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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애잔한 아이 눈망울 보면 짠한 마음에 매일 눈물바람
위탁모 된 탤런트 김민, 정 떼기 무서워 처음엔 망설이기도
하루가 다르게 정 새록새록, "국내 입양 활성화 됐으면" 바람


5월 15일 오전 9시.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탤런트 김민(31)의 집에서는 아침부터 경쾌한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아기들이 좋아하는 ‘ 당근송’이다. “아~아~아~아. 나 좋아 하니? 보고 싶니? I love you, love me~”.

전주가 시작되기 무섭게 갓 돌을 지난 은석이는 발딱 일어서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든다. 동그랗게 눈에 힘을 주고 팔을 위 아래로 흔드는 모양이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 외모도 잘 생겼지만, 행동은 또 얼마나 귀엽다고요. 너무 예뻐서 정이 많이 가요.”




탤런트 김민이 은석이와 함께 바깥나들이를 나왔다



- “아기 재롱에 시간가는 줄 몰라요”

그 간 전남 나주의 영아원에서 자라온 은석이가 김민의 집에 온 것은 5월 9일. 아기를 낳은 것은 물론 결혼도 안 한 처녀인 그녀가 ‘위탁’이란 과정을 통해 엄마가 됐다. 며칠 사이 광대뼈가 도드라지도록 수척해진 얼굴에선 고충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배어 나오지만, 그녀는 “ 아기 재롱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고 말한다. SBS TV ‘ 일요일이 좋다’가 캠페인용으로 방영중인 프로그램인 ‘ 사랑의 위탁모’ 에 출연해, 위탁모를 체험중이다. 전도연, 엄정화에 이은 세 번째 출연자다. 두 사람에게 위탁된 아이는 방송 10여일만에 해외 입양됐다.

사실 김민은 은석이를 맡기 며칠 전부터 걱정으로 밤잠을 설쳤다. 평소에도 아기를 워낙 좋아해 친척집이나 친구집에 가면 몇 시간씩 아기를 데리고 놀아 주곤 했지만, 잠깐 애를 돌보는 것과 전적으로 엄마 역할을 하는 것을 어찌 비교할 수 있을 것인가. 더욱이 부모님이 미국에 거주하는 터라, 어머니께 도움을 구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고심 끝에 생후 9개월 난 아들을 둔 친구 부부를 생이별하게 만들었다. 은석이가 오기 전날부터, 동갑내기 친구 채지연 씨가 아들을 데리고 김민의 집에 들어 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처음 ‘위탁모’ 제의를 받았을 때는 무서웠어요. 아기를 키우는 것도 걱정이지만, 정을 떼는 과정도 힘들 것 같고… 포기할까도 생각했는데 누군가로부터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 경험이 아기한테는 꼭 필요하기에 거절할 수 없었어요.”김민의 마음을 아는 듯 은석이는 한시도 그녀의 품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그것이 그녀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 처음 오던 날은 아무한테나 잘 안기고 그랬는데 지금은 꼭 저만 찾아요. ‘ 이 사람은 내 엄마다’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잠시 친구 아기를 한 번 쳐다보기만 해도 방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소리치고 우는 통에, 달래느라 애를 먹는다. 은석이는 ‘ 엄마’가 다른 아기에게 눈길을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질투를 느끼고 몹시 속이 상하는 모양이다.

그런 은석이를 돌보기 위해 김민은 개인적인 생활을 과감하게 접었다. 하루 두 시간씩 빼놓지 않고 해 온 운동(헬스와 요가)도 포기했고, 집안 청소하고 빨래하는 것도 은석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을 이용해 후딱 해치울 만큼 정성을 쏟고 있다. “ 옛날엔 어떻게 애를 줄줄이 낳아 길렀는지 몰라요”하며 혀를 내두르지만, 잠깐의 외출도 불안해 할 정도로 변해 버린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놀랄 정도이다. 전날은 하도 디스크가 있는 허리가 아파, 은석이가 잠든 틈에 지압을 받으러 갔다가 끝내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일어섰다. “ 아이 소리가 잠시만 안 들리면 불안하고, 얼굴이 눈에 밟혀서 견딜 수 없더라고요.”

