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컨벤션 산업은 무역의 꽃"조직의 글로벌화에 모든 역량 집중, 변화의 물결 선도

[인물포커스] 정재관 COEX 사장
"전시컨벤션 산업은 무역의 꽃"
조직의 글로벌화에 모든 역량 집중, 변화의 물결 선도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면 무엇을 못하겠습니까?”

이순(耳順)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CEO로 재기한 우리 사회의 참 일꾼이 있다. 지난 3월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60대로서 COEX 최고 사령탑에 오른 정재관 사장(63)이 그 주인공이다.

“응모한 12명중 서류 전형을 통과한 6명이 최종 면접을 봤는데, COEX 발전 방향에 대한 소견과 과거 현대종합상사에서 갈고 닦은 경험에 비추어 종합 상사보다 더 골치 아픈 일이 있겠느냐며 경영에는 자신이 있다고 했죠.”정 사장은 “당시 면접관은 무역협회 김재철 회장, 세종대 김철수 총장, 암참(AMCHAM) 제프리존스 회장, LG그룹 이수호 부회장 등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 풍부한 경륜 국가경제발전에 기여
정 사장이 60대 CEO의 기수로 다시금 경영 일선에 나선 것은 자신이 25년간 현대종합상사에서 쌓은 경험을 이 사회에 환원, 국가의 경제 발전에 일조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원기 왕성한 퇴직 고급 인력이 무척 많은데 이들을 활용할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정 사장의 주장이다. 특히 종합 상사 퇴직자를 비롯한 전직 외교관들을 교역이나 국가 이미지 증대 등의 사업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

“ 국회 산자위 소속인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도 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외 경험이 풍부하며 협상 능력도 있고 건강에 이상이 없다면, 경험있는 사람을 활용해야 합니다.”정 사장은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저비용으로 전문가를 활용할 수 있고, 퇴직 고급 인력들 입장에서는 일할 수 있는 기쁨을 다시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특히 각 나라에 정통 관료만 내보낼 것이 아니라 경험이 풍부한 민간 전문가를 활용해야 한다는 강조다.

COEX 경영에 임한 지 8개월이 지난 요즘 정 사장은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대표적인 아침형 인간인 그는 매일 5시에 기상, 집 근처 대모산을 오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출근은 8시 이전을 생활화 하고 있다. 하루를 소중하게 활용해야 하고 현재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회사 경영에 임한다.

“국민 소득이 2만달러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선 약 3,800억 달러의 수출이 가능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교역 증대의 중요한 수단인 전시 컨벤션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육성해야 합니다.”정 사장은 수출이 경제를 주도하는 만큼, 무역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전시 컨벤션 산업을 성장 엔진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 사장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갖은 것은 현대종합상사 근무 시절 독일에서의 주재원 생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5년 6개월간 전시장을 통한 수출 상담을 수 없이 경험했다. 독일의 경우 전시산업협회(AUMA)를 발족, 자국내 전시회의 해외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정부와 지자체의 유기적인 협력으로 관련 인프라 구축과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취득세, 법인세를 비롯해 영업세, 부가세 등을 감면하는 등 파격적인 세제 지원으로 주최자 및 참가 업체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고 역설한다.

사실 독일은 연간 700여 회의 각종 전시회와 함께 세계 30%에 달하는 200여 개의 국제 규모 전시회를 열고 있다. 총 교역량의 70%가 전시회를 통해 성사되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전시 선진국이다. “제비 한마리가 온다고 봄이 오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임직원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임직원 개개인이 전시 컨벤션 산업의 훌륭한 경영인이 되도록 하는 것이 사장의 의무이자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 세계유수 전시회 국내유치에 전력투구

정 사장은 직원들이 글로벌 리더로서의 자질을 갖추도록 하는 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 독일, 중국 등을 대상으?직원들에게 해외 중장기(3개월~1년) 연수를 보내 국제적인 감각을 익히도록 할 방침이다.회사 내부적으로는 수익 창출, 경비 절감, 고객 서비스 만족도 증대를 위한 다양한 실천 전략을 수립, 진행중이다. 특히 지난 4월부터 발급하기 시작한 ‘코엑스 멤버스 카드’사업은 현재 회원이 1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새로운 사업으로 각광을 받고있다.

“국내 전시컨벤션산업은 선진국 진입 전단계에 와 있습니다. 물론 관광 등 관련 산업에의 파급 효과를 감안하면 발전 가능성이 무척 큽니다만 아직 언어 문제, 호텔 비용, 고물가, 교통 문제 등의 이유 때문에 국제 회의 유치에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정 사장은 영세한 전시 주최자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대폭 확대돼야 하는데, 특히 국내에서 열리는 무역 전시회에 더 많은 애정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COEX는 요즘 전시 컨벤션 산업의 글로벌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해외 유명 전시 주최자와 제휴는 물론 세계 유수 전시회의 국내 유치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우선 제휴 가능성 있는 주최자와 전략적 제휴 추진이다. 프랑스 농기계전(SIEMSTA)에 대해서는 지분 투자 및 상호역할 협의를 통한 조인트벤처 설립에 관해 양해 각서(MOU)를 체결하고 세부 투자 사항을 검토중 이다.

또 중국 산동성 정부와는 농기계전(SIEMSTA-CHINA) 개최를 위한 MOU 체결을 추진중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메세와는 악기전 공동 주최를 협의중이다.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COEX의 든든한 밑거름은 역시 무역협회다. 무역협회의 전세계 네크워크를 활용, 해외 참가 업체 및 바이어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내 무역협회 지부에는 현지 마케팅 활동을 위한 인력을 파견할 생각이다. 정 사장은 정부가 적극적인 관심(조세 감면, 컨벤션 뷰로 등)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컨벤션 산업의 미래는 무척 밝은 편이라고 말한다.

