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스는 미래를 위한 보험"평생직장 개념 실종, 취미·적성 살려 제2의 직업 갖기 열풍

[동호회 탐방] 2Jobs 동호회
"투잡스는 미래를 위한 보험"
평생직장 개념 실종, 취미·적성 살려 제2의 직업 갖기 열풍


경제 불황이 날로 심해지면서 ‘사오정(45세 정년)'‘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처럼 평생직장의 개념이 점차 사라져 가는 요즘, 일종의 보험처럼 본업 외에 서브 잡을 갖고 활동하는 투 잡스(two-jobs)족이 늘고 있다.

“하나만 제대로 하기도 힘든 세상에 투 잡이 웬 말이냐” 싶다면 ‘2Jobs' 동호회의 문을 일단 두드려보자. 취미를 제2의 직업으로 이어가거나 보다 여유로운 미래를 위해 밤낮 없이 달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 미래를 준비하는 직장인들의 사랑방

창업 아이템을 찾아 일본 답사 중인 회원들. 미래를 준비하는 활기찬 미소가 아름답다.

2003년 1월 다음 넷에 개설된 ‘2Jobs'(http://cafe.daum.net/ihave2jobs)동호회는 투 잡스 족이 되길 꿈꾸지만 정작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는 직장인들에게 길잡이가 되고 자극제가 되는 공간을 지향한다. 실명보다 닉네임 ‘타잔 보이'로 불러주길 바란다는 동호회 운영자는 금융회사에 다니는 30대 중반의 평범한 회사원. 어느덧 불혹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미래를 고민하다보니 정작 필요한 정보를 찾기 힘들어 ‘스스로 우물을 팠다’.

동호회가 개설된 것은 1년 반 남짓이지만 투 잡스 족에 대한 사람들의 열띤 관심을 반영하듯 회원 수는 어느덧 3만8천 여 명으로 늘었다. 주 구성원은 25∼35세의 직장인들로, 미래에 대한 고민이 커질 무렵인 직장생활 3년 차 전후의 회원들이 많다고.

2Jobs' 동호회의 오프라인 모임은 세미나 형식으로 운영된다. 단순히 술 마시고 노는 친목모임보다 생생한 정보를 나누는 정보 환의 장으로 자리 매김 하기 위함이다. 세미나에서는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투 잡스 족의 사례를 발표하고, 추천할만한 투 잡스 아이템을 발표한다. 회원들 간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시행착오가 반복되는 것을 막고 좋은 정보가 있으면 조건 없이 함께 나누는 ‘카피 레프트’를 실천하는 것이다. 이렇게 쌓인 정보를 정리해 지난 1월에는 《난 한 달에 월급 두 번 받는다》(팜파스)라는 투 잡스 지침서도 펴냈다.

동호회 회원들이 갖고 있는 투 잡의 종류도 회원 수만큼이나 다양하고 이채롭다. 힐튼호텔에 근무하면서 이동식 테이크 아웃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이승철(33) 씨, 내과전문의이면서 취미를 살려 살사 댄스 강사로 활동하는 강승식(39) 씨처럼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투 잡스족은 물론이고 대학원생이면서 의상 디자이너, 피팅 모델,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까지 맡고 있는 정경애(36) 씨처럼 유사 분야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일단 투 잡을 성공적으로 가지려면 자신의 경력과 관련 있는 쪽부터 시작하면 좋다. 그러나 처음부터 성공적인 투 잡스 족으로 자리 잡기란 쉽지 않은 노릇. 특히 직장 일에만 매진하다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보리라 결심한 초보자들은 막막하기만 하다. 이런 이들을 위해 동호회에서는 분야별 소모임을 운영한다. 혼자서 준비하려면 시간도 없고 실력도 부족해 포기하기 쉽지만 비슷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영역을 분담해 함께 공부하는 것.

현재 디자인 무역 소자본 창업 주말창업 쇼핑몰 온라인 마케팅 번역 등의 분야에서 프로젝트 형식으로 함께 준비하고 공부하는 소모임 게시판이 마련돼 있다. 스터디 그룹처럼 한 소모임 당 여러 개의 프로젝트팀이 존재하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부하면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어 각 소모임의 인원수는 15명 이내로 제한한다.

이중 가장 활발한 관심과 참여를 불러 모으는 곳은 ‘소자본 창업 프로젝트' 게시판. 1천2백여 개의 게시물이 성황을 이룬다. 주 5일제의 확산과 더불어 주말 시간을 활용하려는 ‘주말 창업팀'도 눈길을 끈다. 동호회 우수회원이 되면 마케팅 정보, 자격증 관련 정보, 사업계획서 등 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우수회원으로 등급을 올리려면 ‘나의 경험담' 게시판에 투 스 성공담 혹은 실패담을 올려야 한다. 토스트 가게, 인형 자판기, 해변 노점상 등 毛聆?직종을 거쳐 온 투 잡스 족의 경험담은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소중한 정보다. 이밖에 운영자가 부지런히 갈무리해 놓은 ‘2Jobs’족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 돈보다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일 찾아야

투잡스에 대한 관심을 입증하듯 세미나장에는 늘 많은 회원들이 모여든다.

운영자 ‘타잔 보이' 씨는 “하고 싶은 일,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면 어느 순간 투 잡이라는 형태로 일을 탐색하게 된다”며 “하고 싶은 일,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경쟁력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돈만 좇다 보면 힘들어 그만두게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며 투 잡스 생활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대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바쁜 직장인에게 적합한 아이템을 선정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최근에는 비교적 손쉽게 도전할 수 있는 인터넷을 이용한 사업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옥션과 같은 경매사이트나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한 상품 판매, 무점포 창업 등이 그것이다. 주말을 이용해 일본이나 홍콩을 다녀오면서 물건을 가져와 판매하는 보따리무역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다.

단 다른 사람들이 추천하는 글만 읽고 무조건 덤벼들면 초보자의 경우 적지 않은 손실을 입을 수도 있으므로 투 잡을 시도하기 전에 자신이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얼마나 시간과 돈을 투자할 수 있는지 냉철히 판단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또 투 잡을 갖기 위해 본업을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동호회에서 소개하는 ‘투 잡스 족 십계명’을 읽어보면서 자신을 점검해보자. 확실한 것은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라는 사실이다.

▲ 투잡스족 십계명 -《난 한 달에 월급 두 번 받는다》중에서

1. 용기와 자신감을 가져라
2. 건강은 기본이다
3.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라
4. 자신에게 알맞은 아이템을 선택한다
5.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여 정보를 캐라
6. 공존지수(NQ)를 높여라
7. 교육 이수와 자격증을 취득하라
8. 가족의 도움을 적극 이용하라
9. 자신을 브랜드화 한다
10. 직업윤리를 철저히 지켜라

고경원 객원기자


입력시간 : 2004-10-05 18:43


고경원 객원기자 aponi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