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대신 정액제 질펀한 서비스는 덤성매매특별법이 만든 신개념 방석집서비스는 룸살롱 방식 더해져 훨씬 질펀

[이색지대 르포] 달라진 방석집 풍경
바가지 대신 정액제 질펀한 서비스는 덤
성매매특별법이 만든 신개념 방석집
서비스는 룸살롱 방식 더해져 훨씬 질펀


다사다난했던 2004년도가 저물어가고 있다. 정치권은 여전히 시끄러웠고 국제 관계의 역학구도 역시 쉴 새 없이 격변을 거듭했던 2004년, 계속된 불황으로 세인들의 세상 살이에 가장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한국 사회의 밤 문화에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특히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흥 산업인 방석집도 최근 들어 변화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방석집의 모태는 기생집 또는 요정이라 불리던 유흥업이다. 이런 형태의 유흥업이 한국 사회에 자리 잡은 것은 짧게는 일제 식민지 시대부터, 길게 보자면 문명 이래 계속된 한국사와 그 궤를 함께 한다.

다만 격동의 근현대사를 거치며 방석집은 기존의 기생집과 상당 부분 달라졌다. 방석에 앉아 술을 마시며 ‘상’(또는 맥주 박스)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한다는 방식은 기존과 동일하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20세기 초반의 기생집의 상당히 고가의 유흥 문화였다면 현재의 방석집은 가장 저렴한 형태, 아니 저급한 부류로 구분되고 있다. 심지어 서울 시내의 몇몇 방석집 밀집 지역은 일종의 매음굴과 같은 분위기로 여겨질 정도다.

지금까지의 방석집은 대부분 비슷한 모습을 유지해왔다. 가게 위에 가로로 간판이 걸려있고 오른쪽에는 세로로 문이 위치해 있다. 그리고 오른 편에는 창문이 하나 있는데 그 크기가 매우 작고 짙은 색 유리라서 내부는 잘 들여다 보이지 않는다.

이는 말하자면 방석집의 규격으로, 내부가 들여다 보일 경우 단속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최대한 내부를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형태를 변모해온 것이다. 그렇다고 내부가 늘 가려져 있는 것은 아니다. 밤 늦은 시간이며 접대 여성들이 가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호객 행위를 하기 때문에 그 내부가 조금씩 엿보인다.

이런 방석집의 밤 풍경은 외국의 매음굴을 연상케 할 정도, 그 내부 역시 만만치 않다. 지저분한 벽지에서 은근히 알코올 향이 피어오르고 천정에는 폭탄주 제조 후 던진 휴지로 인해 남은 얼룩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당연 술을 마시며 노는 분위기에선 그 어떤 유흥 산업에 뒤지지 않는 질펀함이 풍겨 나온다.

호객행위 등 분위기는 비슷
서론이 너무 길어졌지만, 여기까지가 기존 방석집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이다. 다른 유흥 산업을 설명할 때와 마찬가지로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전의 방석집이 이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최근 새로 개업한 신개념 방석집의 경우 180°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12월 8일 새벽 1시경 찾은 청량리 부근의 먹자골목. 밤을 잊은 취객들이 새벽으로 접어드는 이 시간까지 밤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그리고 먹자골목 한 구석에 위치한 빨간 조명의 가게에서 나온 여성 몇몇이 취객을 상대로 호객행위가 한창이다. 방석집의 경우, 집창촌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밀집이 일반적이다. 사가정, 묵동구길, 아현동 고가도로 일대 등이 서울의 대표적인 방석집 밀집지역. 이들 지역 외에도 방석집은 존재하지만 대부분 몇몇 가게가 몰려 있는 것인 특징이다.

"연애 빼놓고 다 해도 돼요"
하지만 기자가 찾은 신개념 방석집은 소주방과 호프집 등 술집이 몰려 있는 먹자골목의 어엿한 구성원이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다른 방석집은 보이지 않는다. 이곳은 청량리 집창촌과 상당히 떨어진 지역으로 술집이 밀집한 유흥 지역이긴 하지만 성매매 관련 유흥업소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 곳이다.

형태 역시 기존의 집창촌과는 전혀 다르다. ‘장미’나 ‘로즈’ 등 유치한 이름이 돋보이던 방석집 고유의 간판도 보이지 않고, 창문조차 없다. 이런 형태로 볼 때 ?시간에는 전혀 이곳이 방석집 인지를 알 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냥 덩그러니 놓인 유리문만 하나 있을 뿐.

내부 조명은 기존과 방석집, 아니 홍등가 대부분이 이어온 전통의 붉은색이다. 그리고 유리문 밖으로는 늘씬한 여성의 맨다리가 보인다. 마치 이런 외형만 놓고 본다면 방석집이 아닌 집창촌 분위기에 더 가깝다. 물론 방석집은 커녕 집창촌 업소가 있다는 것도 주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호프집, 삼겹살집, 족발집 등과 나란히 붉은 조명의 야릇한 업소라니.

취객이 업소 부근에 다가서면 그 다리의 주인공이 일어서 가게 밖으로 나온다. 이런 호객 행위는 여타 방석집과 유사하다. 손님을 향해 외치는 소리 역시 마찬가지다. “오빠 놀다가요.”

