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의 한켠, 그들은 잠들지 않는 욕망의 메신저룸살롱 등 유흥업소에 여성접대부 알선·보호해주는 공생조직유영철 사건 계기로 단속철퇴, "매매춘 알선"시각엔 강한 거부감
[이색지대 르포] 보도방 24시…그들이 사는 법 어둠속의 한켠, 그들은 잠들지 않는 욕망의 메신저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 여성접대부 알선·보호해주는 공생조직 유영철 사건 계기로 단속철퇴, "매매춘 알선"시각엔 강한 거부감
유영철사건의 여파로 경찰청은 7월 21일 불법 보도방 집중 단속계획을 발표했다. 이틀 후인 23일은 금요일이었으나 서울 강남 유흥가 등지에서는 진기한 일 하나가 벌어졌다. 밤이 오기가 무섭게 주차된 차량과 길바닥을 뒤덮던 출장마사지 명함이 깨끗하게 사라진 것이다. 보도방이 모두 자취를 감춘 것일까. 24일 새벽 3시, 하루 영업을 정리해 가는 한 룸살롱에서 어렵게 보도방 업주 한 명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평범한 외모를 가진 40대 초반의 남성이었는데 다부진 체구가 인상적이었다. 룸살롱 웨이터를 거쳐 카페 등을 운영했다는 김정환(가명)씨가 보도방을 시작한 지는 3년 남짓. 그는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긴 한숨부터 내뱉었다. “죽은 애들도 애들이지만 보도방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단속이냐고요. 제가 보기엔 말이죠. 제대로 된 보도방 다녔으면 그런 일을 당하지도 않아요. 한푼 더 벌려고 전화발이(전화로 매매춘을 연결만 시켜주는 행위)만 해주는 곳에서 일했으니까 불상사가 벌어 진 거죠.” 김씨는 일단 곧 한바퀴 돌아야 하니까 함께 나가자고 했다. 룸살롱을 나와 바로 앞에 주차된 그의 외제 고급승용차에 동승했다. 10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Y호텔 앞. 담배 한 대를 다 피지도 못했을 때 김씨의 휴대폰에 연이어 두통의 전화벨이 울렸다. 룸살롱에서 호텔로 이른바 2차를 나간 여성들이 곧 나온다는 연락을 취해온 것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원래 보도방은 유흥업소의 부담을 덜기 위해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업종이라고 한다. 단란주점, 룸살롱 등 여성접대부를 고용해야 하는 유흥업소에서는 자체적으로 여성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이것도 대부분 마담 등에 의해 위탁관리 형식을 띤다. 따라서 일하는 여성이나 손님의 수가 일정치 않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생겨난 것이 여성접대부를 알선해 주는 보도방이란 것이다. “구 십 몇 년이더라. 하여튼 전화방이 들어오면서 보도방 물은 다 흐렸다고 보면 돼요. 유흥가나 나와야 몸 팔 수 있던 애들이 전화방에서 혼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거든요. 전화통화나 해주는 알바(아르바이트)해서 돈 받고 2차 유혹해서 돈 벌고 그런 식이었죠.? 무엇보다 전통적인 보도방에 결정적인 타격을 준 것은 출장마사지의 등장이었다고 한다. 유흥가는 90년대 후반 IMF시대 이후 지금까지도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 오죽하면 ‘텐프로’라고 불리는 고급룸살롱이 ‘퍼블릭’이라는 대중 룸살롱으로 속속 업종을 전환할 정도일까? 다시 말해 술을 마시기보다 곧바로 매매춘을 선호하는 남성들이 급증했다는 뜻이다. 이때를 이용해 급부상한 것이 증기탕 서비스를 결합한 안마시술소. 하지만 이런 곳을 들락거리기를 꺼리는 남성과 유흥업소의 2차 문화에 익숙한 남성들에게는 아무래도 불편함이 있었다. 이 틈새를 파고 든 것이 바로 출장마사지. 출장마사지가 대박이 나면서 유흥업소 보도방은 대거 출장마사지 보도방으로 전환되거나 겸업을 하는 곳도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참 보도방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는 사이 하늘거리는 핑크색 짧은 원피스를 입은 여성 한 명이 차로 다가왔다. 경계하는 눈치였지만 김씨가 아는 동생이라는 말로 안심을 시켰다. 곧이어 검정색 미니스커트에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홀더넥 스타일의 상의를 입은 여성 한 명도 합류해 승용차 뒷자리에 올라탔다.
