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해피메이커"신이 주신 선물이죠"행복한 아카펠라팀 소프라노

[감성25시] 아카펠라가수 이무연
노래하는 해피메이커
"신이 주신 선물이죠"
행복한 아카펠라팀 <다이아> 소프라노


여자아이는 노래하는 것 빼고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말수도 적었고 잘 웃지도 않았다. 수줍음 많은 아이가 유일하게 무리 속에 어울리는 시간은 노래할 때 뿐이었다. 음악이 흐르기만 하면 아이는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멋진 화음을 만들어 냈다. 여자아이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이는 어렴풋이 행복이란 가까운 곳에 있다는 진리를 깨닫는다. 노래 할 때 비로소 자유로워지던 영혼은 신과 비밀스런 약속을 한다.

‘평생 노래만 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사랑을 전하며 착하게 살게요.’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존재감마저 느껴지지 않았던 여자아이는 커서 아카펠라 가수가 된다.


다재다능한 뮤지션
아카펠라 가수 이무연(30)의 이력은 화려하다. 국내에서 유일한 아카펠라 바(Do it Acappella)를 운영하는 그녀는 아카펠라 혼성 5인조 그룹 다이아(D.I.A)의 소프라노에 작곡, 편곡까지 하는 다재다능한 뮤지션이다.

대학시절 PC 통신 아카펠라 동호회 키씽(kisssing, kiss와 sing이 합쳐진 입맞추어 노래 부르다란 뜻)을 만든 창립 멤버이고 한국 아카펠라 협회의 홍보 부장에, 아카펠라 아카데미 전문 강사다. 얼마 전까지는 재즈 보컬그룹 Vocalese에서 소프라노로 활동했다. 아카펠라가 있는 곳이라면 이무연이 빠질 리가 없다.

이 욕심 많은 뮤지션을 만나러 대학로를 찾았다. 금요일 오후 7시30분 다이아의 공연이 시작되는 시간, 동숭 시네마테크 맞은편 3층의 아바(아카펠라 바의 애칭)의 문을 열자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는 개그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좁은 실내를 꽉 매운 관객들은 다이아의 공연에 시종일관 행복에 겨운 웃음과 박수를 보냈다. 무르익은 분위기는 가족 파티에 초대된 분위기라 처음 들어서는 순간은 이방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10 남짓 자그마한 무대에서 다섯 명의 멤버는 노래 중간 중간에 코믹한 입담으로 관객을 웃음 바다로 몰고 갔다. 분위기가 업 되는 순간 불러대는 아카펠라 송 ‘오빠는 풍각쟁이’. 어깨가 절로 움직였다. ‘난 몰라, 난 몰라, 내 반찬 다 뺏어 먹는 거 난 몰라’ 관객은 어느새 하나가 되어 다이아의 율동을 따라하기까지 했다.

입장료 없이 관람이 가능한 편안한 이곳은 다이아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1주일 전부터 예약한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다이아의 광팬. 커플부터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함께 노래하고 술 마시며 수다 떠는 안방 같은 곳이다. 생일이나 기념일을 맞은 사람들을 위해 축하송을 불러주는데, 바에 온 손님들까지 동참하여 불러주는 축하송에 그날의 주인공은 감격의 눈물까지 흘린다고 한다.

커플만을 위한 이벤트도 있다. 커플송 아카펠라를 부른 후 프러포즈하는 시간이 있는데, 여기서 사랑이 이루어진 커플들이 훗날 결혼식 축가를 부탁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고 한다. 외국 시트콤에서나 볼 수 있는 친근한 파티 분위기. 아바를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이렇게 말하겠다. 해피 투게더!


해피투게더 아바!
무대에서 내려온 이무연은 아바의 유일한 마담답게 보랏빛 원피스 차림으로 손님들 하나하나 챙겨가며 인사를 했다. “여기서 커플이 되어 결혼까지 한 분들이 꽤 많거든요. 그분들이 아는 친구들 데려오고, 또 그 친구의 친구가 찾아오고, 여기 오면 서로 다 친구가 되요.”

대부분은 아카펠라가 좋아 찾아온 손님들이기도 하고, 주말마다 열리는 아카펠라 스쿨 아카데미의 수료생이기도 하다. “금요일만 저희 원조 다이아의 공연이구요. 나머지 날은 다이아 패밀리의 공연이죠. 목요일은 제가 포함된 다이아 헤븐의 공연이 있구, 토요일은 외부 아카펠라 초청 공연을 해요. 손님은 언제나 만원이예요.”

