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에게 국경은 없다신뢰중시 경영,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세계 속 넥상스 이끌어

[인물포커스] 송윤용 넥상스코리아 사장
글로벌 리더에게 국경은 없다
신뢰중시 경영,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세계 속 넥상스 이끌어


‘Country Manager, Korea & Vietnam’

넥상스코리아 송윤용 사장(51)의 명함에 씌어져 있는 직함이다. 말 그대로 넥상스 그룹의 글로벌 리더로서 국경을 넘나 들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프랑스 본사를 비롯, 넥상스코리아가 합작 투자로 설립한 아프리카 탄자니아, 베트남 하노이, 중국 강서성 난닝 등지의 전력선 공장을 찾는다. 지난달에는 무려 네 차례나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외국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지화가 우선 돼야 합니다. 각기 다른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현지인을 존중할 때 비로소 기업은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송 사장은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회사들은 자본은 비록 외국 자본이지만 경영, 생산은 대다수가 한국인이 하고 있는 만큼 한국에 대한 외국계 회사의 기여도를 재평가 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이 이들 선진 회사 대부분이 국내에서 하지 않는 분야, 또는 미흡한 분야 등 틈새를 개척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 확신 설 땐 모든 것 걸고 '올인'

송 사장이 넥상스코리아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1년 11월이다. 당시 한국 전선업계 최초로 세계 굴지의 기업과 M & A를 했을 때, 과연 누가 넥상스 코리아를 끌고 갈 것인지 업계의 관심이 대단했다. 그 주인공이 ABB코리아(송배전부문)에서 이미 경영 능력을 검증 받은 송 대표이사였다.

그는 ABB코리아 시절, 공장 설계 작업부터 시작하여 그 숱한 어려운 일을 다 격은 후 비로소 ABB코리아가 본 궤도에 진입하고 정상 가동이 되자, 그를 필요로 하는 넥상스코리아로 자리를 옮겼다. 다른 사람 같으면 좀 더 안정적인 생활을 택할 수도 있었으나 그는 또 다른 도전을 택했다. 세계 선두 그룹과 M&A가 되었다고는 하나 그때까지 제대로 진용을 못 갖춘 넥상스 코리아로선 외국회사에서의 오랜 경험과 정열적으로 일하는 그가 적격이었다.

넥상스코리아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그가 맨 처음 한 일은 넥상스 그룹 내에서 한국의 위치를 각인시킨 일이다. 커뮤니케이션의 혼선을 명쾌하게 정리하고 아시아에서의 교두보의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말하자면 넥상스코리아가 그룹에 잘 안착 할 수 있도록 모든 장애요소를 없애고 길을 닦은 셈이다. 물론 넥상스코리아 임직원들에게는 발상의 전환을 강조, 사고 자체를 글로벌화 하고 관리, 생산, 영업 등 선진화된 넥상스 그룹의 시스템을 접목시키는 작업에 주력해 왔다.

알이 깨져야만 새로운 세계가 열리듯 고정 관념의 틀을 깰 것을 주문했다. 더욱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치열한 경쟁 시대에서 발로 뛰며 머리로 고객에게 다가서는 참신한 영업 활동을 요구했다. 국내 중소 기업의 조직 풍토를 선진 다국적 기업의 선진 경영 기법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한 것.

그 결과 유럽을 기반으로 하는 넥상스 그룹이 아시아를 전략시장으로 지목, 넥상스코리아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게 됐다. 그의 뛰어난 영어 실력도 넥상스코리아가 그룹에서 아시아시장 개척의 중심 역할을 담당 할 수 있게 하는데 한몫 했다.

외국 기업에서 오래 근무를 한 탓일까? 그에게서는 좌중을 휘어잡는 세련된 매너와 항상 사람을 편하게 하는 부드러움이 공존한다. 처음 만났을 때도 언젠가 만난듯한 친근한 느낌이 들고 그러한 친근감이 자연스럽게 대화 중에 녹아든다.

그러나 대화가 진행될수록, 그 명쾌한 경영관에서 세계적 그룹의 CEO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하게 든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담겨있는 경영 전반에 관한 철학은 쉽지만 핵심 부분은 꼭 짚고 가는 치밀함이 있다.

“20을 확실히 하면 80은 그대로 따라 옵니다. CEO는 핵심 20%에 대한 비전을 확실히 제시하고 나머지는 철저히 임殆坪?믿고 위임하면 됩니다.”송 사장은 “사장이 구석구석 파고들면 오히려 단점”이라며 “사장이 할 일은 적절한 사람을 적절한 곳에 배치하면 된다”고 강조한다. 신뢰를 중시한 이 같은 송 사장의 경영방침은 인재교육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병행되고 있다.

송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전공과 관계없이 영어, 회계, 전산 등 3개 분야를 항상 강조한다. 외국계 회사 직원이기 이전에 글로벌 경쟁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영어 구사능력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또한 엔지니어 일지라도 회사경영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회계능력이 있어야 하며 정보화시대에 앞서가기 위해서는 전산 실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게 송 사장의 지론이다.

송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자율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방임으로 흐르지 않도록 합리적이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다. “어디에서나 내 색깔을 내세우지 않는 편입니다. 승부나 시비를 가리는데도 신중한 편입니다. 하지만 승산이 있다고 확실히 판단되면 모든 역량을 집중합니다.”

