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이용한 교묘하고 과도한 '부하직원 괴롭히기'에 대항정신적·육체적 체증 해소, 기분전환에 효과적인 '복수극'

스트레스 해소게임 인기, 속 후련한 '직장상사 죽이기'
자리 이용한 교묘하고 과도한 '부하직원 괴롭히기'에 대항
정신적·육체적 체증 해소, 기분전환에 효과적인 '복수극'


“사장이 열 받게 할 때마다 볼펜 한 자루, 라면 두 개, 공책 한 권씩 가져가서 복수를 합니다. (가령 볼펜을 가져가면서 300원의 손해를 입혔다라는 아주 작은~ 기쁨을 누리는 거죠. 앗싸~) 그런데 이번에는 타격이 너무 큽니다. 큰 걸 가져가야겠습니다. 도대체 뭘 가져가야 사장이 열 받을까요?”

지난 5월초 엠파스 지식거래소에 황당한 고민 하나가 올라와 눈길을 끈다. “우리 사장이 자꾸 시비(?)를 건다”는 하소연으로 시작된 이 고민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사장에 대한 불만을 독특하게 분출해 실소를 자아낸다.

- 직장인 부대의 대 반격

고민을 털어놓자 여기저기서 올라온 답변도 재미있다. 엠파스 필명 ‘snowkiss81’은 사장을 더욱 약 올릴 방법을 제안한다. “사장이 갖고 있는 돈(지폐)을 몽땅 가져가서 은행에서 10원짜리로 바꿔서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으라”는 다분히 장난 섞인 의견. ‘kalein’은 “월급 받는 날에 사표 쓰고, 크게 한 건(?) 하라”고 독려한다.

이처럼 쥐꼬리 월급에 태산 같은 일을 시키고, 스트레스 팍팍 주는 사장 혹은 상사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가. 그런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소위 ‘직장인 부대’의 반격이다.

비록 게임 세계 안에서만 펼쳐진다는 한계가 있지만, 나쁜 사장에 저항하는 직장인들의 엽기적 반격이 휴대폰이나 인터넷 상에서 게임을 통해 통쾌하게 분출되고 있다.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는 김모(32)씨는 사장에게 야단을 맞은 날엔 꼭 폭음을 한다. 보다 못한 동료가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일러준 게 바로 모바일 게임이다. 제목만 들어도 10년 묵은 스트레스가 내려갈 것 같은 ‘사장님 죽이기’. 이 게임은 사장님 때리기, 사우나 시키기, 술 먹이기, 업무 보고하기, 야근 시키기 등 5가지의 게임 모드를 활용해 얄미운 사장을 최대한 괴롭히는 것이 목표다.

‘사장님 죽이기’ 게임에서 김씨가 즐겨 이용하는 테마는 사장님 때리기와 술 먹이기. 때리기는 말 그대로 버튼을 움직여 사장을 흠씬 두들겨 패주는 것이고, 술 먹이기는 술 안 마시려고 요리조리 피하는 사장을 잡아다가 술을 강제로 마시게 하는 게 묘미다. 스트레스 지수가 최고조에 달하는 경우 아예 사장을 묶어놓고 술을 원샷 시킬 수 있다는 게 짜릿한 즐거움을 준다. 김씨는 “통쾌한 연속 펀치를 날리거나 술이 강제로 먹여 사장 얼굴이 만신창이가 되는 것을 보면서 기분을 풀었다”면서 “사장에게 꾸중을 듣거나, 결재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시간이면 휴대폰을 열고 잠시 머리를 식힌다”고 말한다.

‘사장님 죽이기’는 휴대폰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직장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각 테마마다 사장님이 우리가 괴롭혀야 할 대상으로 나옴으로써 샐러리맨들에게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스트레스 해소용 게임이다. 게임에 사장이나 상사의 이름을 설정할 수 있어 평소 불만이 많았던 업무 상대방을 괴롭히며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고, 게임이 짧아 근무 중 잠깐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기에도 좋다.

