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밝힌 홍등가에 꽃은 없고집창촌 '영업강행' 불구 골목엔 경찰만 득시글

[이색지대 르포] 성매매특별법 시행 한 달…
불 밝힌 홍등가에 꽃은 없고
집창촌 '영업강행' 불구 골목엔 경찰만 득시글


불 꺼진 홍등가에 다시 불이 들어왔다. 미아리 집창촌이 10월24일 본격적인 영업 재개 방침을 밝히며 불을 밝혔고 용산, 청량리 등지의 집창촌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성매매 특별법 시행 한 달이 지난 시점에 맞춰 이뤄진 집창촌 측의 초강경 대응. “악법도 법이니 한 달 동안만 이를 존중하겠다”던 집창촌 업주들의 약속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 청량리, 불만 켜놓은 채 '개점 휴업'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업소마다 불을 밝히며 윤락여성들까지 현장으로 돌아온 미아리의 경우 경찰이 대거 동원된 까닭에 손님들의 발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청량리의 경우엔 윤락여성들은 보이지 않고 홍등에 불만 밝혀놓은 상태였다. 성매매 특별법에 대한 일종의 시위인 셈이다.

9월23일부터 시행된 성매매 특별법으로 전국 집창촌의 불이 일제히 꺼진 지 한 달. 집창촌에 불은 다시 들어왔지만 불러 모은 것은 손님이 아닌 경찰뿐이었다. 26일 새벽 2시 경 청량리 집창촌에서 만난 한 경찰은 “손님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업소에 들어가려 할 때 이를 제지하기 위해 나와 있다”고 순찰의 목적을 밝혔다.

가끔 지나는 차량들도 하나같이 신문사에서 나온 취재 차량들. 업주와 윤락여성은 사라지고 불만 환하게 밝혀진 청량리의 현실은 매스컴 관계자들의 취재 욕구만 자극시킬 뿐, 일반 남성 손님의 성적 욕구를 자극시키지는 못했다. 결국 성매매 특별법에 대항해 다시 영업을 시작하겠다던 집창촌 업주와 윤락여성들의 강한 의지는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 앞에 허물어져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전국의 모든 성매매 관련 유흥 산업이 문을 닫은 것은 아니다. 집창촌이 경찰의 주요 타깃이 되어 대대적인 단속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형태의 성매매는 다시금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직장인이 대거 몰리는 종로의 식당가에서 발견됐다. 한동안 사라졌던 유흥업소의 홍보용 명함이 다시 등장한 것. 야한 여성 사진을 밑바탕으로 한 안마시술소 명함이 껌과 사탕과 함께 담긴 홍보물을 나눠주는 아줌마들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 안마 6만원, 시술(?) 12만원

홍보용 명함에는 ‘시술료 대폭인하’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성매매 특별법에 따른 단속이 심해져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지자 가격 인하로 가벼워진 직장인의 주머니를 노리겠다는 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밤 11시경 전화를 걸어 문제의 안마시술소 영업 형태를 물어봤다. 우선 점검 사안은 경찰 단속을 피해갈 수 있는지 여부. 이에 대해 안마시술소 측은 “손님은 절대 다치지 않는다”며 “우리는 안마와 뜸 등 의료 시술을 하는 의료업소로 허가가 나 있기 때문에 단속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어떤 서비스가 제공되는지 여부를 묻자 “안마만 받으면 6만원이고 시술까지 받으면 12만원”이라고 답변했다. ‘시술’ 내용에 대해서는 “전화상으로 어떻게 자세한 이야기를 하냐”면서 “예전과 달라진 것 없이 똑같다”고 강조한다.

강남 일대의 유명 안마시술소들 역시 최근 아무런 부담 없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미 몇몇 업소들은 추석 연휴 이후부터 영업에 돌입했고 특별단속기간이 끝난 10월 23일부터는 대부분의 업소가 다시 영업을 개시해 성황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최근에는 안마시술소마다 마담들이 총동원되어 “우리 업소는 성매매특별법과 관계없이 정상 영업한다”는 문자메시지를 손님들에게 보내는 마케팅 전략까지 선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문자 메시지를 통해 손님들의 단속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는 것은 룸살롱들 역시 마찬가지다. 2차 없이 룸 안에서 모든 것을 소화해내는 ‘북창동 시스템’의 룸살롱들은 최근 더욱 변태적인 서비스를 새로 추가해서 발길을 끊은 손님들에게 구애의 손길을 뻗고 있다.

대딸방들 역시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이미 소개한 바 있는 신림동 고시촌에 위치한 대딸방 C의 경우도 현재 정상 영업에 돌입했다. 이곳 역시 “단속 위험은 전혀 없다. 안심하고 오라”고 얘기한다. 그래도 무언가 확실한 방어 수단이 없으면 가기가 꺼려진다고 얘기하자 C 업소 측은 “오셔서 직접 보안 시스템을 보시면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다. 2중 3중 보안망을 가동하고 있어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며 보안에 대한 확신을 내보였다.

- 다른 형태의 성매매 은밀히 퍼져

회현동 여관들 역시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유흥가 정보를 주고받는 한 사이트 자유게시판에서는 성매매 특별법 이후 여전히 성매매 영업이 이뤄지고 있는 업소에 대한 네티즌들의 자연스러운 정보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 회현동에 대한 소식은 바로 이 게시판에서 접할 수 있었다. “회현동은 지난 토요일(10월 23일)부터 영업을 재개했다”는 한 네티즌은 “대신 아주 조심조심, 빨리 일을 끝내야 한다”라는 충고의 말까지 덧붙였다.

이 글에 대해 다른 네티즌은 “성매매 특별법 시행 직전에 회현동에 가서 카드로 계산을 했는데 최근 경찰로부터 출두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계도 기간에 갔던 것이기 때문에 법적인 처벌은 없고 조서만 작성하면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경험담을 털어 놓고 있다. 결국 유흥업소에 가더라도 카드 계산은 위험하다는 충고의 내용인 셈이다.

결국 집창촌을 제외한 다른 형태의 유흥업소들은 대부분 9월 23일 이전 상황으로 돌아와 아무렇지 않게 영업을 계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에서 경찰의 단속 의지에 대한 의문점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몇몇 안마 시술소나 대딸방의 경우 고객카드까지 만들어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입수할 경우 대대적인 단속이 가능하다. 또한 2중 3중의 보안망 역시 사복 경찰이 투입될 경우 단속이 손쉽게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불만 켜진 채 아무도 없는 집창촌에 경찰력이 집중되는 지금 상황이 오히려 다른 형태의 유흥업소에는 커다란 혜택을 주고 있는 셈이다.

현재 진행중인 경찰의 단속 형태만 놓고 본다면 이번 성매매 특별법은 성매매 전반에 대한 근절책이 아닌 집창촌 폐쇄만을 위해 만들어진 정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또 한국 사회의 성매매 형태를 더욱 음성화ㆍ고액화하는 역효과가 우려되기도 한다.

입력시간 : 2004-11-0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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