활짝 열린 차의 창문을 통해 미지근한 바람이 밀려왔다. 약속이나 한 듯 두 여성은 담배를 피워 물고 있었다. 연쇄살인사건 때문에 무섭지 않느냐고 슬쩍 물었다. 그러자 한 여성이 “무섭다고 굶어 죽을 순 없잖아요. 또 출장마사지하고 우린 다르죠. 여기 오빠가 다 알아서 해주니까 든든하죠”라며 밋밋하게 툭툭 말을 던졌다. 승용차는 20분쯤 달려 새로 지은 20층 짜리 오피스텔 건물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시간은 벌써 새벽 4시를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여성들은 차에서 내려 밝은 웃음으로 인사를 한 뒤 각자 승용차를 타고 사라졌다. 김씨는 8층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가서 커피나 한 잔 하자고 했다. 10평쯤 되는 오피스텔 안에는 여성 한 명이 책상에 앉아 인터넷에 열중해 있었다. 사무공간 안쪽으로는 푹신한 소파와 테이블이 비교적 깔끔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보도방하면 무슨 소굴처럼 생각하는데 요즘 그렇게 하면 애들이 안 붙어 있어요. 사무실이 여기 말고 한 군데 더 있는데 여기가 바로 출장마사지 사무실이예요. 여자들이 안 보여서 실망했죠? 지금 시간엔 다 집에서 자요. 콜 떨어지면 바로 그곳으로 가죠. 우리도 그곳에 가서 기다렸다 일 끝내면 집으로 다시 데려다주고요. 사고 날 일이 없다니까요.” 사무실 두 곳에서 김씨가 관리하는 여성은 총 80명 정도. 출장마사지에 등록한 여성이 50명 정도 되고 유흥업소 뛰는 여성이 30명 선이라고 한다. 하지만 간혹 알바 삼아 나오는 여성이 많아서 실제로는 이중 50% 정도만 일이 돌아간다고 한다. 이쯤 되자 왜 보도방을 하는지가 궁금해졌다. 김씨는 배운 거 없고 돈 없는 사람이 솔직히 가장 하기 쉬운 게 보도방이라고 했다. 그는 전화와 인터넷 그리고 자동차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유흥가 보도방은 업소를 뚫어야 하기 때문에 마케팅 능력이 있어야 한단다. 하지만 출장마사지는 명함만 인쇄해서 아르바이트에게 배포만 맡기면 끝이라는 것이다. 물론 명함에 인쇄된 전화는 이른바 대포전화에다 자주 바꾸기 때문에 추적이 쉽지 않다. 유영철의 연쇄살인 이유가 여성에 대한 증오감 때문이었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김씨의 목소리는 흥분됐다. “그 자식이 병신이죠. 사실 나도 이 일하면서 손쉽게 몸 파는 여자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처녀는 카드 빚에, 이혼녀는 생활고에 다 그만한 사연들이 있다니까요. 우리나라가 몸 안 팔면 제대로 먹고 살 수 있는 여자들 직업이 몇 개나 있냐고요. 그렇다고 자기가 죽일 이유는 없죠.”
