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일관성, 신뢰의 리더십걸어다니는 도덕교과서 "100년 후에도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 만들겠다"

[리더탐구 성공의 조건] 안철수 벤처기업 CEO
원칙과 일관성, 신뢰의 리더십
걸어다니는 도덕교과서 "100년 후에도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 만들겠다"


“컴퓨터 업계의 슈바이처, 직장인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사람, 가장 존경 받는 벤처 기업가, 가장 신뢰받는 리더” 안철수 사장을 쫓아다니는 수식어이다. 그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없다. 그는 1988년 한국 최초로 V3라는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무료로 배급한 사람이다. 그는 기업가지만, 기업가 같지 않은 기업가이다. 수익을 쫓아야 하는 벤처 사장이지만, 성직자라는 느낌을 준다.

그는 참으로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CEO이다. 이런 험한 세상에 저렇게 천사 같은 얼굴을 한 성인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게다가 거친 IT 업계에서 잘 나가는 보안 업계의 사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나는 그가 쓴 ‘영혼이 있는 승부’라는 책을 읽고 그에 대해 강한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인이 그 회사와 일을 하게 된 것을 빌미로 인터뷰를 부탁했는데 의외로 쉽게 허락을 해 주었다. 그의 사무실은 여의도에 있다. 원래는 수서에 있었는데 지금의 빌딩 주인이 좋은 조건에 안철수 연구소를 자신의 빌딩으로 유치해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좋은 CEO 브랜드가 사무실 임대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책 속에서 건진 성공신화
그는 특출한 재능이 있거나 학업 성적이 뛰어난 학생은 아니었다. 하지만 끊임없는 독서를 통해 기초를 튼튼히 하면서 한발 한 발 앞으로 가는 스타일이다. 공부가 그렇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그저 그랬지만 조금씩 나아져 결국 서울대 의대를 들어갔다.

바둑을 배울 때도 바둑에 관한 책 50권을 독파한 기초 실력을 바탕으로 1년 만에 아마 2단의 실력이 되었다. 백신을 개발할 때도 책으로 우선 기초를 든든히 쌓았다. 그 결과 한국 최고의 백신 전문가가 된 것이다. 기초고 뭐고 닥치는 대로 급하게 서두르다 서서히 경쟁력을 상실하는 사람들은 배울 점이다.

무엇보다 오늘날의 그를 만든 것은 책이다. 그만큼 안철수와 책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는 활자광이다. 활자로 되어 있는 것은 닥치는 대로 무조건 읽고, 샅샅이 읽는다. 읽을 때도 그냥 읽지 않는다. 본인이 직접 등장 인물이 되어 여러 생각을 하면서 읽는다. 왜 그는 이런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는 것일까?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은 덕에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그는 사회 생활 경험도 별로 없다. 사람 사귀는 것도 좋아 하지 않고, 별다른 취미도 없다. 그런 그가 10년 동안 기업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덜거덕 거리지 않고 그런대로 잘 운영한 것은 무엇보다 책을 통해 나름대로 시야를 넓힌 덕분이다. 그의 삶은 책 읽기와 글 쓰기이다. 그만큼 많은 책을 읽고, 또 글을 쓴다.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냐는 질문에 “책을 많이 읽으면 글이 써지는 것 같습니다. 지식이 쌓이고 농축되면 자연스럽게 글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고 봅니다.” 이렇게 대답한다.

또 이런 철학을 갖고 있다. “글을 쓸 때는 역사 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즉, 10년 후에 읽어도 부끄럽지 않은 글을 써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해 타산이나 숨은 목적이 없어야지요. 객관적이고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써야 합니다.” 그는 독일의 대문호 마틴 발전의 얘기를 한다.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부터 만들어진다.” 오늘날의 안철수를 만든 것은 그 동안 그가 읽은 책인 것이다.

• 집중력과 노력의 천재

그의 철학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2남 1녀의 장남이 그가 의과 대학을 간 것은 의사 아버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였단다. 당시로서는 최선을 다 한 것이다. 의대생이던 그가 새벽마다 일어나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것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었고, 그것이 자신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서기 싫어하고 내성적인 陋?기업을 만들 수 밖에 없던 것도 당시로서는 최선이었다. 혼자서 하기에는 일이 너무 커졌고, 조직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가치지향적인 사람이다. 세계적인 보안 회사 맥아피사 회장이 1,000만 불이라는 거액으로 그의 회사를 인수하려 했을 때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으로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그에게는 돈 보다는 사명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수줍어 하고 남들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그가 보안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순전히 사명감 때문이다.