- '직장상사 때려잡기'등 다운로드 폭증

4월25일부터 SK텔레콤을 통해 이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웹이엔지코리아의 장승렬 전략기획실장은 “한 달 사이 ‘사장님 죽이기’ 게임의 다운로드를 받은 사람이 5만 여 명이 넘을 만큼 직장인들 사이에 호응도가 높다 ”고 말한다.

이와 유사한 주제로 ‘모바일GK’에서 개발한 ‘직장 상사 때려잡기’ 게임은 입사하기, 출근하기 등 게임 분위기를 실제 회사와 洲좡構?구현하여 직장인들이 쉽게 게임에 빠져 들 수 있게 고안됐다.

게임 첫 화면에 뜨는 서문부터 재기발랄하다. ‘나를 갈구는 재미로 세상을 살아가는 듯 보이는 X과장. 그의 갈굼으로 나의 인생은 항상 우울의 도가니탕이다. 아~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살겠다. 이제, 반격이다!!’억눌린 직장인의 게임 의욕을 고취시킨다.

이 게임은 부두 인형, 장난 전화, 바나나 껍질 등 엽기적인 아이템을 이용하여 직장 상사에게 골탕을 먹이는 게 핵심. 가령 부두 인형이란 아이템으로 직장 상사를 괴롭힐 경우 인형을 바늘로 콕콕 찔러 그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는 것이며, 바나나 껍질은 상사가 화장실에 갈 때 문 앞에 슬그머니 떨어뜨려 볼 일을 보고 나올 때 미끄러지게 유도하는 식甄? 더불어 게임 시작에서 골탕 먹일 직장 상사의 이름을 사용자가 직접 입력할 수 있도록 게임의 재미 요소를 첨가했다.

일반적으로 버튼을 직접 눌러 상황을 조작하는 방식이 아니라, 행동 지침을 결정한 후 단순히 바라보는 것만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새로운 방법을 도입한 특징이 있다. SK텔레콤이 제공하는 모바일 게임 중 5월 21일 현재 ‘베스트 5’에 올라있을 정도로 인기 상한가다.

이들 게임을 즐기려면 011혹은 017(010) 휴대폰으로 접속, Nate - 게임 zone - 고스톱/뮤직/엽기 - 엽기/공포게임 - ‘사장님 죽이기’ 혹은 ‘직장상사 때려잡기’로 들어가면 된다. 게임 당 다운로드 가격은 1,000~2.000원.

- 다양한 콘텐츠, 인기 확산

인터넷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직장인 스트레스 해소용 게임이 있다. 인터넷 음식점 정보 사이트인 ‘www.jumsim.com’에서 제공하는 ‘미스리의 두더지 게임’.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더지 잡기 게임의 온라인 버전인 이 게임은 두더지 대신 직장 상사를 내리친다는 게 차별화된 포인트. 게임 비용도 제로.

게임 첫 화면을 클릭하면 “힘내라 미스리”란 구호와 함께 ‘스트레스 주범인 상사의 얼굴을 신나게 때려주세요’ 란 주문이 나온다. 이때 빠른 시간 안에 정확하게 상사를 두들겨 패서 일정 점수(150점 이상)를 획득하면, 맛난 점심 메뉴를 추천해준다.

이러한 상사 괴롭히기 게임 열풍에 대해 “금쪽 같은 근무 시간에 한심하게 게임이나 하는 게 옳은 것이냐”는 비판도 들려올 법하지만, 요즘같이 팍팍한 직장 현실에서 코믹 엽기 코드를 이용한 직장인 부대의 반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직장상사 때려잡기’를 개발한 모바일GK 박희만 개발팀장은 “가벼운 감정 이입을 통한 기분 전환 게임으로 직장인은 물론 학생들 사이에도 인기가 확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05-26 20:16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