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웬 살色냠녀가 벌건 대낮에 물고 빠네"거리고 나간 에로, 공공노출·엽기섹스가 판친다

[르포] 에로영화 야외촬영 동행취재
"어! 웬 살色냠녀가 벌건 대낮에 물고 빠네"
거리고 나간 에로, 공공노출·엽기섹스가 판친다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국내 에로업계는 최근 몇 년간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에로비디오 시장은 완전히 무너졌고, 에로영화 제작사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로영상물은 여전히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다. 에로영화 제작사의 빈자리를 인터넷과 모바일 성인콘텐츠업체들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비디오시대와 비교해 달라진 것이 있다면 더 이상 에로는 영화를 지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토리의 호흡은 짧아졌고, 내용은 이른바 기획물이란 이름 아래 엽기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포르노 홍수 시대의 생존법’이라고 말한다. 최근 유행하는 인기콘텐츠라는 공공노출 촬영현장의 뒤를 쫓아 에로의 오늘을 엿봤다.

- 아침공기 가르는 야릇한 신음소리

3월15일 새벽 6시 일산 호수공원. 마이크로버스 앞으로 여배우와 스태프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아직 잠에서 덜 깬 여배우 승아(23)는 넋 나간 표정으로 연신 눈을 부벼댔다. 연출 겸 카메라를 맡은 신영호감독(33)은 일초가 아까운 듯 빨리 메이크업부터 하라고 재촉했다.

에로촬영장치고는 스태프가 대규모였다. 감독, 여배우, 남배우, 메이크업 등을 포함 총 10명. 신감독은 식구가 많아진 이유에 대해 공공노출 촬영 특성상 이른바 ‘스크린’(촬영장면을 다른 사람들이 못 보도록 막아 주는 일)을 쳐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시가 되자 일사불란한 작전지시가 떨어졌다. 그날 주요 촬영은 공원과 지하철, 마이크로버스 장면이었다.

“믿어도 되지? 원래 에로는 도둑촬영이 전공이야. 사람들 신경 쓰지 말고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브래지어에 팬티만 달랑 차려입은 승아는 베이지색 긴 코트하나를 걸쳐 입었다.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 숫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었다. 아침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아웃사이더 한 무리가 호수공원의 한 벤치로 몰려 들어갔다. “지금이야 벗어!”라는 감독의 큐 사인과 함께 승아는 찬 아침공기 속에 속살을 드러냈다.

스태프들이 막는다고 주위를 둘러쌓지만 이내 주변을 지나치는 사람들의 눈길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긴장된 표정 속에서도 승아는 감독의 카메라에 맞춰 게슴츠레한 눈길연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다리가랑이가 벌어지고 음모가 살짝 비치는 팬티 옆으로 공원 풍경이 걸쳐졌다.

“이거 좀 심심하네. 남자가 와서 옆에 앉고 서로 자위해주는 건 어떨까? 일단 한번 가보자고.” 남자배우가 여배우의 옆자리에 앉자마자 곧바로 서로의 팬티 속으로 손이 빠져 들어갔다. 이어서 상쾌한 아침공기를 향해 야릇한 신음소리가 퍼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훔쳐보듯 현장을 비켜갔지만 3-4명은 계속해서 촬영장면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경찰신고가 들어가지는 않았을까. 오히려 기자가 노심초사하는 사이 아슬아슬하게 촬영이 끝났다. 불과 30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아주 오랜 시간처럼 느껴졌다. 마이크로버스에 올라탄 촬영팀은 자유로 쪽으로 차를 몰았다. 남배우와 여배우는 심하게 추위를 타고 있었다.

‘힘들지 않냐’는 당연한 질문밖에 던질 말이 없었다. 남자 에로배우 중 중견에 속하는 신영우(28)는 “엽기적인 페티시 촬영보다 공공노출이 차라리 나아요. 금방금방 끝나잖아요. 요즘은 영화 같지 않아서 정말 별짓을 다해요. 여배우 발을 입으로 빠는 건 기본이구요. 음식을 몸에 쏟아 붓고 먹기도 하고…. 하여튼 이런 짓까지 해야 하나 싶을 때도 솔직히 있죠.”

- 도로 위 섹스신에 '아찔'

자유로 위를 달리는 마이크로버스 안은 순간 베드신 장소로 변했다. 카메라는 알몸의 남녀가 버스좌석에서 뒹구는 장면을 붐비기 시작한 출근차량을 배경으로 집요하게 담아냈다. 차 안의 열기는 후끈 달아올랐고 승아도 과감해지기 시작했다. ‘하이’(절정연기를 뜻하는 에로업계 은어)를 가라는 신호가 떨어지자 후배위 자세를 잡고는 버스유리에 가슴을 들이밀었다. 교통사고 없이 촬영이 끝나기를 빌 수밖에 없었다.

