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 오싹"이만한 피서 있나요"사이버에 부는 귀신바람, 삼복더위 날리는 여름철 인기사이트

[동호회탐방] 심령동호회 <흉가체험>
등골 오싹"이만한 피서 있나요"
사이버에 부는 귀신바람, 삼복더위 날리는 여름철 인기사이트


최근 인터넷 동호회에 공포체험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동호회들은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실제 으스스한 소문이 나도는 흉가를 찾아 공포를 체험하기도 한다.

여름철만 되면 단골로 등장하는 3대 메뉴가 있다. 그것은 바로 피서, 공포영화 그리고 ‘실화’라는 그럴 듯한 제목과 함께 전해지는 귀신이야기다. 올해도 변함없이 장마철이 끝나고 본격 더위가 시작되자 사이버 상에는 오싹한 ‘귀신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귀신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동호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 ‘귀신사랑’카페들을 들여다 보면 귀신이 찍힌 동영상, 사진을 비롯해 각종 귀신에 관한 정보와 체험담 등을 담고 있다.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지던 각종 귀담과 귀신 관련 자료들도 올라온다.

귀신에 관한 주제를 다루는 인터넷 카페들은 대부분 수 백명에서 많게는 수 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어 여름철 ‘귀신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 흉가로 떠나는 귀신체험 이벤트

‘귀신 열풍’은 비단 동호회 사이트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자신이 직접 겪었다며 올린 오싹한 공포체험담이나 우연히 귀신이 찍혔다는 심령사진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네티즌들이 올린 귀담들은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으며 등골이 오싹해 지지만 믿거나 말거나 식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 중에는 섣불리 거짓이라고 치부하기 힘든 것들도 있다. 예컨대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심령사진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녹음된 것들을 같이 올려놓은 경우다. 하지만 여기에도 “절묘한 조작일 수도 있으니 내 눈으로 직접 보기 전엔 못 믿겠다”며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의 의혹을 해소 시킬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그 ‘못 볼 것’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탓인지 ‘귀신’ 관련 동호회들은 앞 다투어 흉가 탐험 등 각종 귀신체험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그 중에는 이른바 ‘퇴마사’라고 불리는 귀신 전문가들까지 특별 초빙해 귀신체험을 떠나는 동호회도 있다.

현재 5만 명이 넘는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다음카페 ‘심령동호회' (http://cafe.daum.net/gusin )는 퇴마사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흉가 탐험’을 실시하고 있다. 카페에는 흉가를 다녀온 후 그 후기를 적은 글도 올라와 있는데 내용도 다양하다. 이상한 물체를 보았다는 이도 있고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이들도 있다.

이 사이트의 회원으로 흉가탐험에 참여했던 한 네티즌은 “흉가를 방문했을 때 분명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았는데 흉가를 찍은 사진들을 보면 이상한 형상들이 잡힌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귀신이 출몰한다는 흉가를 가보기 전에는 귀신의 존재에 대해 반신반의했으나 이제는 믿는다”고 말했다.


- "진짜 귀신 보았다" 혼비백산

또 다른 회원은 “그간 귀신이 있다고 믿어왔지만 흉가에 가서 이를 직접 확인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하면서 “그것을 혼자 본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 동시에 보았는데도 무서워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며 몸을 움츠렸다.

또 귀신이 자주 출몰하기로 유명한 충북 제천에 위치한 흉가를 다녀왔다는 K씨는 “방송에 귀신이 출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며 소개되는 것을 보고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그곳을 찾아갔었다”며 “모두 6명이었는데 그곳에서 진짜 귀신을 보았다. 흉가라는 곳을 처음 가 본 나로서는 충격적인 경험이었다”며 당시의 느낌을 전했다.

흉가에서 찍은 사진에 귀신이 담겼다는 네티즌도 있다. P씨는 2주 전에 전남 나주에 있는 소문난 흉가를 찾아갔다가 그런 엽기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곳에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는데 당시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았던 이상한 형체들이 사진에 찍힌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었다”며 “당시 같이 갔던 일행 9명이 모두 이상한 물체를 보았다. 그것이 귀신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귀신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 "떠돌이 혼령이 안착한 흉가래요"

동호회 회원들의 주장처럼 흉가에 가면 과연 枯탔?볼 수 있을까? 귀신을 ‘사랑’하는 모임인 귀사모(http://cafe.daum.net/gost loveme) 동호회의 도움을 받아 ‘퇴마사’와 함께 흉가로 향했다.

우선 서울 시내에서 흉가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유명한 면목동의 한 집. 7호선 사가정역에서 뚝방길을 지나 골목길 안 단독주택가에 있는 곳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8시 40분. 그러나 그 흉가는 이미 온데 간데 없었고 그 터에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퇴마사 M씨는 “여기는 귀문이 있는 곳 같아 보이는데 이런 곳에는 새 건물을 지어도 오래 못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헛걸음을 친 일행은 다시 경기도 동두천의 흉가를 찾아 나섰다. 동두천에 있는 모 군부대를 지나 얕은 숲을 끼고 돌아가니 허름한 폐가가 나왔다. 이때가 밤 10시 30분. 2층 양옥집인 이 흉가의 외관은 생각보다 깨끗했다. 그러나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 검정색 대문 앞에는 하수구 설치에 사용되는 시멘트 하수관이 쌓여 있었다. 이 집이 흉가가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말들이 많다. 주변 사람들은 ‘집 주인이 부도를 내고 도망간 후 떠돌이 혼령들이 안착해 흉가가 되었다’ ‘집터가 무덤이 몰려 있던 자리다’ ‘20여 년 전에 교통사고로 주인이 죽은 뒤 들어온 사람들이 자꾸 이상한 것을 목격했고, 그래서 주인이 자주 바뀌었다’는 말이 떠돈다고 했다.

집 안은 폐허가 돼 있었다. 창문은 모두 깨졌고, 장롱 문은 제멋대로 열려 있어 괴기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2층으로 올라가려고 안방에서 마루로 나오는 순간 갑자기 현관과 부엌 사이에 있는 작은 방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또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무로 된 마루바닥과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 공포를 더했다.

나중에 ‘쾅’ 소리를 내며 닫혔던 작은 방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을 보고 머리가 쭈빗하고 섰다. 이때 동행한 Y씨는 “이곳에 있는 영들이 우리가 온 것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듯 하다”며 “노파와 남자 둘의 영혼이 이곳에 있는데 상당히 기가 강하게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오래 머물러 좋을 것이 없을 것 같다”고 말해 서둘러 떠나야 했다.

퇴마사 K씨도 “윗 층에서 남자가 자꾸 우리를 따라 다닌다”며 “여기 있는 영들은 원래 이 집에 살던 사람들이 아닌 듯 하다”고 말했다.

■ 귀신은 디지털 카메라에 잘 찍힌다

흉가를 디지털 카메라로 여기저기 찍다 보면 사진에 뿌옇게 보이는 구형 물체가 찍히기도 하는데 심령학자들은 이 물체를 오알비(Orb)라고 부른다. 오알비란 구형의 에너지체로 영 현상이 일어날 수 있게 필드를 조성해 주는 기본 요소로 알려져 있다. 쉽게 말하면 영이 많은 곳에는 오알비가 많이 나타나며 기운이 셀수록 수가 많다고 한다.

수동카메라와 같이 필름을 쓰는 아날로그 카메라 보다 디지털 카메라에 이 오알비가 찍히기 쉬운데 이는 디지털 카메라가 낮은 조도에서도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윤대환 르포라이터


입력시간 : 2004-07-30 10:43


윤대환 르포라이터 tavaris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