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기 쉽고 꾸미기 편하지 이만한 홈피 있나요?생성·관리 간편한 온라인 일기장… 쓰임새 다양해 너도나도 분양 대열
사이버공간에 부는 '블로그' 열풍 짓기 쉽고 꾸미기 편하지 이만한 홈피 있나요? 생성·관리 간편한 온라인 일기장… 쓰임새 다양해 너도나도 분양 대열
- 홈페이지의 변종? 관계 마케팅의 성공? '블로그(Blog)’란 '웹'(Web)과 '인터넷 일지'(Log)의 합성어다. 블로그의 가장 큰 특징은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블로그 서비스에 접속해 자신의 정보 몇 개만 입력하면, 단 몇 분만에 개인 블로그가 생성되고 나만의 방을 꾸미게 된다. 사람들은 좀더 단순하고 핵심적인 기능에, 패스트푸드처럼 쉽게 만들어 사용하는 이러한 '인스턴트 홈페이지'에 열광하고 있다. 즉, 정보 공유와 최소한의 기능을 갖춘 간단한 툴만 갖고 진화한 것이 바로 블로그다. 블로그는 온라인 상에 자신만의 작은 공간을 확보해 사적인 기록, 의견, 기사 등 다양한 내용을 자발적으로 올려 놓았다는 점에서 '온라인 일기장'의 성격이 강하다. 또한 쓰임새가 매우 다양해 커뮤니티, 오피니언, 사진첩, 모바일, 마케팅 블로그 등 다양한 형태와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블로그에 참여하는 다수의 사람을 '블로거'(Blogger)라고 부른다. 블로그가 다른 홈페이지와 다른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주변 사람들과 맺는 관계의 깊이와 다양성이다. 홈피를 방문하는 사람 중, 자신과 친한 사람과 '1촌 맺기'로 끈을 맺어 주는 것이다. 친구의 1촌과 그의 1촌, 또 그의 1촌의 미니 홈피를 연쇄 방문하는, 일명 '파도타기'가 유행하면서 미니 홈피 방문자들의 평균 체류 시간은 1시간을 넘어 섰다. 즉, 마음에 맞는 블로거들을 친구, 이웃, 친척 등으로 등록하고 이들의 블로그에 연속해 옮겨가는 식의 파도타기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며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 온라인 상의 내 방, 구경해 보실래요? 최근 특정인의 블로그가 언론에 주목 받은 적이 있다. 사생활 공개를 극히 꺼리는 삼성그룹 회장의 막내딸이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일상과 가족 이야기 등을 올리면서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한 것. 또 노무현 대통령의 며느리와 최근엔 박근혜 의원이 블로그를 통해 개인적인 생활을 일부 공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외국의 블로그에는 공적 메시지를 담은 '1인 미디어'가 많다면, 한국에서는 이처럼 사생활을 살짝 보여주는 공개 일기장이 많다. 특히 여성 블로거는 아바타를 예쁘게 치장하듯, 자신의 방을 꾸미는 데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여성들이 어릴 적에 종이인형에 옷 입히기를 즐겼듯, 온라인 아바타 꾸미기에 매달리다가 요즘엔 블로그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내 과거와 현재의 사진과 친구, 애인, 나에 대한 평가, 느낌 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블로그는 온라인 상에 형성하는 또 다른 자아인 셈이다. 자신의 외모를 가꾸고 싶은 것처럼 자신의 자아인, 미니 홈피도 가꾸고 싶어지는 것이다. 한 여성 블로거는 "오늘은 내 홈피에 누가 다녀갔는지, 어떤 답글과 방명록을 남겼는지 궁금해서 매일 들어 가게 된다"고 말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직접 아는 사람은 아니더라도 그의 과거와 현재 모습, 그의 친구, 애인, 그에 대한 평가 등을 보면서 친숙한 이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한다. - 디카, 폰카 인기와 더불어 나날이 발전 최근 몇 년 사이, 블로그가 폭발적인 인기를 끈 데에는 디지털 카메라(디카)와 휴대폰 카메라의 폭발적인 보급이 한몫 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커뮤니티 공간과는 달리, 나만의 공간을 남들에게 예쁘게 보여 주고 욕구가 생기면서 정성 들여 관리하는 것이다. 즉, 단순히 글만 올리는 게시판을, 비주얼한 사진을 함께 올림으로써 다양하게 변화시켰다. 또 스스럼 없이 셀프 카메라를 찍고, 합성 사진을 제작하는 네티즌들의 급증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연예인 블로거의 경우, 스타들의 진솔한 면모를 엿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블로그 인기몰이에 크게 한 몫 했다. 블로그는 또한 이번 탄핵 정국에서도 드러났듯, '1인 미디어'의 새로운 매개체로 부상하였다. 한 블로그 운영 사이트의 경우, 수 천명의 블로거가 블로그 제목에 '탄핵 반대'라는 뜻을 밝혔고, 탄핵과 관련한 게시물도 수 만 건에 이르렀다. 블로거들은 탄핵을 주도한 국회의원들의 과거와 두 야당의 현실 등을 글과 동영상,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자신의 블로그에 속속 올렸으며, 이 표현물들은 자신의 블로그와 연결된 이들에게 실시간으로 전파됐다. - 오프라인과 온라인 세계를 적절한 공유가 바람직 싸이월드를 비롯해 네이버, 야후, 엠파스 등에 있는 블로그를 합치면 국내에서 개설된 블로그는 2,000만개에 육박한다. 이 중 활성화된 블로그는 수백 만개에 이른다. 하지만 블로그가 장밋빛 세상만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보다 더욱 개인적이고 은밀한 공간이기 때문에 통제가 불가능한 영역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또 만약 블로그 운영사이트가 문을 닫으면 공들여 모아 두었던 기록이 일시에 사라질 염려도 있다. 그리고 오프 라인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소속감이나 불만을 온 라인 공간에서만 풀려고 하면, 실제 생활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곳은 오프 라인이지, 온라인이나 매트릭스의 세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 2004-04-21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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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주희 객원기자 cutyhe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