친구 채지연(왼쪽)씨의 생후 9개월 된 아이와 함께 지내는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 영리한 아이, 눈치로 변하지 말았으면

아기가 사랑스러운 만큼, 올바른 양육에 대한 고민도 크다. 처음 만난 날에도 입에 사탕을 물고 있던 은석이는 유독 단 것을 좋아해 걱정이다. 돌이 지났음에도 아직 분유를 떼지 못한 것도 고민거리. “ 입이 짧아서 이것저것 먹지를 않아요. 야단을 쳐서라도 버릇을 고쳐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부모의 손길을 살뜰히 받고 자라는 친구의 아이와 비교할 때면, 한층 마음이 무거워진다. “ 내 자식이면 그런 거(사탕 같은 것) 안 주고 싶었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한다.

집안 곳곳에는 아기와 김민이 함께 찍은 사진이 소중하게 걸려 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영락없이 혈육인 것으로 알 법하다. “ 양부모에게 입양되면 사진은 전부 보낼 거예요. 뭐가 남아 있으면 더 힘들 것 같아요. 전 기억만으로도 충분한 걸요.” 그러나 밤마다 잠든 아기를 보면 마음이 짠해 눈물을 펑펑 쏟는다.

아기의 앞날을 생각하면 이것저것 마음에 걸리는 것이 많지만 그 중 먼저 염려되는 것은 아이의 정서적인 문제이다. “ 은석이는 또래에 비해서 상당히 영리해요. 말귀도 다 알아 듣고, 하나를 가르쳐 주면 금방 두 개를 할 줄 알죠. 그런 똑똑함이 혹여 눈치로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은석이는 현재 국내 입양을 추진 중이다. 매년 친부모가 양육을 포기한 아동이 6,000여 명에 이르지만, 이중 1,600여 명만이 국내에서 새 가정을 찾는다. 특히 사내 아이의 경우 국내에서 적합한 양부모를 만나기는 더 어렵다. 여자 아이는 예쁘게 키워서 시집 보내면 그만이지만, 사내 아이는 호적 등 신경 쓸 거리가 많다고 기피하는 게 현실인 때문. “사내 아이 키우는 게 어렵다지만 실제 맡아 보니 정말 사랑스러워요. 아이의 성별, 외모, 건강 등을 따지는 인식이 바뀌어 국내 입양이 활성화 됐으면 좋겠어요.” 첫 방송은 5월 16일 오후 6시.

위탁가정, 사랑으로 키울 수 있어야
  
입양 전 아기를 양육하는 위탁가정이 되기 위해선 갖추어야 할 일정 요건이 있다. ▲신청자와 가족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전한 가정 ▲신청할 당시의 나이가 만 25세 이상 55세 미만으로 아동을 낳아 양육한 경험이 있는 가정 ▲미취학 연령의 자녀가 없는 가정으로 가족 모두가 위탁가정에 협조적인 가정 ▲가족 수에 비해 방의 여유가 있고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기할 수 있는 생활 환경을 가지고 있는 가정 등이다.

이상에서 조건들 중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 가족들의 합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홀트아동복지회 홍보팀 이현주 씨는 "아이는 혼자 키우는 것이 아닌 만큼 가족들간 사전에 충분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위탁 기관에 따라 하루 1만 4,000원~1만 5,000원의 수고비를 지급하는데, 아기를 보는 고생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액수다. 따라서 일종의 부업으로 생각하고 덤벼드는 것은 금물이다. 기관들은 예고 없이 가정을 방문하여, 보육 환경을 파악하기도 한다. 적합한 위탁 가정으로 판단되면, 아기 돌보기에 관한 교육을 하루 (4시간 정도) 받은 후 양육을 맡게 된다.

더 자세한 사항은 홀트아동복지회(02-322-8671), 대한사회복지회(02-552-7740), 동방사회복지회(02-332-3941~5)로 문의하면 된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 2004-05-1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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