기농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백화점과 할인점마다 유기농 전문 매장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유기농 하우스’, 롯데 백화점의 ‘푸룸’ 매장을 비롯해 이마트와 까르푸 등 할인점에서도 지난해부터 친 환경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심각한 경기불황 속에서도 농약과 화학비료 등 인체에 해로운 것을 사용하지 않거나 적게 사용해 재배한 유기농 식품의 지난해 하반기와 올 상반기 매출은 오히려 큰 폭으로 올랐다는 게 관계 업자들의 설명이다.

-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선택

유기농(organic)이란 화학비료나 농약 등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거나 극소량만 사용하고 퇴비와 같은 자연 자재를 이용하는 농법을 말한다. 이 때문에 유기농산물은 친환경농산물 또는 생명농산물이라고도 불린다. 국내 유기농에 대한 인증 및 검역 관리는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화학물질 사용의 정도에 따라 4등급으로 나뉜다. 3년 이상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은 ‘ 유기 농산물’, 1년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것은 ‘전환기 농산물’, 1년 이상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것은 ‘무농약 농산물’, 농약을 사용하되 허용치의 절반 이하로 사용해 재배한 것은 ‘저농약 농산물’등으로 나뉜다.

영국, 프랑스,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60~70년대부터 이미 화학비료를 주지 않고 재배하는 유기농 법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었고 90년대 이후 유기농 제품의 수요가 비약적으로 늘었다. 일찍이 과학이 발달했던 이들 나라에서는 화학물질의 남용과 그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을 목격했고 산업화가 초래한 인공적인 삶에 대해서도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은 자연에 따르는 삶을 지향하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 유기농을 시작한 것은 80년대. 그러나 일반인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3년 전,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한 것은 작년 하반기부터다. 처음엔 곡류나 채소, 과일 등 일차 농산물에 한정되었던 것이 지금은 유기농 밀을 가공해 만든 빵, 라면, 과자 그리고 유기농 야채를 넣고 만든 분유 등 다양한 천연 가공제품들이 생산되고 있다. 자연 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식품만이 아니다. ‘아베다’ ‘오리진스’ 등 천연 식물 및 과일 성분에서 추출해 만든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들은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니아 층을 넓혀가고 있다. 여러 가지 유기농 제품을 필요에 맞게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은 유기농 전문 매장. 생산 농가와 직거래 체제를 지향하는 전국적 유기농 전문 매장으로는 비영리 소비자조합이 운영하는 ‘한살림’, 가톨릭 농민회 조직에서 운영하는 ‘하늘ㆍ땅ㆍ물ㆍ벗’ 등이 대표적이다.

또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 음식을 선보이는 레스토랑도 많이 생겨났다. 유기농 및 친환경 법으로 재배한 20여종의 야채와 과일, 신선한 해산물을 갖춰 놓은 패밀리 레스토랑 마르쉐의 샐러드 바. 단 호박 안에 오곡 찰밥을 넣은 스패셜 오곡찰밥과 같은 참신한 메뉴를 갖춘 캐주얼한 분위기의 유기농 퓨전 레스토랑 ‘마켓ㆍ오’, 1만7000원으로 60여 가지의 유기농 야채와 고기로 만든 영양식을 맛볼 수 있는 한정식 바 ‘한쿡’은 자연식을 즐기려는 미식가들로 연일 북적거린다. 자연적 재배로 가꾼 농산물, 신선한 육류와 해산물을 이용하고 화학 조미료를 적게 사용하는 등 전형적인 건강식을 선보이는 이들 레스토랑의 또 하나의 특징은 맛도 일품이라는 점이다. ‘입에 쓴 게 몸에 좋다’는 옛말이 무색해 질 정도다. ‘마켓ㆍ오’의 지배인 박근재(30)씨는 “자연식이라고 하면 건강에는 좋지만 맛이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대중적인 입맛을 고려한 메뉴를 개발한 것이 우리 레스토랑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호텔이나 식당가마다 웰빙 족을 겨냥한 유기농 음식 행사도 한창이다. 63빌딩 뷔페식당 분수프라자는 다음달 말까지 유기농 봄나물 축제를 연다. 돌미나리, 냉이무침, 씀바귀 등 유기농 나물과 30여 종의 청정 야채를 이용한 샐러드 그리고 난투아 소수를 곁드린 왕새우, 직접 갈아 만든 딸기 주스, 호밀빵 등을 맛볼 수 있다.

- 자연친화적 농산물 인기, 맹신은 금물

이제 손끝만 뻗치면 ‘유기농’이라는 단어가 닿을 만큼 자연 친화적인 상품은 우리 사회 곳곳에 파고 들고 있다. 유기농 제품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인터넷 쇼핑몰도 여러 개다. 풀무원의 자회사로 유기농 제품을 판매하는 올가홀푸드(www.orga.co.kr)는 직영 농장에서 제품을 조달하며 곡류, 과일류, 반찬, 이유식과 건강 보조식 등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이팜(www.efarm.co.kr)은 특히 신선한 과일 상품이 인기다. 유기농하우스( www.uginong.com)는 한국 유기농 협회 및 국제 인증 마크를 획득한 식품만 취급하고 있어 신뢰할만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유기농 열풍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다. 유기농이 일반 농산물에 비해 값만 2~3배일뿐 영양이나 맛은 별 차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해외에서도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BBC인터넷판 뉴스는 지난 2000년 유기농 재배 농산물은 전반적으로 일반 농산물보다 비타민이 풍부하며 유기농을 섭취한 사람은 암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확고한 증거가 발견됐다는 연구단체의 결과를 인용 보도한바 있다. 또 유기농 제품의 높은 가격에 대해 카톨릭 회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의 맹주형 부장(36)은 “꼭 필요한 음식을 사서 버리지 않고 먹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유기농 식품 가격이 크게 비싼 것은 아닌 것 같다”며 “고객들은 유기농산물의 맛이 일반농산물보다 신선도와 당도가 더 높다는 얘기도 많이 한다”고 전했다.

또 한 가지 유기농을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조건 유기농산물만 먹으면 건강에 최고라는 맹신이다. 예를 들어 야채를 먹을 때는 한 가지 종류만 먹지 말고 여러 색깔의 야채를 골고루 먹도록 신경 써야 한다. 사람들이 자연식에 싫증을 내지 않고 지속적으로 먹게 하기 위해서는 맛있는 유기농 조리법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유기농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날 전망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유기농 검역법을 강화해 유기농 제품의 신뢰성을 더욱 돈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세화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3-24 22:28


전세화 자유기고가 newswriti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