일주일이 아카펠라 공연으로 꽉 차 있는 아바는 원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평생 노래할 수 있는 무대를 갖는 것이 꿈이었던 그녀는 아카펠라 동호회 키씽에서 만난 김선동, 김승태씨 셋이서 뜻을 모아어 아바를 만들었다.

처음엔 막막하기만 했다. 셋 다 본업이 있는 사람들이었고 사업은 처음이었기 때문. 단지, 아카펠라가 좋아서 일을 벌인 이 세 사람은 특별한 전략도 노하우도 없이 바 운영에 돌입한다. “우리만의 무대를 만들고 싶어 했던 소박한 사람들이, 어느 날 장사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술장사로 매도되는 것 아닌가 슬프기도 했구요.”

아바는 대학로에 위치한 덕에 음악이 좋아 찾아오는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학교 앞에 있다 보니 학생들도 많이 오고, 결국 아지트가 된 거예요. 예술 전공하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출석하듯이 여길 찾아오니, 나중엔 써빙도 학생들이 도맡아 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게 된 거죠.”


그녀는 순진한 프로
아바는 손님과 함께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카펠라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우연히 찾아와서 아카펠라를 배우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어느 날 다이아 패밀리가 되어 무대에 오르게 된다. 아바의 단골은 피라미드처럼 형성된 셈이다. 다이아의 첫 싱글 앨범도 결국 아바에 찾아오는 단골들의 도움으로 제작되었다.

“찾아오는 손님들이 공연을 듣고, 앨범을 달라고 그러는 거예요. 팔면 사겠다고. 앨범이 아직 안 나왔다는 말에 아쉬워하는 분들이 생기니까 자극이 되더라구요.” 그것을 계기로 첫 앨범을 냈다. “앨범작업 처음부터 끝까지 아는 분들의 도움으로 진행되었어요. 녹음, 사진 모두 여기 오는 단골의 도움으로 공짜로 했구요. 다이아는 행복한 아카펠라 팀이예요.”

아바의 다이아는 손님들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팀이다. 앨범 타이틀도 다함께 아카펠라를 즐기며 파티를 하자는 뜻 “Acappella Party" 아닌가.

이무연은 바를 운영하며 노래를 부르면서 내성적인 성격도 외향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노래하고 율동하면서 감정을 전달할 때 자신이 즐거워야 사람들도 즐거워하기 때문이다. 무대에 서면 어릴 적 신에게 약속한 말들이 떠오른다는 그녀.

“정말이예요. 제가 이렇게 사는 거 아직도 신이 주신 선물이라 생각해요. 평생 노래하면서 살수 있게 해주셨고, 게다가 아름다운 목소리까지 주셨으니 말예요. 기적이라 믿고 산다니까요.”

신이 인간에게 선물해준 최고의 악기는 바로 목소리다. 선물의 가치를 높이고 어떻게 활용하냐는 선택은 각자의 몫이며 그것은 곧 한 인간의 삶의 방식이고, 철학이 된다. 그녀는 노래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역할을 선택한 것 뿐이다. 그녀는 순진한, 프로인 것이다.


사랑하며 살고 싶게 해주는 그들
신기한건 그녀가 바라는 것은 모두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 비결이 무얼까 묻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항상 여기서 멈추지 않고 노력하며 살거든요. 요즘은 음악을 전문적으로 전공하고 싶어 재즈아카데미에서 작곡, 편곡을 공부해요. 실용음악을 전공할 생각이구요.” 더 좋은 음악으로 관객에게 다가서고 싶은 욕심이 비결인 셈이다. 오죽하면 보스턴에 유학 갔을 당시 전공과 상관없는 아카펠라 악보집을 사러 다녔겠는가.

우울할 땐 머리가 아프도록 단 호두 파이를 먹곤 하는데, 특효약 하나를 더 발견한 기분이다. 그건 다이아의 싱글 앨범 “Acappella Party"다. 다섯 곡의 곡은 울다가도 씩 웃게 되는 우울증 처방제 특효약들 뿐이다. 02-766-7085)

유혜성 객원기자


입력시간 : 2004-12-08 22:03


유혜성 객원기자 cometyo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