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숲에서 행복을 찾아요"자연에서 피어나는 가족사랑·이웃사랑, 소중한 생명 체험도

[동호회 탐방] 숲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숲사모>
"우린 숲에서 행복을 찾아요"
자연에서 피어나는 가족사랑·이웃사랑, 소중한 생명 체험도


주말이면 ‘나홀로 취미생활’을 즐기기보다 온 가족이 동참하는 동호회 활동을 꿈꿔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대부분의 동호회가 개인활동에 초점을 맞춘 까닭에 막상 가족 단위로 참여할 수 있는 동호회를 찾기란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숲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숲사모)에서는 이런 걱정을 툭 털어 버려도 좋다. 숲을 좋아하는 어른들은 물론, 어린 자녀들도 한마음이 돼 숲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소모임이 기다리고 있다.

환경과 생태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요즘, 꼭 한번 들러보면 좋을 동호회 ‘숲사모’(http://cafe.daum.net/forest21)는 2001년 8월 개설됐으나 오프라인 활동이 활발한 동호회중 하나다. 회비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나와 회원간의 친목을 다지는 정기모임 ‘이끌림(林)’, 각지의 궁궐을 다니며 그 속에서 자라는 나무를 보고 배우는 ‘궁궐의 우리 나무’, 숲 속 나무들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따라 그리면서 나무박사가 되는 ‘세밀화 그리기’ 모임 등 소규모 모임이 수시로 열린다.

- 숲과 인간이 하나되는 생태탐방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모임의 백미는 매달 넷째 주 일요일에 열리는 정기 생태탐방이다. 환경생태교육을 보급해온 남효창(44) 박사가 2002년 설립한 숲연구소(http://www.ecoedu.net)와 컨텐츠를 공유해 다양한 생태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호응도가 높다. 혹한기인 12월과 1월을 제외하고 매달 열리는 ‘숲 생태탐방’ 행사는 남산, 홍릉수목원, 도봉산, 북한산 국립공원 등 당일 코스는 물론, 지리산 산청학습원이나 변산반도 국립공원을 순례하는 무박 2일 코스도 준비돼 다양하다. 이중 3월 말 홍릉수목원에서 열린 제22회 숲 생태탐방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숲 생태탐방은 매번 40~60명 회원들이 참여한다. 한번 모임 때마다 참여하는 인원 수가 적지 않은 탓에 모둠 당 10명 내외로 나뉘어 움직인다. 각 모둠에는 숲 생태해설사 양성전문교육을 받은 회원들이 한 명씩 동행한다. 식물에 대한 설명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나무토막퍼즐, 교목ㆍ관목 모양 퍼즐, 청진기 등 다양한 체험도구를 갖고 다니며 적당한 장소를 발견하면 숲 생태해설사의 리드 아래 다양한 놀이를 한다. 가족 단위의 동호회원들이 숲을 한 바퀴 돌면서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배려한 것.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는 어떻게 하는지 알죠? 산수유꽃이 피었습니다 하면, 몸은 움직이면 안되고 손만 움직여요. 나무는 가지만 바람에 흔들리니까요. 그러면 토끼꽃이 피었습니다 하면,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면 되는 거예요. 까치 꽃이 피었습니다 하면, 까치처럼 훨훨 날아서 오세요.”

이처럼 관념적인 지식으로만 대했던 숲의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즐거운 숲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이 숲사모 활동의 장점이다. 회원들은 먹지 못하는 철쭉과 먹을 수 있는 진달래의 구별법을 배우고, 주변의 나무들을 보며 관목과 교목의 차이점을 깨닫는다. 또한 나무에 대한 잘못된 상식도 새롭게 깨우칠 수 있다. 일례로, 우산도 없이 집을 나섰는데 숲에서 갑자기 소나기를 만났다면, 활엽수 아래로 피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침엽수 아래가 좋을까? 흔히 활엽수가 잎이 넓으니 비를 잘 막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침엽수’가 정답이다. 빗물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가지를 타고 흐르는데 침엽수는 수형이 약간 옆으로 쳐져 있어 가지 끝으로 빗물이 모여 흘러내리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숲사모에서 활동했다는 주부 유혜경(43)씨는 “평소 산이 좋아서 자주 다니긴 했지만 나무 이름은 자세히 몰랐어요. 하지만 숲사모에서 활동하면서 이젠 조금씩 나무 이름이나 잎의 차이점이 눈에 들어오면?하나하나 알아 가는 게 재미있어요. 요즘은 현장학습도 일부러 시킨다는데,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은 것도 좋구요”하고 동호회 예찬에 여념이 없다.

- 자연사랑과 가족사랑이 한 자리에

이날 탐방과정에서 가장 호응이 컸던 체험활동은 ‘나무의 심장소리 듣기’였다. 청진기를 하나씩 나눠주면, 각자 뿌리에서부터 줄기로 물 빨아올리는 소리를 듣는 것. 회원들은 나무 밑동에 달라붙어 뿌리에서부터 줄기로 물 빨아올리는 소리를 잡아내기에 바쁘다. ‘슉슉’ 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아빠, ‘꾸르륵꾸르륵’ 소리가 난다는 꼬마…. 평생에 한번 들을까말까 한 나무의 숨소리를 들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렇게 숲을 만져 보고 소리도 들어보면서 인간도 자연의 일부란 것을 몸소 느끼는 체험은 무엇보다 소중한 경험이다. 생명의 경외감도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자연과 교감하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동호회원들에게 예상치 못한 큰 선물까지 안겨준다. 체험활동을 하면서 탁 트인 공간 속에서 가족간 대화의 장도 자연스레 펼쳐지기 때문이다. 회사원 전미연(33)씨는 “흔히 일상 속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라는 게 대개 공부나 숙제에 대한 얘기뿐이잖아요. 그런데 가족 단위로 와서 자연을 배우고, 그걸 계기로 서로 편안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좋아 보여요”하며 웃음 짓는다.

오전 체험이 다 끝나고 각자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나면, ‘나만의 생태도감 만들기’로 숲 생태탐방의 대미가 장식된다. 동호회에서 나눠준 속지와 표지를 이용해 정성껏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하는 사람,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와 열매를 주워 붙이는 사람, 저마다 자신만의 표현방식을 살리다 보니, 같은 식물을 이야기해도 겉모습은 모두 다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식물의 모습을 담고 설명을 적어 넣은 각자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서로 감상하는 시간도 가지면, 작은 전시회가 따로 없다.

어른들은 동심으로 돌아가 숲과 하나가 되고, 아이들은 평소 얼굴 보기도 힘들었던 아빠와 함께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시간, 숲사모에서는 그렇게 온 가족이 행복한 시간을 일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숲에 모여 나무의 심장소리를 듣고, 숲의 피부를 매만지며 자연의 푸른 숨결을 느끼는 숲사모로 달려가 보자.

고경원 객원기자


입력시간 : 2004-04-28 21:14


고경원 객원기자 aponi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