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고교생에게 대중음악계의 '작은 거인'으로 아주 특별한 그만의 공연기획으로 대박행진

공연계의 앙팡 테리블 "콘서트도 명품이 있죠"
왕따 고교생에게 대중음악계의 '작은 거인'으로
아주 특별한 그만의 공연기획으로 대박행진


왜소한 체격의 왕따 고교생이 유명 공연 기획 업체 ‘ 좋은 콘서트’의 대표까지 됐다. 현재 대중 음악계의 무서운 아이로 통하는 최성욱(32)씨.

“ 대원외고 1학년 때 키가 148cm인 저를 누구나 만만하게 보았죠. 사람 만나는 게 겁이 나, 언어 장애까지 생기더라고요. ‘ 나 무시하는 놈들 두고 보자’는 독한 마음을 먹게 되었죠.” 오디오광이었던 부친의 영향으로 음악을 좋아했던 그는 고1 때 학교 방송국 PD로 학예회를 기획했다. 거기서 보람을 느낀 그는 “ 10년 후엔 문화를 창출하는 케이블 방송국 사장이 되겠다”고 동창생 이호섭씨와 굳게 약속을 했다. 4수 끝에 연대 건축과에 들어가고 유럽과 일본의 해외 배낭여행 가이드를 하면서 일본어와 건축기사 자격증을 따낸 것도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과정의 하나였다. 창업 멤버인 이씨는 현재 ‘ 좋은 콘서트’ 실장으로 근무중이다.

연세대 3학년 때인 1997년, 총학생회 총무를 맡아 연고전 행사를 기획했다. 내친 김에 추억을 만들어 보자는 마음으로 기획서 한 장 달랑 들고 가수 이문세씨를 찾았다. 당시 그는 학교 축제를 한 번 치러본 것이 전부인 완전 초보 기획자였다. 맹랑한 대학생의 도전적인 제의에 이씨는 “ 잘못돼 봐야 출연료나 떼이겠지”하며 조관우, 이은미, 이승철, ‘들국화' 등과 함께 최씨가 기획한 ' 97 좋은 콘서트'에 참여했다. " 학교 대강당에서 공연을 열었는데 대박이 난 거예요.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입장객들에게 야광봉을 나눠줬습니다. 2,300여명의 관객들이 흔드는 야광봉이 장관을 이루자 이문세씨가 홀딱 반해버렸어요”


- 투명하고 체계적인 공연시스템 정착

‘98 좋은 콘서트’의 경우도 신선했다. ‘ 가을 바다로의 여행'이란 주제로 무대나 스태프의 의상, 영상을 온통 파랗게 채색했다. 또 서울 곳곳에 붙인 포스터 10만장도 시퍼런 색감으로 통일했다. 콘서트를 보러 온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 서울 전체를 파란색으로 뒤덮게 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을 정도였다. 이처럼 그 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공연계에 ‘ 시스템’이란 개념을 도입하고 가수들의 출연료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차별화되는 공연환경에 만족한 가수들이 점점 그의 주변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처음 반신반의했던 이문세씨도 믿음이 생기자 최 대표에게 자신의 공연 기획을 스스로 제안해왔다. 98년 12월, ‘ 이문세 독창회’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첫해 전국 3만 명이던 유료 관객은 2003년에는 18만 명으로 늘어나는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그는 자신이 기획한 공연은 모두 상표 등록을 했다. 또한 관객들의 성별·연령·직업·학력들을 모아 데이터 베이스를 만들었고, 공연 때마다 고객들에게 e 메일과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 마케팅을 했다. ‘ 좋은 콘서트’의 히트 상품은 한둘이 아니다. 그가 기획한 ‘ 이문세 독창회’, ‘시월에 눈 내리는 마을‘, ‘ 박효신·이소라의 센티멘털 시티’,‘ 싸이 올 나잇 스탠드', ‘ 이승철 새터데이 나잇 피버’등은 이미 공연계의 명품 브랜드로 통한다. 특히 금년으로 5년째를 맞이하는 매월 10월에 열리는 ‘ 시월에 눈 내리는 마을'은 지난해 한국능률협회가 선정한 고객만족 경영 대상을 수상해 문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었다. 공연 하나로 경영 대상을 수상한 전례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 그의 혜성 같은 등장에 공연업계 일각에서 질시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또한 흥행에 실패한 공연도 있었다. 2001년 우디 엘런의 영화인 ‘ Everyone Says I Love You’를 뮤지컬로 각색해 60일 동안 펼쳤던 공연은 4억 원 적자라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또 2003년의 해외 가수 공연에서는 1억5,000만원을 날렸다. “ 공연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공연을 본 뒤 헤어지려던 연인이 결혼을 하고, 자살하려던 사람이 마음을 뮌箝榴募?사연을 접할 때 사회에 조금이나마 공헌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낍니다." 최 대표는 “ 콘서트란 단순히 노래 잘 하고 유명한 가수를 파는 것이 아니라 가수와 함께 만들어 가는 문화상품을 파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 “콘서트는 문화상품을 파는 것”

창업 6년 만에 콘서트 매출 국내 1위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기본적인 비용 부담이 큰 공연물인지라 수익성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그는 최고의 공연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기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그는 공연 노하우를 바탕으로, 홍보와 마케팅 등을 대행하는 자회사 ‘메리 고우 라운드’를 만들어 대중 문화의 중심이 되려는 야심을 품고 있다. 이 회사는 공연 및 음반의 마케팅, 홍보를 대행하며 공연예매전문 사이트인 ‘goodconcert.com’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라는 브랜드를 통해 아트상품과 문구류까지 제조 판매하고 있다.

현재 전국 50여 개의 공연기획사 중 ‘ 좋은 콘서트’는 공연 성과 측면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경쟁력에서 앞설 수 있었던 첫째 이유는 실수요자 위주로 작성해 와, 현재 50만 명에 이르는 ‘ 고객 데이터 베이스'와 창조력을 갖춘 직원들 덕이었다. 감수성이 예민한 그는 “ 가족 간의 사랑의 메시지와 신뢰를 위해 공연을 만들어 간다”고 말한다. 또한 “ 저는 얼굴 마담이고 회사를 발전시키는 모든 것은 직원들의 노력과 정성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누차 강조한다. 처음 6명이던 직원은 지금은 35명의 대식구로 늘었다. 창업 멤버 6명이 고스란히 지금까지 함께 일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지난 5월, 매진 사례를 이뤄 화제가 되었던 양희은ㆍ희경 자매의 콘서트도 그가 기획한 국내 최초의 드라마 콘서트였다. 생소한 형식의 공연인지라 처음엔 예매가 저조했지만 입 소문을 타면서 밀려드는 관객을 다 수용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전체 공연 관객 수는 무려 1만2,000명. 그래서 팬들의 요청으로 지난 주 목요일부터 대중 가수에게는 무대를 허용하지 않기로 유명한 LG아트센터에서 5일간 연장 공연까지 치렀다. 이처럼 출중한 아이디어 덕에 그는 불황의 터널을 뚫고 지난해 매출 61억 원에 7억 원의 흑자를 냈다.

최 대표는 “ 앞으로 젊은층은 물론, 트렌드화 되어 가는 4050세대를 위한 공연도 눈여겨볼 것”이라고 말한다. 교교 시절의 꿈을 이룬 그는 이제 1만석 규모의 대형 전용 공연장을 건립한다는 또 다른 거대한 꿈을 꾸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최규성 가요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6-17 10:04


최규성 가요칼럼니스트 ks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