서울로 들어온 마이크로버스는 한 러브호텔에 멈춰 섰다. 좀 더 진한 베드신을 담기 위해서 였다. 오후 2시 촬영팀은 지하철 5호선 애오개 역으로 향했다. 신감독은 전열을 다시 한번 정비했다. 지하철 촬영은 공공노출 중에서도 가장 고난도에 속하는 모험이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촬영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10여명이나 되는 일행이 몇 번의 지하철을 갈아탔다. 비교적 사람이 없는 전철 칸을 노리고 노린 끝에 촬영에 성공했다. 승아는 아주 짧은 스커트를 입고 순발력 있게 사인에 따라 때론 음란하고 때론 요염한 연기를 펼쳤다. ‘인의 장막’ 효과는 예상외로 탁월했다.

신감독은 이쯤에서 하루 뒤에 다시 만나자고 제의했다. 여배우를 바꿔 엘리베이터와 상가에서 촬영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월16일 저녁 마포에 위치한 한 주상복합 건물을 찾았다. 막 저녁식사를 끝냈다는 촬영팀은 전날에 비해 조금 피곤해보였다. 공공노출의 또 다른 주인공인 민지(26)는 엘리베이터 걸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 "쪽팔리긴 하지만 재밌어요"

알음알음으로 동원된 남자 엑스트라 8명이 다 모이자 촬영이 시작됐다. 엘리베이터에 남자들이 죽 둘러선 가운데 민지는 옷을 벗는가 하면 성추행을 당하며 오히려 흥분하는 연기를 했다. 민지는 “이렇게 많은 남자들 앞에서 옷 벗어보긴 진짜 처음이예요. 쪽 팔리긴 하지만 할 수 없죠. 그래도 막상 해보니까 재밌어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민지는 행인들이 오가는 지하상가에서 브래지어와 팬티차림으로 깜짝 노출쇼를 연출하기도 했다. 엑스트라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진짜 행인이 뒤섞여 지나가다 기겁을 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신감독은 이 촬영을 끝으로 안양에 있는 PC방으로 가서 촬영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공공노출 촬영장 공개는 상가 장면까지가 끝이었다.

촬영팀이 자리를 뜨기 전 “아무리 에로래도 이건 좀 너무 심한 작업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신감독은 기획자에게 물어보라며 공을 넘겼다. ‘대리만족-공공노출’(가제)이라는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한 인터넷 성인영화관 야시시(www.yasisi.co.kr)의 박경영 실장은 “미국, 일본, 한국 포르노까지 난무하는 세상이다. 노출 경쟁이 안되는 만큼 평범한 콘텐츠로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면서 “그나마 공공노출과 엽기가 가장 잘 먹히는 아이템”이라고 털어놓았다.

공공노출은 포르노로도 더 이상 자극을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선호되는 변태적 장르다. 또한 공공노출은 훔쳐보기와 역설적으로 찰떡궁합을 이루고 있다. 보여주고 싶은 사람과 훔쳐보고 싶은 사람이 동일한 콘텐츠에서 서로의 욕망을 해결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공공노출 콘텐츠가 유행한다는 것은 더 이상 음란해질 것이 없는 사회가 됐다는 말과 같다.

<에로배우 민지> "남자들의 짜릿한 시선이 좋아"
   

- 에로배우 경력과 전직은?

“한 5년간 댄스 도우미로 일했다. 에로배우로 데뷔한 건 올 1월이다.”

- 에로영화와 기획물의 차이점은?

“영화는 몇 편 해봤는데 아무래도 연기력이 필요해서 너무 어렵다. 난 차라리 이런 기뭐걋?재밌고 편하다. 내 느낌대로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좋다. 직업이 에로배우인데 옷 벗는 게 뭐 어렵나.”

- 공공노출 콘텐츠가 왜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보는가?

“남자들은 항상 엿보고 싶어 하지 않는가. 일종의 대리만족이라고 본다. 뭐랄까. 헤픈 여자? 그런 여자를 영상으로나마 만나고 싶은 욕구일 것이다.”

- 평소 노출패션을 즐기는 편인가?

“야하고 튀는 옷을 원래 좋아한다. 집에 있는 스커트도 대부분 히프 선까지 오는 일명 똥꼬치마다. 남자들 시선이 집중되면 좀 짜릿한 느낌을 받는다.”

- 에로배우로서 어려운 점은?

“어느 촬영장이나 자위행위 연기를 요구하는데 그게 제일 힘들다. 자위행위를 해본적도 없고 해보고 싶지도 않다. 포르노나 에로영화를 보고 적당히 연기한다.”

- 남자친구는 있나?

“에로쪽 일을 하면서 정리했다. 지금은 남자친구는 없고 가끔 만나는 섹스파트너는 두 명 쯤 있다. 난 그 쪽에 좀 적극적인 편이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은?

“빨리 돈 벌어서 부모님이 알기 전에 이 일을 그만 두는 것이다. 연예인들이 누드를 찍듯 나 역시 젊은 시절에 추억을 남겼다고 기억하고 싶다.”

이형구 르포라이터


입력시간 : 2004-03-24 22:37


이형구 르포라이터 dicalazzi@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