곧 취재진은 본격적인 가격 협상에 들어갔다. 가격 산정 기준은 맥주 박스로 다른 방석집과 유사하다. 하지만 정액제가 가능하다는 게 그 차이점. 일행이 몇 명인지를 물은 접대 여성은 “세 분이시면 맥주 두 박스, 35만원이면 되요”라고 답한다. 사실 방석집은 멋모르고 갔다가 바가지 쓰기 십상이다.

맥주를 몰래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고 박스째로 들어온 맥주 가운데 뚜껑만 덮여있는 빈병이 들어 오는 경우도 상당수다. 게다가 맥주가 떨어질 즈음에 더욱 농밀해 지는 접대 여성의 서비스는 달콤해져만 간다. “이제 막 물 올랐는데 한 박스만 더 시키자”는 얘기를 뿌리치고 일어서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아차 하는 순간 예상한 금액을 훨씬 넘어서는 경우가 대부분. 싼값에 방석집을 찾았다가 어지간한 룸살롱과 비슷한 계산서를 받아보는 경우가 일쑤다.

하지만 이 방석집은 맥주 두 박스에 맞춰서 놀 수 있다는 일종의 정액제로 손님을 받는다. 이런 정액제는 북창동 룸살롱에서 시작해 지금은 대부분의 룸살롱에 적용되고 있는 계산 방식이다. 양주 몇 병을 시킨 뒤 추가 주문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약속하고 룸으로 들어가 정해진 시간 동안 준비된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

그런데 이런 선진 문화(?)가 방석집에도 도입된 것이다. 가격 흥정에 나선 접대 여성과 얘기가 오가자 마담이 다가와 더욱 본격적인 흥정을 시작한다. “연애(성행위)만 빼고 모든 게 가능하다”는 마담은 “맥주 두 박스 시켜 놓고 충분히 즐길 수 있고, 그 이상은 주문해도 우리가 (주문을)안 받는다”고 얘기한다.

술자리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는 기존 방석집에 룸 살롱 방식이 더해졌다. 사실 ‘알몸 인사’는 방석집에서 유래해 북창동을 거쳐 룸살롱 전반으로 퍼져나간 전통을 갖고 있다. 이를 기본으로 곧 접대 여성은 전라 상태가 된다. 의자에 앉아서 술을 마시는 룸살롱과 달리 방석에 양반 자세로 앉는 상태의 전라는 더욱 자극적이다. 그 동안 바가지의 위험을 불사하고도 손님들이 방석집을 찾았던 가장 주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른 서비스도 다양하다. 소위 ‘홀딱쇼’는 방석집의 대표적인 서비스로 상위에 전라로 올라가 춤을 추는 것을 얘기한다. 상 위에서 윤락 여성의 홀딱쇼가 이뤄지는 동안 손님들은 젓가락으로 상을 두드리며 장단을 맞춘다. 여기에 룸살롱의 서비스인 소위 ‘계곡주’도 제공된다.

다만 요즘 북창동 방식의 룸살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중간 전투’(술자리에서 직접 성행위가 벌어지는 것)는 제공되지 않는다. 우선 장소가 비좁고 ‘연애는 하지 않는다’는 이들의 약속이 성매매 특별법의 위력과 더해져 하나의 원칙이 되어있는 듯 하지만 사실은 2차를 위한 유인책이다.

접대여성 수준 업그레이드
가장 다른 점은 접대 여성의 수준이 기존 방석집과는 완연히 다르다는 사실이다. 기존의 방석집 접대 여성이 20대 후반에서 30대를 넘나드는 고령(?)이었음을 감안할 때 이곳은 상당히 젊은 여성들로, 나름대로 수준급은 돼 보였다.

윤락 여성 대부분은 얼마 전까지 청량리나 미아리 집창촌에서 일하던 이들이다. 하지만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업소가 문을 닫으면서 또 다른 살 길을 찾아 여기까지 흘러온 것이다. 처음 가격 흥정에 나섰던 마담이 이 업소의 바지사장이다. 이 여성은 강남의 룸살롱에서 일하던 새끼 마담 출신으로 모시고 있던 마담이 이 곳에 업소를 내자 바지 사장을 맡게 됐다고. 이런 생성 과정을 거쳐 이런 신개념 방석집이 완성된 것이다.

이 마담은 “여기뿐만 아니라 미아리나 천호동 등 유흥가의 먹자골목에도 비슷한 방석집이 생기고 있다”면서 “우리 언니(사장을 지칭)도 다른 데 업소가 또 있고 애들(윤락 여성) 얘기 들어보면 친구들이 여기저기서 일한다더라”고 말한다. 실제 취재진은 미아리 부근의 또 다른 유흥가 먹자골목에서 또 다른 신개념 방석집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술자리를 마치고 일어서는 취재진에게 윤락 여성들은 은근히 2차를 나가자는 눈치를 보인다. 상당히 저렴한 술값으로 손님을 받고 2차를 통해서 부족한 돈을 챙긴다. 2차는 ‘긴 밤’에 20만원. 결국은 2차를 나가기 위해 이들은 더욱 헌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손님을 달아 오르게 만들었던 것이다.

성매매 특별법 이후 한국의 밤이 달라지고 있다. 신개념 방석집 역시 이런 변화의 분위기 가운데 있다. 다만 이런 변화 때문에 법이 희생자로 규정한 윤락 여성들은 더욱 열악한 업소로 내몰렸고, 이에 따라 유흥 업소가 더욱 질펀한 분위기로 변질돼 가고 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조재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12-16 19:02


조재진 자유기고가 sms9521@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