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천직" 긍정적 사고로 승부

'스타 보험인' 이원일
"보험은 천직" 긍정적 사고로 승부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생명보험 시장에서 토종 회사와 외국계 회사들의 고객 쟁탈전이 치열하다. 맨투맨으로 영업 활동이 이뤄지는 보험의 속성상, 그 최전선에는 각 회사들의 ‘정예 보험인’들이 포진하기 마련. 특히 높은 전문성을 가진 남성 보험인 조직을 앞세워 빠른 시간 내에 국내 시장을 파고 든 외국계 생보사에게 인재는 최대의 자산이다.

입사 1년 만에 '백만불 원탁회의' 멤버
‘빅3’ 외국계 생보사 중 하나인 메트라이프생명의 이원일 FSR(Financial Services Representativeㆍ자산관리사ㆍ34)은 그런 점에서 회사가 무척이나 아끼는 인재 중의 한 사람이다. 이씨는 잘 나가는 건설회사를 그만두고 메트라이프에 입사한 지 1년 만에 생명보험인의 명예의 전당으로 불리는 MDRT(Million Dollar Round Tableㆍ백만불 원탁회의)의 멤버가 됐을 뿐 아니라, 2년이 지나서는 MDRT의 3배에 달하는 실적을 올려야 자격이 주어지는 COT(Court of the Table)의 회원이 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게이트웨이 타워 17층에 자리한 메트라이프 동원지점을 가보면 이씨의 회사 내 위상은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47명의 동료들 가운데 유일하게 부지점장들에게만 제공되는 별도의 사무 부스를 갖고 있다. 얼마 뒤에는 아예 개인 사무실을 따로 쓸 수 있는 대우를 받게 될 예정이다. 메트라이프의 각 지점에서 개인 사무실은 지점장에게만 주어지는 관례로 보아 대단한 특전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명함에는 이사 직급을 뜻하는 영어 단어 ‘executive’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이사 직무를 수행하지는 않아도 회사에게는 그만큼이나 중요한 인물임을 나타내는 타이틀이다. 그의 나이는 지점에서도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서른 넷. 이를 감안해 보면 회사가 이씨에게 얼마나 예우를 해주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2002년 4월 생보업계에 뛰어들었으니 경력은 이제 겨우 4년차. 이씨는 이 짧은 시간에 어떻게 성공기를 쓸 수 있었을까. “입사 후 한 달 만에 지인들을 찾아 다니는 고객 발굴 방식에서 벗어났습니다. 시쳇말로 맨땅에 헤딩하듯 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죠.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고 스스로 열정에 불타면, 인맥에 의존하지 않고도 정면 승부가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사실 수많은 보험인들이 성공을 꿈꾸기는 하지만 지인들에게 매달리는 소극적인 영업 활동 탓에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것이 생명보험 업계의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이씨는 주저하지 않고 젊은 패기를 앞세워 도전의 길을 택했던 것이다. “막상 개척에 나서고 보니 어떤 곳을 뚫어야 할지 고민도 많이 됐습니다. 기업체 사장 같은 분들을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그 분들은 외부 업무로 자리를 비운 경우가 많더군요. 그러던 중 병원이 떠올랐어요. 의사들은 가운을 입어 식별도 쉬운 데다 사무실에 계시는 경우가 많잖아요. 무턱대고 찾아가 문전박대를 받기도 했지만, 성심을 다한 저의 설명을 듣고는 웃으며 화답하는 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씨는 동네 가게 같은 곳에 들러서도 넉살 좋게 영업을 해나갔다. 특정 상가를 정해 한 번 순회를 하고 나면 그에 대한 입소문이 상인들 사이에 좍 퍼져 나가기도 했다. 회사 내에서 “개척 하면 이원일”이라는 평판이 생긴 것도 이처럼 씩씩하고 열정적인 고객 발굴 방식이 큰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처음엔 무척 힘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어렵사리 고객으로 모신 분들이 나중에는 큰 자산이 됐죠. 지금 제 고객이 600명 가까이 되는데, 이 분들이 저를 주변에 천거해 주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요즘은 신규 고객이 저절로 늘고 있습니다.”

고객 최우선 자세
고객들이 이씨를 높이 평가하고, 나아가 지인들을 선뜻 소개해주는 것은 그의 헌신적인 자세를 마음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이씨의 모토는 ‘무조건 고객이 최우선’이다. 말로만 챙기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는 고객을 보험 상품에 가입하도록 권유하기 전에 먼저 고객에게 해 줄 수 있는 서비스에 최선을 다 한다.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의 실물 경제 공부를 하루에 1시간씩 꼬박꼬박 하는 것도 고객의 자산 관리를 제대로 도와주기 위해서다. 나름대로 재테크 노하우를 가진 자산가들도 이씨가 꾸준한 학습을 통해 제시하는 재산 불리기 방법에는 고개를 끄덕인다고 한다.

정성을 다하면 사람의 마음은 움직이는 법이다. 끊임없는 노력은 빼어난 실적으로 돌아왔다. 이씨는 메트라이프에 입사한 이래 1주일에 3건 이상의 신규 가입 기록을 140주 이상 이어오고 있다. 이 기록은 업계에서도 경이로운 수준으로 평가된다. 또한 만 3년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600명에 육박하는 고객을 확보한 것이나, 96%의 보험 유지율을 몇 년째 지속하는 것도 보기 드문 성과라는 지적이다. 2003년에는 메트라이프 내 전체 수위의 성적을 다투기도 했다.

당연히 회사로부터 받는 보상도 평범한 샐러리맨들이 보기에는 엄청나다. 현재 국내서 활동 중인 14만7,000여 명의 보험 모집인 가운데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사람은 10억원 대의 연봉을 자랑한다. 이씨의 연봉은 그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최상위권에 속하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메트라이프 내에서 톱5 안에 들어간다는 정도로 해두자”며 슬쩍 웃어 넘긴다.

평생 일할 수 있는 전문직
이씨는 보험을 하기 전에 국내 최고의 건설회사에 다녔다. 맡았던 일도 꽤 요직이었다. 하지만 ‘일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을 뿐더러 평생 일할 수 있는 전문 직업인’이라는 매력 때문에 보험에 뛰어들었다. 근면 성실하고 친절한 그의 성품을 알아본 고교 선배의 권유도 물론 한몫 했다.

그의 선택은 옳았다. 부지런한 생활 습관과 긍정적인 마인드는 금세 보험을 천직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같은 또래의 직장인들이 주눅들 만큼 돈도 많이 벌고 있다. 젊은 나이에 성공한 이씨가 더욱 돋보이는 대목은 ‘그늘’을 살필 줄 아는 마음의 여유다.

이씨는 어느날 교사로 재직 중인 고객들로부터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업에 열중하지 못하는 중고생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부터 그는 적지 않은 학생들에게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아이들은 나라의 미래가 아닙니까. 큰 돈은 아니지만 될성부른 학생들에게 학비를 지원하는 것도 그런 생각 때문입니다. 부자 고객들에게도 동참을 권유하곤 하죠. 앞으로는 좀더 많은 학생들을 돕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씨의 색다른 면모는 또 있다. 그는 수영, 스키, 태권도 등의 운동에서 선수급의 실력을 갖춘 데다, 웬만한 전문가 이상으로 자동차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지녔다. 그의 고객들은 계약서에 없는 ‘보너스’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제가 가진 재질은 하늘이 준 것인데, 누군가와 공유하며 살아가는 게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이씨에게는 ‘천생 보험인’, 그 말이 딱 어울리는 것 같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1-12 16:32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