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모 된 탤런트 김민, 정 떼기 무서워 처음엔 망설이기도하루가 다르게 정 새록새록, "국내 입양 활성화 됐으면" 바람
[사회] 애잔한 아이 눈망울 보면 짠한 마음에 매일 눈물바람 위탁모 된 탤런트 김민, 정 떼기 무서워 처음엔 망설이기도 하루가 다르게 정 새록새록, "국내 입양 활성화 됐으면" 바람
- “아기 재롱에 시간가는 줄 몰라요” 그 간 전남 나주의 영아원에서 자라온 은석이가 김민의 집에 온 것은 5월 9일. 아기를 낳은 것은 물론 결혼도 안 한 처녀인 그녀가 ‘위탁’이란 과정을 통해 엄마가 됐다. 며칠 사이 광대뼈가 도드라지도록 수척해진 얼굴에선 고충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배어 나오지만, 그녀는 “ 아기 재롱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고 말한다. SBS TV ‘ 일요일이 좋다’가 캠페인용으로 방영중인 프로그램인 ‘ 사랑의 위탁모’ 에 출연해, 위탁모를 체험중이다. 전도연, 엄정화에 이은 세 번째 출연자다. 두 사람에게 위탁된 아이는 방송 10여일만에 해외 입양됐다. 사실 김민은 은석이를 맡기 며칠 전부터 걱정으로 밤잠을 설쳤다. 평소에도 아기를 워낙 좋아해 친척집이나 친구집에 가면 몇 시간씩 아기를 데리고 놀아 주곤 했지만, 잠깐 애를 돌보는 것과 전적으로 엄마 역할을 하는 것을 어찌 비교할 수 있을 것인가. 더욱이 부모님이 미국에 거주하는 터라, 어머니께 도움을 구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고심 끝에 생후 9개월 난 아들을 둔 친구 부부를 생이별하게 만들었다. 은석이가 오기 전날부터, 동갑내기 친구 채지연 씨가 아들을 데리고 김민의 집에 들어 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처음 ‘위탁모’ 제의를 받았을 때는 무서웠어요. 아기를 키우는 것도 걱정이지만, 정을 떼는 과정도 힘들 것 같고… 포기할까도 생각했는데 누군가로부터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 경험이 아기한테는 꼭 필요하기에 거절할 수 없었어요.”김민의 마음을 아는 듯 은석이는 한시도 그녀의 품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그것이 그녀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 처음 오던 날은 아무한테나 잘 안기고 그랬는데 지금은 꼭 저만 찾아요. ‘ 이 사람은 내 엄마다’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잠시 친구 아기를 한 번 쳐다보기만 해도 방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소리치고 우는 통에, 달래느라 애를 먹는다. 은석이는 ‘ 엄마’가 다른 아기에게 눈길을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질투를 느끼고 몹시 속이 상하는 모양이다. 그런 은석이를 돌보기 위해 김민은 개인적인 생활을 과감하게 접었다. 하루 두 시간씩 빼놓지 않고 해 온 운동(헬스와 요가)도 포기했고, 집안 청소하고 빨래하는 것도 은석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을 이용해 후딱 해치울 만큼 정성을 쏟고 있다. “ 옛날엔 어떻게 애를 줄줄이 낳아 길렀는지 몰라요”하며 혀를 내두르지만, 잠깐의 외출도 불안해 할 정도로 변해 버린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놀랄 정도이다. 전날은 하도 디스크가 있는 허리가 아파, 은석이가 잠든 틈에 지압을 받으러 갔다가 끝내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일어섰다. “ 아이 소리가 잠시만 안 들리면 불안하고, 얼굴이 눈에 밟혀서 견딜 수 없더라고요.”
- 영리한 아이, 눈치로 변하지 말았으면 아기가 사랑스러운 만큼, 올바른 양육에 대한 고민도 크다. 처음 만난 날에도 입에 사탕을 물고 있던 은석이는 유독 단 것을 좋아해 걱정이다. 돌이 지났음에도 아직 분유를 떼지 못한 것도 고민거리. “ 입이 짧아서 이것저것 먹지를 않아요. 야단을 쳐서라도 버릇을 고쳐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부모의 손길을 살뜰히 받고 자라는 친구의 아이와 비교할 때면, 한층 마음이 무거워진다. “ 내 자식이면 그런 거(사탕 같은 것) 안 주고 싶었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한다. 집안 곳곳에는 아기와 김민이 함께 찍은 사진이 소중하게 걸려 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영락없이 혈육인 것으로 알 법하다. “ 양부모에게 입양되면 사진은 전부 보낼 거예요. 뭐가 남아 있으면 더 힘들 것 같아요. 전 기억만으로도 충분한 걸요.” 그러나 밤마다 잠든 아기를 보면 마음이 짠해 눈물을 펑펑 쏟는다. 아기의 앞날을 생각하면 이것저것 마음에 걸리는 것이 많지만 그 중 먼저 염려되는 것은 아이의 정서적인 문제이다. “ 은석이는 또래에 비해서 상당히 영리해요. 말귀도 다 알아 듣고, 하나를 가르쳐 주면 금방 두 개를 할 줄 알죠. 그런 똑똑함이 혹여 눈치로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은석이는 현재 국내 입양을 추진 중이다. 매년 친부모가 양육을 포기한 아동이 6,000여 명에 이르지만, 이중 1,600여 명만이 국내에서 새 가정을 찾는다. 특히 사내 아이의 경우 국내에서 적합한 양부모를 만나기는 더 어렵다. 여자 아이는 예쁘게 키워서 시집 보내면 그만이지만, 사내 아이는 호적 등 신경 쓸 거리가 많다고 기피하는 게 현실인 때문. “사내 아이 키우는 게 어렵다지만 실제 맡아 보니 정말 사랑스러워요. 아이의 성별, 외모, 건강 등을 따지는 인식이 바뀌어 국내 입양이 활성화 됐으면 좋겠어요.” 첫 방송은 5월 16일 오후 6시.
입력시간 : 2004-05-1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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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