정 사장은 이달 초에 ‘서울컨벤션뷰로’이사장에 취임했다. 서울에 국제컨벤션 유치를 위한 조직을 총괄하는 소임을 맡았다. 문화관광부, 서울시와 함께 대규모 컨벤션을 유치하는데 첨병 역을 맡은 것이다. 정 사장은 앞으로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국제전시주최자협회(IAEM)의 ‘전시전문기획사(CEM)제도’를 도입, 전시 기획 및 마케팅 전문가를 키워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정 사장은 한국 전시 산업 진흥회에서 회장도 맡고 있어 전시 컨벤션을 국내 및 중국, 일본 등 인근 국가로의 관광 상품과 연계시켜 부가 가치를 최대한 높이겠다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 문화이벤트 활성화에 많은 노력

정 사장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또 하나의 분야는 바로 문화 이벤트 사업이다.“ 그 동안 전시 컨벤션에 주력해 왔으나, 이제 ‘주 5일제’등 국민 생활의 시대적인 변화를 반영해 ‘문화 이벤트’를 활성화하는 데 주력할 생각입니다.”정 사장은 현재 200석 규모의 ‘COEX 아트홀’외에 500~600석 규모의 ‘난타 전용 극장’설립을 계획 중이라고 설명한다.

정부 관계당국의 승인을 받아 이 극장이 COEX내에 개관된다면 COEX는 강남 공연 예술의 중심지로 새롭게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난타 공연의 연간 관람객 22만 명중 80%가 외국인입니다. 전략적으로 우리 문화 이미지를 수출에 연계시킨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정 사장이 이끄는 COEX호는 숨가쁘게 변화의 물결을 타고있다. 인터넷 기반의 그룹 웨어를 구축, 전자식 결재는 이제 일과가 됐다. 직원들의 애로 사항이나 제언 등은 온라인으로 격의 없이 나누고 있다. 종이로 보고하던 회의 문화도 과감히 생략했다. 팀 단위로 화합의 ‘호프 데이’를 갖고 생일날에는 꽃바구니도 선사한다.

신상필벌을 원칙으로 회사에 공을 세운 직원에게는 반드시 포상하고 권한을 최대한 보장하되 책임 또한 엄격히 묻고 있다. 정 사장은 현대 시절, 공군 장교 출신으로 의사 결정이 빠르고 업무 추진력이 강한 CEO로 유명했다. 전형적인 현대맨으로 ‘스피드 경영’을 강조해 온 그다. 연공서열에 관계없이 빠른 의사 결정으로 업무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정 사장은 1977년 현대종합상사에 입사한 뒤 2002년 현대종합상사 대표이사 부회장을 끝으로 일선에서 물러날 때까지 25년간을 ‘현대’에 몸바쳤다. 현대그룹 50년사를 통틀어, 본인 스스로 사의를 표하고 나온 유일한 CEO다.

정 사장은 일을 할 때나 골프 등 운동을 할 때나 항상 정력적이다. 무척 힘이 느껴진다. 골프를 칠 때는 18홀?도는 동안 속보로 홀간 이동을 한다. 절대로 전동 카트는 이용하지 않는다. 아마추어 골퍼로서 하체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 핸디 싱글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귀뜸해 준다.

“회사를 그만 두고 집에서 쉬는 동안 집사람과 일본, 하와이, 호주 등지를 여행하면서 잠시 삶을 되돌아 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정 사장은 부인 김명옥 여사(58)와 생일이 3월 22일로 같은 날이다. 그래서 그런지 소문난 잉꼬 부부다. 최근에 감동 받은 일로서, 집에서 쉬는 동안 부인이 1년 사이에 무려 18kg의 감량에 성공한 것이라며 서슴지 않고 말할 정도다.

매일밤 9시에 양재천변을 2시간 이상 도보 운동하고 인근 대모산 산행을 꾸준히 한 결과란다. 김 여사는 요즘 성당 성가대에서 활동하고 있고 맹인용 점자책을 만드는 일에 봉사하는 등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그 자신도 베풀고 나누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현재 분당 서울대병원 백롱민 박사가 중심이 돼서 벌이고 있는 ‘Smile for Children 운동’의 자문을 맡으면서 기금 모금을 지원하고 있다. 백 박사팀은 국내는 물론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을 돌며 언챙이 수술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 사정이 허락한다면 COEX아트홀에서 자선 공연 등 사회 봉사 활동도 적극 펼칠 계획이다.

정 사장에게 개인적으로 작은 소망이 있다면 외아들 성권(32ㆍ현대증권/UBS WARBURG증권 등 근무, 현재 MBA 준비 중)씨가 빨리 좋은 짝을 만나 결혼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약력
▲1941년 서울생 ▲서울고, 서강대 영문학과 졸업 ▲64년 공군 50기 장교 입대 ▲77년 현대종합상사 차장 입사 ▲86년 현대종합상사 상무이사 홍콩법인장 ▲96년 현대종합상사 부사장 중국본부장 ▲99년 현대종합상사 대표이사 사장 ▲2002 현대종합상사 부회장 ▲2004년 3월-현재 코엑스 사장

최영규 편집위원


입력시간 : 2004-12-02 15:03


최영규 편집위원 choiyk56@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