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스케치] 작고 낮게 세상의 등불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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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2일, 전국 모든 대찰의 경내는 색색이 영롱한 연꽃으로 뒤덮였다.
부처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세상에 온지 2543년을 경하하는 소리가 넘쳐났다. 큼직한 백화점에는 금박의 한문으로 '불(佛)'이라고 씌어진 아름드리 수박이 깔리기도 했다. 이날만큼은 그 발빠른 상업주의가 딱히 밉살스럽지 않다.
서울 종로의 조계사에도, 전남 순천의 송광사에도 부처의 자비심은 공평하게 머무르고 있다.
식구의 이름이 적힌 연등이 잘 매달려 있는지, 자꾸 보게 된다. 외국 관광객들의 눈에는 그 날의 '오색영롱한 경건'이 신기한 풍물로 비치기도 하겠다. 연동이 투영한 물그림자를 어린이가 희롱한다. 동심은 무엇을 빌고 있었을까? 갈수록 난망해지는 것 같은 21세기, 이 오탁세계(汚濁世界)에서 탐진치(貪嗔痴)에 얽매여 있는 중생에게 부처님의 은덕이 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까?
입력시간 : 2004-05-28 19:41
글·사진 최규성 차장 ks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