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전용 카지노 허가 발표

카지노 업계 10년만에 '생존게임' 재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허가 발표

마침내 카지노 전쟁이 시작됐다. 지난 9월 3일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이 서울 2곳, 부산 1곳 에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신규 허가하겠다고 밝힌 것이 신호탄이 됐다. 1994년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김대중 정권 초기였던 98년 ‘관광진흥법’이 통과된 전후, 그리고 2000년 2월 당시 박지원 문광부 장관이 “서울, 부산 한두 곳 정도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장을 추가로 허가하겠다”며 방침을 밝혔을 때 카지노 업계에 전운이 감돌았지만 결국 공포탄만 난사한 채 맥없이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장관 취임 2개월도 안 돼 카지노 문제를 일사천리로 처리하고 업계의 물밑 움직임이 본격화한 징후를 띠면서 이번 카지노 전쟁은 목숨을 건 ‘생존 게임’으로 치달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11월 말까지 카지노 허가 신청이 접수되면 심사를 거쳐 연말까지 최대 3개(서울 2개, 부산 1개)로 허가 대상을 확정해 내년 하반기 중 개장하도록 할 계획이다. 신규 허가 과정의 투명성과 공익성을 위해 허가 대상을 한국관광공사와 그 자회사로 한정했지만 카지노가 들어설 수 있는 특급 호텔과 대형 시설로 결정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현재 국내에는 서울ㆍ부산ㆍ인천ㆍ강원ㆍ경북(각 1개) 및 제주(8개)에 13개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영업 중이다.

기존 카지노 업체가 수성의 입장에 있다면 새로 진입하려는 업계, 특히 대상 지역인 서울과 부산의 대형 호텔 등은 공세의 선봉에 나서고 있다. 서울의 경우 리츠칼튼, 잠실 롯데, 신라, 웨스틴조선, 인터컨티넨탈, 그랜드힐튼, 메리어트 등 특급호텔 및 코엑스국제회의실 등이, 부산에서는 롯데, 해운대그랜드, 메리어트, 웨스틴조선비치 등 특1급 호텔 4곳과 국제 회의장을 갖추고 있는 벡스코(BEXCO) 등이 후보 업체로 거론되고 있다.


- 서울, 리츠칼튼 등 3개 업체 경합

관계 전문가들은 서울의 경우 10여개 대상 업체 중 리츠칼튼, 잠실 롯데, 인터콘티넨탈의 3파전으로 압축될 것으로 전망한다. 리츠칼튼은 김대중 정부 시절 솔라즈 전 미 하원의원을 통해 김 대통령에게 직접 민원을 얘기할 정도로 적극적이었고, 호텔 오너가 호남 출신이란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호남 출신의 정동채 장관이 취임 2개월도 안돼 강하게 밀어부치는 것이 노무현 정부의 호남껴안기의 일환이라는 해석에서다. 이와 관련, 리츠칼튼의 한 고위 관계자는 “ 리츠칼튼이 반드시 카지노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며 “외국인 전용 카지노라면 당연히 외국인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서울에 신규 허가가 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지노 업계 관계자들은 호텔 오너 경영인 이전배 사장이 카지노 사업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잠실 롯데호텔은 이미 80년대 초 호텔 신축 때부터 카지노장 설치를 염두에 두고 설계를 해 서울지역에 카지노가 신규로 허가된다면 국내 최고급 호텔인 자신들 몫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국내 카지노 고객의 대다수가 일본인들이고 이들이 롯데호텔을 선호하는 점도 카지노 유치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인터콘티넨탈 호텔은 최근 카지노 업계에서 다크 호스로 평가받고 있다. 외국인들의 왕래가 잦은 무역센터내에 있고, 2000년 아셈(ASEM)회의를 계기로 대규모 컨벤션 센터를 갖고 있는 것이 강점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신라호텔은 ‘카지노=도박’이라는 이미지가 신라와 맞지 않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시로 일찍 접었다는 후문이다

부산에서는 카지노 유치 여부에 따라 이 지역 호텔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경쟁이 치열한데 관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단 롯데호텔이 한발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는 지하 1층에 1000평을 카지노 용도로 마련해 두고 있고 백화점과 라스베이거스 쇼등 쇼핑과 오락시설의 연계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메리어트 호텔은 전신인 하얏트호텔이 88년 개업 당시 올림픽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카지노 설치를 사실상 인가받은 상태였다며 ‘기득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 해운대그랜드호텔, 웨스틴조선비치호텔, 벡스코 등이 유치전에 뛰어든 상태다.


- 기존업체 "고객 나눠먹기" 강력 반발

반면 기존 카지노업체들은 전국 13곳 중 11곳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데 신규 카지노를 허가할 경우 기존 고객의 나눠먹기 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가동률이 가장 높은 워커힐 카지노가 15% 정도이고, 나머지는 5% 미만인데 통폐합이나 구조 조정 없이 늘리기만 해서는 만성적 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문광부가 갑작스럽게 카지노 신규 허가를 들고 나온 것에 대해 일부 호텔과 정치권과의 커넥션을 의심하고 있다. 카지노 업자들은 지난 6월부터 등장, 카지노 신규 허가의 분위기 조성과 여론몰이를 한 ‘ 외국인전용카지노 개혁추진연대’ 의 배후에 카지노 사업 진출을 노리는 호텔이 있다고 추정한다.

서울 쉐라톤워커힐 등 전국 4곳에서 카지노를 운영, 가장 피해가 클 것이 예상되는 파라다이스는 “ 이번 문화관광부의 결정은 마치 파라다이스를 타깃으로 삼은 것 같다”면서 “ 앞으로 매출이 3분의 1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 카지노업계 중 유일하게 흑자를 올리고 특히 부산에 파라다이스 카지노가 있는데도 PK 출신 대통령 직계 그룹과 전낙원 회장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 것도 작용한 게 아니냐”는 추축까지 나오고 있다.

전국 13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중 8개가 몰려 있는 제주도는 카지노산업이 제주도 지방 재정의 25%를 차지하고 종사원 및 가족만 해도 6,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경제적 파급 효과가 커 신규 카지노가 허가될 경우 직격탄을 맞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역 8개 카지노 종사원들이 만든 ‘ 제주 지역 카지노 생존권 확보를 위한 투쟁위원회’(위원장 윤희창)는 정부가 △내국인들이 제주 내국인 면세점처럼 1년 4회ㆍ1회 미화 300달러에 한해 카지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거나 △제주 지역 8개 중 4개 카지노가 서울, 또는 부의 1곳과 컨소시엄을 형성, 이관해 영업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영종도 프로젝트' 실현여부가 최대 변수

카지노업계에서는 김대중 정부에서 추진했던 ‘ 영종도 프로젝트’의 실현 여부를 업계 지형의 최대 변수로 꼽고 있다.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 카지노 사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으로 만일 현실화된다면 서울의 카지노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와 관련,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 영종도에 카지노가 들어서면 서울 카지노의 수입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선 ‘ 영종도 프로젝트’가 여건이 마련되면 부활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문광부의 한 관계자도 “ ‘서울 2곳, 부산 1곳’ 안을 발표했지만 유동적일 수 있다”고 말했고, 인천시는 이미 2012년까지 인천 공항 배후지인 용유 - 무의도 일대에 카지노가 포함된 국제관광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제3 지역에서의 카지노 전쟁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는 요즘이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9-15 15:48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