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은 '죽여드려도' 썰렁, 나이트는 작업맨들로 득시글기상천외한 서비스로 손님 유혹해도 룸살롱 '한산'나이트클럽은 성매매 특별법 특수로 최대 호황

[이색지대 르포] 연말 유흥가의 두 얼굴
룸살롱은 '죽여드려도' 썰렁, 나이트는 작업맨들로 득시글
기상천외한 서비스로 손님 유혹해도 룸살롱 '한산'
나이트클럽은 성매매 특별법 특수로 최대 호황


누구에게나 복된 성탄과 뜻깊은 연말연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누군가 웃는 이가 있으면 얼굴 찡그린 이들이 있기 마련. 한국 밤 문화를 이끌어 온 유흥 업계의 입장에서 2004년은 접대비 실명제, 성매매 특별법 시행, 불경기 등 악재들로 얼룩진 최악의 한 해였다.

차츰 정부의 단속 의지가 약해지면서 성매매 특별법 시행의 파괴력은 줄어 들었지만 불경기라는 더 큰 악재 앞에 유흥 산업은 오랜 침체기에 빠져 들었다. 1년 주류 소비량의 절반이 소비된다는 12월이지만 룸 살롱 등 고급 유흥 업소는 이런 연말 특수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월 10일 밤 9시경 기자는 평소 친분이 있는 강남역 부근의 A 룸살롱 지배인 김 모씨에게 전화를 했다. 이 시간이면 룸 살롱이 한창 바빠지는 시간. 직장인 송년회의 2차 내지 3차 단골 무대인 룸 살롱에 서서히 손님들의 발길이 몰려 들기 시작할 시간이다. 하지만 김씨는 한가한 목소리다. 예약 손님도 한 팀 뿐이는 김씨는 커피 한 잔 얻어 마시러 가겠다는 기자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

강남역 부근 유흥가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했다. A 룸살롱 입구 역시 여전히 붐볐다. 발레 파킹 요원들부터 웨이터와 지배인들이 입구에서 대형 온풍기를 켜 놓고 손님의 발길을 기다리는 있었다. 기자는 이들에게 다가가 김씨를 불러 달라고 부탁했다.

호출을 받고 올라온 김씨는 통화중이었다. 누군가 손님에게 전화가 와서 한창 가격흥정과 서비스 소개를 하는 중이었다. “생일 파티는 정말 끝내주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럼요, '벌떼 서비스'는 우리 가게가 원조에요… 당연하죠"

벌떼서비스·세척서비스도 별무소용
김씨는 '벌떼 서비스', '세척 서비스' 등 전문 용어(?)까지 구사하며 손님의 발길을 업소로 이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결국 다시 전화한다는 얘기로 통화는 마무리 됐다. “다행히 몇 팀이 더 오신다는 전화가 와서 또 하루를 넘기게 됐다"는 김씨는 “지금 전화 온 손님까지 오면 그럭저럭 본전은 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얘기한다.

먼저 김씨가 통화중에 사용한 전문 용어에 대한 설명을 먼저 들어 봤다. 우선 '벌떼 서비스'는 생일이나 승진 등 축하할 일이 있는 손님을 위한 집중 서비스다. “어느 술자리이건 다 의미가 있고 그 주인공이 있기 마련"이라는 김씨는 "룸 안에 들어 온 애들(접대 여성들)이 그 손님 한명에게 달려 들어 동시에 온 몸을 서비스해 주는 게 벌떼 서비스다. 손님이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도록 만들어 준다"고 얘기한다.

두 번째는 ‘세척 서비스'. 세척이라는 단어가 조금 껄끄럽게 들리긴 하지만 그 내용은 매우 환상적이다. 이는 입을 이용한 전신 애무를 뜻하는데 얼음을 입에 머금고 손님의 몸 이 곳 저 곳을 애무해 주는 방식이다. 다만 중간 전투(손님에게 오랄섹스를 제공하는 것)을 위해 중요한 부분은 아껴둔다고.

이런 각종 서비스는 성매매 특별법 이후 발길을 끊은 손님들을 위해 새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기존의 알몸인사, 유두주, 계곡주를 기본으로 중간 전투가 더해졌고 최근 '벌떼 서비스' '세척 서비스' 등이 추가된 것. 하지만 이 정도로도 손님의 발길을 다시 되돌리지는 못하고 있다고.

“작년만해도 이삼일 전에 예약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단골 손님이 와도 이미 예약이 끝나 되돌려 보내며 욕을 먹기가 부지기수였다"는 게 김씨의 기억이다. 그는 "작년 이맘때는 예약 손님이 90% 이상이었는데 올해는 10%도 안된다"고 얘기한다.

물론 이 날처럼 1차 술자리에서 흥이 올라서 전화를 걸고 찾아오는 손님들도 어느 정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조금이라도 가격을 깍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아낌없이 팁까지 주던 예년의 연말과는 전혀 다르다고 설명한다. 이런 분위기는 예년에 비해 양주 소비량이 30%나 줄어 들었다는 뉴스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 경제 상황이 '빈익빈 부익부'의 추세임을 감안할 때 고급 유흥업인 룸 살롱은 어느 정도 장사가 되야 정상이 아닌가 싶은 의문이 든다. 이에 대해 김씨는 “얼마전에 춘천에서 판사가 룸살롱에서 향응받았다는 뉴스가 나온 이후 손님이 더욱 줄었다"면서 “손님 몇 분이 그러는데 윗 분들이 룸 살롱 오기를 꺼린다고 하더라"며 한숨이다.

