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고수들의 '차사랑' 한마당다양한 운전경험과 폭넓은 정보로 차에 대한 자부심과 관심 높여줘

[동호회 탐방] 권영주의 테스트드라이브
자동차 고수들의 '차사랑' 한마당
다양한 운전경험과 폭넓은 정보로 차에 대한 자부심과 관심 높여줘


집보다 차를 먼저 장만한다는 요즘인 만큼, 국내 자동차 문화는 이제 양적 팽창 단계에서 한 발 나아가 질적 성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용자가 단순히 소비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자동차를 즐기고 이해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 그러나 차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늘어가지만, 사용자 관점에서 쓴 생생한 이야기를 얻기란 쉽지 않은 현실이다. 눈길이 가는 ‘권영주의 테스트드라이브’(www.freechal.com/testdrive) 동호회를 소개한다.

- 상호 배려의 원칙 지킨다

2001년 5월 프리챌에 개설된 ‘권영주의 테스트드라이브’ 동호회(이하 ‘테스트드라이브’)는 국내외의 다양한 자동차 문화를 이해하고 사용자간 정보 교류가 이뤄지는 공간을 지향한다. 현재 자동차 애널리스트 겸 테크니컬 트레이너로 활동 중인 운영자 권영주(31) 씨는 1991년부터 자동차잡지에 자동차 관련 글을 기고해 왔고, 국내외 자동차 1,300여 대를 시승해 온 자동차 매니아다.

자동차에 운송 수단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조차도 자신이 선호하는 차 외에는 배척하는 모습들을 보며 안타까웠던 권영주 씨는, 모든 자동차 사용자들이 자신의 차에 자부심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는 비영리 동호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다. 그렇게 시작된 동호회는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초등학생부터 50대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을 포괄하며, 현재 1만여 명의 회원들이 함께 하는 공간이다.

‘테스트드라이브’에서는 모든 사람이 경어를 쓴다. 이런 원칙은 지위 고하나 연령을 불문하고 적용된다. 심지어 친구에게도 말을 놓거나, 주제와 상관없이 둘만 아는 잡담을 아무 게시판에나 늘어 놓는 일을 금한다. 이는 자유분방한 인터넷동호회의 관점에서 본다면 엄격해 보이지만, 서로를 존중하는 예의바른 동호회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자칫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만한 사안에서도 분위기가 격앙되지 않는 까닭은 ‘상호 배려’를 가장 큰 미덕으로 여기는 철저한 규칙 덕분이다.

- 모든 게시판의 자료실화

‘모든 게시판의 자료실화’를 꿈꾸는 테스트드라이브에서는 각각의 게시판마다 독특한 컨텐츠를 담고 있다. 예컨대 ‘Road Impression’이라는 게시판에는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세 번째 최다시승 기록을 갖고 있다는 권영주 씨가 그 동안 각종 매체에 소개했던 자동차 시승기를 모아져 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차들을 사진과 함께 생생한 시승기로 접할 수 있어, 자동차 애호가의 호기심을 눈으로나마 충족시켜준다.

세계의 자동차를 보여 주는 ‘World Stories’라는 게시판도 비슷한 맥락에서 눈길 가는 곳. 운영자가 회사 생활 때문에, 혹은 여행을 다니며 자동차와 관련해 겪었던 다양한 경험담과 에피소드들을 사진과 함께 수록했다. 한편 ‘Street Battle’ 게시판은 자동차를 몰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도로 위의 해프닝’을 소개한다. 운전에 익숙해지면 누구나 한 두 번쯤은 앞서가는 차량과 경주 아닌 경주를 벌일 때가 있는데, 이럴 때 경험한 무용담을 ‘배틀’이라고 재미있게 표현한 것.

그 곳에서는 다양한 운전자들의 경험담이 날마다 넘쳐난다. 안전 주행을 전제로 한 댓글을 주고 받으며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치기도 한다. 또 초보 운전자도 베테랑 운전자도 모두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Q & A’ 게시판은 질문 내용과 관련된 제목만을 허용하기 때문에 검색이 간편해, 궁금증 많은 회원들의 반응이 좋다고.

이처럼 개인이 운영하는 동호회이면서도 다양한 정보들이 모여 있기에, 참여하는 회원들의 성향도 다채롭다. 예컨대 인테리어 디자인 일을 하면서 현역 카트 레이서이기도 한 열성회원 김성범 씨는 89년식 폭스바겐 골프 GTI를 15년째 정성껏 관리해 오고 있다. 2~ 3년 타다가 싫증난다 싶으면 금세 새로운 차종으로 바꿔버리는 요즘 풍토에서 본다면 지극히 드문 모습이다. 하지만 자신의 차에 자부심을 갖고 꾸준히 애정을 쏟아 붓는 모습에선 자동차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

- 오프라인 모임 '카 쇼' 올해로 3회째

자동차 동호회인 만큼 오프라인 모임도 빼 놓을 수 없다. 동호회 연례 행사 중 가장 큰 모임은 2002년부터 시작된 ‘Test Drive Party with Autoshow’(이하 ‘카 쇼’)이다. 흔히 모터쇼에는 화려한 차만 전시하기 일쑤지만, 테스트 드라이브에서의 카 쇼는 연식, 차종을 불문하고 누구나 자기 차를 뽐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친목을 도모한다. 또 벼룩시장의 개념을 추가해 각종 중고 용품을 차량과 함께 현장에서 판매하기도 했다고.

3회 째가 되는 올해의 ‘카 쇼’는 다섯 개 부문으로 나눠 시상식도 가졌다. 가장 멋진 배기음을 내는 ‘베스트 배기음’, 만 8년 이상 된 ‘애마’를 정성껏 관리해온 사람 중에서 선정하는 ‘베스트 복원차’, 연식에 관계 없이 가장 아름다운 광택을 내는 차에 수여하는 ‘베스트 광택’, 차량을 독특하게 전시하는 방식을 평가하는 ‘베스트 디스플레이’ 가장 완성도 높게 보이는 튜닝카를 선정하는 ‘최우수 튜닝카’ 등이 그것. 이로써 다양한 자동차 문화를 알리고 ‘자동차는 운송 수단 이상의 그 무엇’이라는 공감대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대개의 회원들이 오너 드라이버인 까닭에, 정기 모임 외에도 번개 일시와 장소를 공지하면 시간 맞고, 마음 맞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모여 들어 정을 나눈다. 전국 각지의 수려한 드라이브 코스를 함께 달리며 자동차를 매개로 쌓은 정의 깊이는 10년 지기도 부럽지 않다.

- 함께 즐기는 자동차 문화 만들기

흔히 자동차에 대한 애착을 표현하는 말로 “마누라는 빌려 줘도 자동차는 못 빌려 준다”는 게 있다. 아내를 어떻게 물건에 빗대느냐고 화를 발끈 내기보다, 차에 대한 사람들의 깊은 애정을 이해하는 우스개 소리 정도로 받아 들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오너드라이버들은 자신과 한 몸이 되어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서 분명 물건 이상의 생명력과 생동감을 느낀다. 이제는 애정을 단순히 자기 소유의 자동차에만 쏟아 붓자는 때는 지났다고. 보다 큰 차원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자동차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고경원 객원기자


입력시간 : 2004-11-17 17:03


고경원 객원기자 aponi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