몇 년 전 만해도 보도방에서 여성을 모집하기 위해 주력했던 광고는 생활신문.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으로 대부분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D포털사이트의 인터넷 카페를 검색하자 보도방 실장들 모임부터 시작해 노래방 도우미 모집까지 20여 개가 넘는 곳이 발견됐다. 전화번호와 이메일까지 공개하며 여성을 모집하고 있는 한 보도방 카페의 홍보문구는 달콤한 유혹 그 자체다. ‘돈 급하신 언니들 당일 결제. 20~35세 주부, 직장인, 학생, 아르바이트 당연히 초보도 가능, 경력자면 OK. 하루에 보통 일하는 시간은 4~7시간+@. 출퇴근, 휴무 자유. 혼자라도 걱정 마시고 언제든지 오세요.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항상 일할 수 있으니까요.’ 사무실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김씨의 말에 따르면 보도방은 여성의 수입 중 약 20%를 알선 및 관리명목으로 챙긴다. 많은 돈인지 작은 돈인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눈치를 챘는지 그는 남는 것이 거의 없다고 엄살을 펴댔다. 김씨는 2교대로 출장마사지 전화를 받는 아가씨 2명과 여성들 운전과 안전을 책임지는 남자직원 3명 등을 고용하고 있다고 했다. 차가 없는 여성의 경우 일일이 귀가까지 신경 써야 되기 때문에 약간 더 수수료를 받기도 한단다.
“전엔 출장마사지도 안마 좀 적당히 해주고 13~15만원씩 받았어요. 그런데 요즘엔 아예 안마를 빼고 8만원에 떡만 친다 말이죠. 계산해 보세요. 우린 2만원도 못 먹어요. 룸 뛰는 애들이 좀 낫긴 한데 봉사료하고 2차까지 30만원이라고 치자고요. 그럼 6만원 정도 먹는 건데 여기서 콜 해준 마담하고 웨이터들 좀 챙겨 줘 봐요. 사무실 유지비에 인건비, 자동차 유지비까지 합하면 진짜 힘들어요.” 김씨의 휴대폰과 사무실의 전화벨이 뜨문뜨문 울려대는 가운데 오전 8시, 어느새 아침이 밝았다. 잠은 언제 자냐고 묻자 김씨는 낯에 조금씩 눈을 붙인단다. 뻑뻑한 눈을 잠시 문지르는 사이 술을 한 잔 걸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처럼 보이는 여성 한 명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김씨를 보고 반가워라 인사를 하더니 집에 가려다 잠시 들렸단다.
출장마사지를 한지 8개월 됐다는 그는 이혼녀였다. 정말 힘들었던 일 좀 허심탄회하게 말해 달라고 했다. 김씨의 표정을 잠깐 살핀 그는 변태성욕자와 폭행이 가장 두렵다고 털어놨다. “휴대폰 단축번호 1번은 무조건 오빠번호거든요. 15분 정도 되면 확인전화도 밖에서 꼭 해주죠.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많은 일이 벌어져요. 숙박업소는 그래도 괜찮은데 오피스텔 같은데 들어간 뒤 손님이 문을 잠그면 그 순간이 제일 두렵죠. 한번은 섹스를 하는데 가슴을 다 쥐어 뜯어놔서 울면서 나온 적도 있어요.” 김씨는 씁쓸하게 여자의 말을 덧붙여 나갔다. “나도 남자지만 열 받게 하는 놈들 많죠. 폭행 같은 경우는 우리가 들어가서 겁이라도 주거나 약값을 타내기도 하죠. 하지만 매매춘이 불법이니까 그걸 꼬투리 잡아서 경찰 가서 해결하자는 둥 더럽게 나오는 놈들도 많아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보도방 사무실에는 토요일의 정오가 다가오고 있었다. 아마도 오늘도 어김없이 누군가는 룸살롱에서 술을 마실 것이고, 누군가는 러브호텔이나 오피스텔에서 여자를 부를 것이다. 그리고 보도방은 늘 그런 것처럼 24시간 잠들지 않고 언제든 성을 팔 수 있는 여자들을 공급해 줄 것이다. 더 지켜본다는 것은 일회적인 보도방의 단속처럼 무의미했다. 문제는 몸을 파는 여성도 몸을 사는 남성도 우리사회엔 너무도 많다는 본질에 있었다. 분명한 것은 보도방은 이런 필요악 속에 누군가 할 일을 대신하는 기생산업이자 편리한 욕망의 메신저라는 것이었다.
입력시간 : 2004-07-2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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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호 르포라이터 dicalazzi@emp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