한편 생각하면 송 사장은 학창 시절부터 줄곧 나이 많은 동료들과 생활한 것이 리더십 형성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초등학교를 6살에 입학한 까닭에 학창 시절 동기들이 모두 그보다 연상이었다. 그런데다 승진도 빨랐을 뿐만 아니라 팀제가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팀장으로서 나이 많은 팀원과 함께 일한 적이 많았다. 송 사장은 이런 과정에서 믿음, 신뢰, 합리 등을 바탕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하우를 얻은 것 같다고 한다.


- 아시아 진출의 전초기지

세계적인 케이블 전문 그룹인 프랑스의 넥상스는 아직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기업이다. 그럼에도 넥상스는 한국을 아시아진출의 전초기지로 육성하고 있다. 한국내 자회사인 넥상스코리아(구 대성전선)과 극동전선에 첨단기술 이전은 물론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는 등 대대적인 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것.

“넥상스는 1897년 설립된 세계적인 케이블 및 케이블 시스템 전문그룹입니다. 지난해 총 매출이 40억 유로로 현재 29개국에 생산공장을 갖고있고 65개국에 영업사무소를 운영중 입니다. 지난 2001년 대성전선에 이어 지난해 극동전선도 인수, 한국에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송 사장은 넥상스 본사의 한국에 대한 믿음이 각별하다고 한다. 때문에 앞으로도 한국에 대해 적극적인 기술 이전과 연구 개발 지원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송 사장은 특히 자동차 전선과 광통신 분야에 선진 기술과 숙련된 경험을 받아들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내년에는 이 분야에 약 100억원 가량 투자를 생각중이다.

그래야 명실상부한 넥상스 그룹의 아시아 및 미국시장 개척의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이 가능하다는 생각에서다. 넥상스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넥상스의 고급 정보와 앞선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어 국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여 나가게 됐다 경험론이 그 밑을 든든히 받치고 있다.

송 사장은 분배의 공평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최고의 이익을 창출해 종업원, 주주, 회사 모두에게 최대의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신조로 회사경영에 임하고 있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이익이 창출되면 그 이익은 당연히 모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는 규모보다는 이익이 많이 나는 실속있는 경영을 강조한다.

“세계 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불투명합니다. 국내 내수 또한 정치권의 소용돌이 속에서 매우 불안합니다. 그러나 이 같은 위기 국면을 기회로 잘 활용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송 사장은 연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기술적 뒷받침이 든든하다. 지난 81년부터 85년까지는 국제그룹에 재직하면서 국제그룹의 흥망성쇠를 경험했다. 특히 85년부터 2001년 ABB코리아에서는 천안공장의 설계에서부터 완공까지 전 과정을 진두지휘해 ABB코리아가 한국에서 안착하데 크게 기여해 CEO로서 능력을 충분히 검증을 받았다.

그는 전기공학과 출신으로 이공계 기피현상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이공계의 기초공학인 전기, 기계, 화학 분야가 컴퓨터, 정보통신 분야에 밀리고 있는 게 안타깝다. 어떤 상황에서도 전기, 기계분야가 튼튼한 기반을 갖추고 있어야 국가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다는 강조다.

때문에 전기계는 물론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것. 또 최근 전선업계의 구조 조정과 관련해, 송 사장은 자유 경쟁 시대에서 인위적 구조 조정은 오래 못 간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경쟁 원리에 따라 순리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

송 사장은 회사 일 만큼이나 가정에도 충실하다. 지금도 시간만 맞으면, 한밤 중에 가족끼리 동해로 회 먹으러 또는 해돋이 구경하러 떠나기도 한다. 대가족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위로는 부모님들을 잘 섬기며, 또한 맏형으로 모든 대소사를 이끌면서 동생들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가족 화합과 단결의 중심에는 부인 김복희 여사(51)의 내조가 있음이 물론이다. 그는 자연과 동화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고 한다.

부인은 취미로 그림을 그리다 현재 홍익대 미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는 만학도로 아름다운 50대를 보내고 있다. 1남1녀의 두 자녀도 모두 서울대를 졸업했다. 아들 석민씨(28)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엔큐빅’이라는 벤처기업에서 자신의 꿈을 키우고 있다. 딸 연경양(25)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현재 시티뱅크에서 근무 중이다.


- 인재양성에 아낌없는 투자

요즘 송 사장은 그 동안 열정을 쏟아 온 직장생활을 통해 얻은 것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중이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입은 혜택을 사회에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송 사장의 생각이다. 송 사장은 넥상스 본사로부터 적극적인 투자를 받아 현재의 기술력을 선진 유럽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사장으로 재임 중에 꼭 이루어야 할 목표로 꼽고 있다.

모든 어렵고 힘든 일을 명쾌하게 풀어가는 지도력, 인재양성에 대해 아낌없는 투자, 개개인에 대한 최대한의 장점을 이끌어 내는 안목,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 한 송윤용 사장에 대한 지인들의 평이다.

최영규 편집위원


입력시간 : 2004-10-14 11:24


최영규 편집위원 choiyk56@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