그는 천재이다. 의사 공부를 하면서 백신 개발을 한 것을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엄청나게 노력하는 천재이다. 집중력이 뛰어난 천재이다.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새벽 3시에 일어나 3시간 동안 백신을 개발한 얘기는 유명하다. “저는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남보다 두 세배의 시간을 투자할 각오를 합니다. 그것이 보통 두뇌를 가진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노력에 대한 그의 철학이다. 그는 정말 겸손하다. 그를 만나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오만이나 욕심 같은 단어는 약에 쓰려 해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렇게 똑똑하고 부자인 그가 그렇게 겸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는 탁월한 커뮤니케이터이다. 말을 잘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가 한 말의 영향력 때문이다. 그가 사내 직원에게 한 조회사를 보면 관련 없는 나 같은 사람조차 감동하게 된다. 명확한 메시지, 솔직한 자신의 경험과 사례, 뒤에 깔려있는 애정…. 그런 CEO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얼마나 행운아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리더십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고 생각을 한다.

“리더십의 핵심은 원칙과 일관성입니다. 매사가 순조롭고 편안할 때 원칙은 누구나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원칙을 원칙이게 만드는 힘은 어려운 상황, 손해를 볼 것이 뻔한 상황에서 그것을 지킬 때 생겨납니다. 상황이 어렵다고, 나만 바보가 되는 것 같다고 한두 번 원칙에서 벗어나면 그것은 진정한 원칙이 아닙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필수적입니다. 아무리 올바른 원칙과 일관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이러한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리더로서의 자격이 없음은 자명한 일입니다.

• 다른 사람을 이용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리더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근간으로 한 것이어야 합니다. 리더십 자체는 크게 보면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인간 관계에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듯, 리더십에서도 신뢰의 형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하지 않겠다는 진실한 마음가짐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솔선수범을 통해서 스스로 일관성 있게 원칙을 지키고, 성실하게 상대방과의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안철수 연구소가 잘 나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원칙을 세우고 이를 준수하는 것’은 그가 생각하는 성공의 조건이다. 그는 선한 사람이다. 얼굴 전체에 그렇게 쓰여 있다. 하지만 물러설 수 없는 나름의 선을 갖고 있다.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이용하지 않는다” 가 그것이다. 그는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단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이용한 적도 없단다, 엉뚱한 약속을 한 적도 없단다.

나는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다른 사람이 그런 얘기를 하면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사장의 그런 말은 믿는다. 오히려 안철수 사장이 거짓말을 하고, 남을 이용하는 것이 상상이 안 된다.

성공만큼 백인백색의 정의를 갖는 말도 없다. 모든 사람이 생각하는 성공의 정의는 그 만큼 다르다. 그가 생각하는 성공은 이렇다. “상대적 성공은 불행입니다. 남과 비교해서, 남의 눈에 행복해 보이는 것이 상대적 성공인데 별 의미가 없지요. 그것보다는 절대적 성공, 남이야 뭐라 생각하든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의 모습을 달성하는 것, 이것이 중요합니다.” 본인은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단다. 왜냐하면 지금의 삶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다 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혼자서 책을 보고, 글을 쓰고, 조용히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그가 기업을 경영하고, 사람들과 부대끼고, 언론에 노출되고… 절대 좋아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괴로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사명감으로 지금의 일을 하고 있다. “별坪繭?장기적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또 쉽게 얻어지지도 않습니다. 저는 늘 절벽을 올라가는 느낌입니다. 위는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고, 아래를 내려다 보면 까마득하고, 여기서 손을 놓으면 한없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그는 결코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동안 성취한 것이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절박하기도 하고 무섭다고 고백한다.

그처럼 공명심이 없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당연히 유명해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유명해 지고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을 즐기긴 커녕 괴로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운영하고 인터뷰에 응하고 글을 쓰는 것은 사명감 때문이다. 한국의 보안 업계를 지키는 것, 나아가 글로벌하게 성장시키는 것은 그의 꿈이다. 그는 100년 후란 얘기를 자주 한다. 지금이 중요한 게 아니라 100년 후에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고 남아있는 그런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정직한 사람도 성공할 수 있다. 아니 그는 더욱 성공해야만 한다. 정직한 사람, 윤리적인 사람이 성공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대성해야만 한다. 그가 빌 게이츠 이상으로 성공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정의가 성공한다”는 사실을 믿게 될 것이고 우리 사회는 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그를 인터뷰하고 나오면서 한 생각이다.

한근태 서울과학종합대 교수


입력시간 : 2004-12-02 14:50


한근태 서울과학종합대 교수 kthan@ass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