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고 점프하고 공중회전까지…물위의 곡예사들보트에 보드 매달고 물살 가르는 쾌감 '안해보면 몰라'

웨이크보드 동호회
달리고 점프하고 공중회전까지…물위의 곡예사들
보트에 보드 매달고 물살 가르는 쾌감 '안해보면 몰라'


물 위에 서서 달릴 수 있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단지 달리는 것뿐 아니라 시원한 물보라 속에서 점프도 하고, 공중회전 묘기까지 선보인다면….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날렵한 보드 위에 우뚝 서서 물 위를 종횡무진 누비는 짜릿함, 웨이크보드 동호회 ‘INVERT’와 만나면 이런 상상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해진다.

웨이크보드는 수상스키처럼 보트에 로프를 걸고 라이딩을 하면서, 보트가 만들어낸 파도(wake)를 이용해 즐기는 수상스포츠의 일종이다. 보트의 동력을 이용해 물 위를 달리는 점은 수상스키와 닮았고, 보드의 모양이나 주로 쓰는 기술 용어는 스노보드와 매우 흡사하다. 물리적으로는 사람이 설 수 없는 물 위에서 다양한 묘기를 즐길 수 있는 점이 웨이크보드의 가장 큰 매력이다.

- 한강의 새벽을 여는 열혈 회원들

물 위를 날 듯이 질주하는 웨이크보드. 겉모습이 스노보드와 흡사하다.

어렸을 때부터 수상스키를 할 만큼 물과 친했다는 동호회 운영자 고경석(26) 씨는 1999년부터 6년째 웨이크보드를 즐겨온 수상스포츠 마니아다. 웨이크보드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자 2000년 5월 개설한 동호회(http://cafe.daum.net/wakeboard)는 현재 회원수 6,000여 명으로 성장해, 국내 웨이크보드 동호회 중에서도 오랜 역사와 규모를 자랑한다. 동호회 명칭인 ‘INVERT’는 웨이크보드 기술 중 ‘공중에서 몸이 한 번 거꾸로 되는 난이도 높은 트릭’의 집합을 의미한다고. 동호회 주 활동 계층은 20~30대 직장인이나 자영업자이지만, 최연소 회원인 홍성현(8) 군을 비롯해 50세가 넘은 중, 장년층도 함께 활동할 만큼 연령대가 다양한 편이다.

이제 막 웨이크보드를 접하는 초보자라면, 굳이 시작하면서부터 값비싼 장비를 갖추지 않아도 된다. 수영복이나 젖어도 되는 반바지, 자외선 차단제만 준비해도 충분하다. 수상스키장에서 웨이크보드를 무료로 대여해줄 뿐 아니라, 동호회 자체에서 보유한 남녀용 보드도 빌려 쓸 수 있다.

매주 일요일 한강 피코스포츠와 청평 스포랜드에서 열리는 정기모임에 참석하면 동호회 선배들이 지상 강습은 물론, 라이딩 시 보트에 함께 타며 강습을 해 준다. 단, 동호회에서 열리는 모든 정기행사에 참석할 때에는 반드시 ‘정기보딩’ 게시판에 꼬리말을 달아 참석의사를 밝혀야 한다. 그래야 카풀 등 교통편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정기모임이 아니더라도 평일 오전 7시에서 8시 사이 한강에 나가면, 새벽 시간을 이용해 웨이크보드를 탄 뒤 출근하는 열혈 회원들과 만날 수 있다. 자영업을 하는 회원이나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 같은 경우는 평일에도 자유롭게 라이딩을 할 수 있지만, 평일에 꼭 타고 싶은데 시간이 되지 않는 일반 회사원들에게는 새벽 밖에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몇 명이나 한강으로 나올까 싶지만, 오히려 가장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라고.


- 2만원으로 즐기는 수상스포츠의 매력

이렇게 한번 웨이크보드를 탈 때 드는 비용은 2만원이다. 보통 하루에 두 번 정도 타게 되는데, 이는 비용부담도 있지만 웨이크보드가 체력을 꽤 많이 소모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운동이 그렇듯 웨이크보드 역시 단기간에 실력이 늘 수 없기 때문에,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일주일에 여러 번 꾸준히 타야만 한다.

처음부터 선수처럼 멋지게 물살을 가를 수 있다면 좋겠지만, 求?지상에서 자세를 배우고, 물에 뜨는 과정을 거쳐 자세를 교정받으며 턴을 배우는 것이 기본이다. 또한 모든 수상스포츠가 그렇듯 물에 대한 공포를 버려야 한다.

몸의 힘을 빼고 긴장을 풀며 물에 뜨는 법을 배우고 턴에 대한 웰오膏慧摸? 힐사이드(보드의 발뒤꿈치 ??향)나 토사이드(보드의 발가락 쪽 방향) 중 한쪽 방향으로 진행하는 ‘슬라롬’을 배울 수 있다. 그러면서 웨이크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면서 뛰어오르는 ‘베이직 에어’도 점차 가능하게 된다. 이렇게 한 시즌만 열심히 웨이크보드를 탄다면 나만의 인버트(invert) 기술 하나쯤은 만들 수 있다고. 웨이크보드를 타면서 못다 해결한 궁금증은 웨이크보드 기술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트릭 연구’ 게시판에서 풀면 된다. 동호회 연륜만큼 실력 있는 회원들이 많기에, 친절하고 자세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본격적으로 웨이크보드의 세계에 빠져들고 싶지만, 비용 부담이 걱정되는 회원들은 (주)제트플랜(www.xpass.co.kr)에서 판매하는 정액할인권 개념의 시즌권을 구입해 활동하기도 한다. 8월 31일까지 1일 3회 웨이크보드를 탈 수 있는 ‘X패스 섬머시즌권’은 49만원, 겨울 용평리조트 시즌권까지 함께 제공하는 ‘X패스 통합시즌권’은 85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김선혁 회원이 ‘베이직 에어’ 후에 웨이크보드의 한 부분을 잡는 ‘그랩’ 을 선보였다.

장비를 빌려 쓰는 것이 불편해 나만의 장비를 갖고 싶다면, 웨이크보드 전문브랜드 중 지명도가 있는 회사의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하이퍼라이트, 리퀴드포스, GB 등의 브랜드가 인기이며, 보드 가격은 100만원 내외다. 웨이크 의류는 웨이크 바지, 래쉬가드, 라이프자켓 등이 있는데 바지와 래쉬가드는 각 10만원 선, 라이프 자켓은 20만원 선에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꼭 신품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동호회 벼룩시장인 ‘사고 팔고’ 게시판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다.

동호회 운영자 고경석 씨는 “주말에 술을 먹든 뭘 하든 2만원, 3만원은 쓰잖아요. 그렇게 써서 사라질 돈으로 차라리 모임 나와서 웨이크보드도 즐기고 동호회원들도 만나면 더욱 즐겁죠”라며 웨이크보드가 충분히 부담 없는 레저활동이라고 설명한다. 1박 2일 정기 라이딩을 가면 낮에는 웨이크보드 타고, 밤에는 바비큐 해먹으며 친목을 다지기도 한다고.

바람 한 점 없이 물이 잔잔하고 햇빛이 쨍한 날, 에어컨 바람에 더위를 달래기보다 웨이크보드를 타고 물 위를 달려보자. 보트가 전속력으로 물 위를 달릴 때의 속도감과 청량함은 말할 것도 없고, 파도의 정점에서 힘껏 뛰어오르며 멋진 기술을 성공했을 때의 쾌감까지 누리는 웨이크보드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 테니까.

고경원 객원기자


입력시간 : 2004-07-07 11:41


고경원 객원기자 aponi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