원나잇 스탠드, 부킹 수월
반면 가장 대중적인 유흥 업소인 나이트클럽은 붐빈다. 물론 나이트클럽은 술과 춤으로 대표되는 곳으로 성이 결부된 유흥업소인 룸살롱과는 확연히 대조를 이룬다. 다시 말해 룸살롱이 퇴폐적인 분위기라면 나이트클럽은 술과 춤이 어우러진 깨끗한 유흥 업소라는 얘기. 하지만 나이트클럽을 찾는 남성 대부분이 부킹을 통한 원나잇 스탠드를 원한다는 사실, 또 최근 그 분위기가 일종의 성매매로 연결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런 구분은 의미가 없다.

물론 불황으로 인해 손님이 줄어든 것은 어쩔수 없는 현실이지만 과감한 마케팅 전략과 주변 여건의 도움으로 불황을 타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의 마케팅 전략은 실제 너무나 과감하고 적극적이었다. 강남 유명 나이트클럽은 '여자손님 무료'라는 최후의 마케팅 전략을 내세웠고 이를 계기로 남자 손님이 급증해 다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변두리 성인 나이트클럽의 경우 오히려 성매매 특별법의 은혜(?)를 입은 케이스. 노래방 노우미, 집창촌 윤락 여성 등 성매매 특별법으로 직장을 잃은 윤락 여성들이 대거 성인 나이트클럽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남성 손님이 급증한 것. 이렇게 요즘 나이트클럽은 지역과 형태에 상관없이 하나같이 성매매 특별법 특수를 누리고 있다.

연말의 분위기가 최고조에 다다르는 토요일인 지난 12월 11일. 기자는 강북의 대표적인 성인 나이트클럽 가운데 한곳인 B 나이트클럽을 찾았다. 평소 친분이 있던 웨이터 최모씨를 만나 요즘 나이트클럽 풍경을 취재하려 했던 기자는 당혹스러운 상황에 내몰려야 했다.

20여분을 기다린 뒤에야 잠깐 얼굴을 마주한 최씨는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다. 오래 이야기할 틈이 없다"고 얘기한다. 그냥 술이나 마시게 룸을 하나 잡아 달라고 부탁하자, "이미 룸이 만원이니 그냥 플로어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이 때가 밤 10시경. 어렵게 테이블에 지정받아 앉아 맥주 기본을 시킬 수 있었다. 이곳은 이미 지난 2045호에서 한번 소개한 바 있는 곳으로 당시 기자는 보도방에서 윤락 여성들을 나이트클럽으로 진출시킨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너무나 반갑게도(?) 당시 만났던 여성들이 여전히 플로어를 누비고 있었다. 다행히 그들은 기자를 알아보지 못하는 듯.

하지만 지난번 실패를 거울삼아 쉽게 그들에게 다가가기 보다는, 가만히 지켜 보는 방식으로 취재에 돌입했다. 우선 나이트클럽 분위기는 정신이 없을 정도로 분주했다. 손님들이 만원인 데다 부킹을 다니는 여성들이 이리저리 바쁘게 이동했다.

요즘 나이트클럽이 최대의 호황을 누리는 가장 큰 이유는 소위 회전율이 높아졌기 때문. 어차피 대부분의 남자 손님은 부킹을 통한 작업을 시도하기 위해 나이트클럽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얼마만큼 시간이 걸리느냐에 따라 손님들이 나이트클럽에 머무는 시간이 달라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 손님들도 적당한 돈을 받고 모텔로 향하기 위해 나이트클럽을 찾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부킹이 원 나잇 스탠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또 쉽게 이뤄진다. 물론 이런 여성 손님의 대부분은 집창촌이나 보도방에서 일하던 윤락여성들이다.

그렇게 나간 아가씨들은 모텔에서 한번 일을 치룬 뒤 다시 나이트클럽으로 되돌아 온다. 기자가 나이트클럽에 들러올 당시 30대 남자와 팔장을 끼고 나갔던 여성이 그런 경우다. 파격적인 의상 때문에 그 여성을 기억했던 기자는 나이트클럽에 두시간 가량 머문 뒤 나가는 길에 다시 맞닥뜨렸다. 그 사이 일을 치루고 다시 자연스럽게 영업장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강남 나이트클럽이나 가라오케의 경우는 더욱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룸을 잡은 뒤 웨이터에게 팁을 찔러 주면 나가요걸로 일하던 여성들이 부킹을 하기 위해 들어 온다고. 이런 여성들과 가격 흥정에 성공하면 룸 안은 어느새 룸살롱으로 변하게 된다고 한다. 강남의 C 나이트클럽 룸에서 이런 방식으로 송년회를 즐겼다는 회사원 강모씨는 "가격은 룸살롱의 3분의 1, 재미는 두 배였다"고 얘기한다.

불황이 만든 밤문화의 하향평준화
2004년 12월의 밤문화는 이렇게 정반대의 표정을 짓고 있는 룸살롱과 나이트클럽으로 대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반드시 룸살롱의 위기와 나이트클럽의 기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고가의 유흥업소인 룸살롱의 퇴폐적인 놀이 문화가 가장 대중적인 유흥업소인 나이트클럽로 번져가고 있다고 설명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물론 이런 과정을 통해 가격의 하향 평준화가 이뤄진다는 점은 서민 입장에서는 분명 좋은 일이다. 다만, 성매매를 줄이겠다던 정부의 의도와는 정반대 가고 있는 한국 밤 문화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입력시간 : 2004-12-2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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