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전자학습 e-러닝 시대 본격 개막, 교육격차 해소에도 큰 역할
[인터뷰] 황대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 "공교육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 전자학습 e-러닝 시대 본격 개막, 교육격차 해소에도 큰 역할
과학과 기술에는 빛과 그늘이 공존한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사람들에게 득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다. 에너지와 폭탄의 두 얼굴을 가진 핵(核)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2005학년도 수능 시험에서도 과학 기술의 이 같은 양면성은 재확인됐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방송(EBS)을 통한 수능 강의를 실시한 덕분에 사교육비가 크게 줄어드는 성과를 가져온 게 빛이라면, 사상 초유의 집단 ‘휴대폰 커닝’ 파문은 그늘이다. 이 두 사건은 따지고 보면 첨단 과학 기술이 낳은 전혀 다른 결과인 셈이다. 방송과 인터넷을 이용한 수능 강의라는 혁신적인 정책의 성과 덕에 잔뜩 고무됐던 교육 당국은 어쨌든 뜻밖의 사태에 다소 맥이 빠진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우리 공교육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는 의의마저 퇴색되지는 않을 것이다. 수능 강의는 첫걸음일 뿐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보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e-러닝’(e-Learningㆍ전자 학습)이라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의 한가운데로 진입중이다. 교육 당국과 전문가들도 e-러닝이 가져 올 혁신적인 변화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e-러닝 정책 산실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황대준 원장을 만나 급물살을 타고 있는 교육 혁명의 현황에 대해 들어 봤다. 능동적 학습체제 구축 -이번 수능시험의 큰 특징은 EBS 수능 강의가 상당한 비율로 반영됐다는 것입니다. EBS 수능 강의의 의의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지역과 계층 간 학력 격차와 교사들의 수준 격차가 엄존하는 현실이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비정상적인 사교육 열풍을 불러온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희 KERIS가 기획하고 EBS가 주관한 수능 강의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TV와 인터넷을 학습의 매개체로 활용함으로써 지역이나 계층 간 격차를 극적으로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충실한 강의 내용도 주효했다는 판단입니다. 이처럼 EBS 수능 강의가 사교육비를 경감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은 평가받을 만한 일이지만, 보다 중요한 목표는 공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e-러닝이라는 용어가 낯선 듯합니다. e-러닝의 개념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지식의 라이프 사이클이 갈수록 짧아지면서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는 것은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흐름입니다. 이제는 일정 기간 동안 학교에서 지식을 배우는 공급자 중심의 ‘교육’으로부터,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수요자 중심의 ‘학습’으로 교육의 축이 옮겨 가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e-러닝은 교사 중심의 전통적인 교육이 가진 문제점, 즉 개인별 맞춤 학습이 어렵다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국내 교육 제도와 현실에 비춰 e-러닝 정책의 본격적인 추진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요.
-올해 e-러닝 정책이 본격화 하기까지는 여러 장애들도 있었을 텐데, 그 동횬?정책 추진 과정은 어땠습니까. 이후 국내 교육 당국과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e-러닝에 대한 공감대가 조금씩 확산되고 관련 법령과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e-러닝 체제가 서서히 골격을 갖춰 왔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결국 논의가 시작된 지 8년 만인 올해 드디어 공교육 영역에 e-러닝이 도입된 셈입니다.”
-올해 EBS 수능 강의 외에 e-러닝 정책이 적용된 사례는 어떤 것이 있는지. 또 9월 개통한 ‘중앙교수학습센터’(에듀넷)도 e-러닝의 새로운 획을 그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교수-학습 정보를 원스톱으로 찾아볼 수 있는 체제를 갖춘 중앙교수학습센터는 범국가적인 교육 정보 공유와 지식 창출의 장을 마련한다는 목표로 구축됐습니다. 이 곳에서는 전국 교육청 및 유관 기관들이 보유중인 모든 교육 정보를 검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정보와 공간도 마련돼 있습니다.”
-인터넷과 온라인 환경이 발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지식과 정보를 사이버 공간에서 얻고 있습니다. e-러닝과 일반인들의 학습 욕구를 연결시킬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은 있는지요.
-국내의 e-러닝 제도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요. 외국에서 국내의 e-러닝을 배워 간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만. “경제 규모가 큰 60개국을 상대로 e-러닝 역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스웨덴 캐나다 미국 핀란드에 이어 세계 5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e-러닝에 대한 준비는 잘 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교육 정보를 공유하고 유통하기 위한 표준화 프로그램인 KEM(Korea Educational Metadata) 2.0 버전의 경우, e-러닝과 관련해 세계적으로 앞서나가는 자랑거리 중 하나입니다. 이 때문인지 프랑스나 일본 등 선진국의 전문가들도 한국의 교육 정보화를 벤치마킹 하겠다면서 깊은 관심을 표명해 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동남아, 중남미의 상당수 국가들도 관계자들을 파견해 국내 실정을 살펴보고 가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e-러닝의 미래에 대해 전망한다면.
입력시간 : 2004-12-0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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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