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40년, 활발한 상호방문·한류도 동반자적 관계 무르익어

한·일 우정의 해, "우린 '가깝고도 가까운'이웃"
수교 40년, 활발한 상호방문·한류도 동반자적 관계 무르익어

에서 열린 '한국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한 한국관광객.

2005년은 한일 수교 40주년이 되는 해로 ‘한ㆍ일 우정의 해‘이기도 하다. 양국에서는 문화ㆍ예술ㆍ관광ㆍ스포츠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1년 내내 풍성하게 펼쳐지고 자매 도시 간의 교류도 활발히 진행될 예정이어서 두 나라의 동반자적 관계는 한층 무르익을 전망이다.

작년 한해 일본에서는 ‘한류’(韓流) 열풍이 거세게 불어 ‘가깝고도 먼 이웃’이란 한일 관계의 상투적인 틀이 상당 부분 깨졌다는 분석이다. 그야말로 ‘가까운 이웃’이 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한류의 힘은 서울 - 도쿄간 비행기 안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20대 초반 일본 여성의 디지털 카메라에는 한류의 기폭제가 된 드라마 ‘겨울 연가’ 촬영지와 춘천 시내 음식점 등이 담겨져 있기 일쑤고, 거대하던 현장을 둘러 본 이들은 연신 감격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리고 일본 사람들은 늦은 밤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까지 가는 기자의 초행길을 친절하게 도와 주었다.

한국의 날 기념행사
‘한ㆍ일 우정의 해’를 맞아 일본에서는 1월 15일 어린이를 위한 대표적 테마 파크인 도쿄시의 ‘한국의 날’을 기념행사가 열렸다. 한국의 문화관광부와 일본 국토 교통성이 ‘한ㆍ일 공동 방문의 해’ 기념 사업의 하나로 개최한 이날 행사에는 양국 정부와 시 관계자, 기자단, 한국 관광객 등 200여명이 참석해 양국의 우정과 관광 증진을 기원했다.

일본 정부를 대표한 국토 교통성의 후시이 나오키 국제관광추진 과장은 “작년 일본을 방문한 관광객 600만명 중 한국인이 200만명”이라며 “관광을 통한 서로의 이해가 양국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측에서는 대사관의 김종호 문화관이 나와 “한국과 일본 양국민의 관광객 수를 합하면 400만이 넘는다”며 “ 이제 한일 관계는 가깝고도 가까운 이웃”이 돼 가고 있다“고 답사를 했다.

산리오 퓨로랜드

1994년에 일본에 유학 와 대사관에 근무한 지는 6년째 되는 일본통인 김 문화관은 “2년 전부터 한류 열기를 실감한다”고 전했다. 2000년 전만 해도 한국에 무관심 했던 일본인들이 한ㆍ일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을 다시 보게 된 뒤, ‘겨울 연가’를 통해 폭발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일본 대학 중에 한국어과를 개설한 곳이 3배 이상 늘었고 무엇보다 한국과 한국인을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 한류의 가장 큰 성과라고 김 문화관은 설명했다.

행사후 관람한 퓨로랜드는 ‘헬로우 키티’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캐릭터들을 주제로 만들어진 실내 테마 파크로 ‘지혜의 나무 스테이지’를 중심으로 9개의 서로 다른 무대에서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데, 특히나 캐릭터로 분장한 인물들은 어린이들을 즐겁게 해 준다. 마나베 홍보 책임자는 “한국 방문객이 증가할 것을 고려해 올해부터 공연 이해를 돕기 위해 동시 통역기를 마련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해 관광에 대한 일본의 세심한 배려를 엿보게 했다. 그 밖에 테마별 캐릭터 전시실과 놀이 기구, 팬시점 등이 어린이 동반 가족을 위한 관광 코스로 꾸며져 있다.

퓨로랜드가 어린이를 위한 곳이라면 도꾜 인근의 디즈니 리조트는 디즈니 시와 디즈니 랜드의 2개 테마파크로 이뤄진 동양 최대의 놀이 동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이 펼치는 쇼와 유럽의 도시, 동화속의 건물 등을 재현해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되고 있다.

최근 한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도쿄의 관광 명소는 지브리 스튜디오다. 일본의 가장 위대한 만화 영화 제작자로 평가 받고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에 의해 이끌어 지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지하와 옥상, 3층 구조로 돼 있으며 미야자끼의 초기 작화실과 애니메이션이 제작되는 과정, 특수효과부 등과 실제 애니메이션이 상영되고 있다. 한국에서 최고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움직이는 하울의 성’을 비롯해 ‘센과 치히로의 행방 불명’, ‘원령 공주’, ‘이웃집 토토로’등의 감흥을 기억하는 이들과 애니메이션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이라면 반드시 들르는 곳이다. 2월 한달간 한국인 방문 예약자만 1,000명이 넘었다는 게 이곳 관계자의 설명이다.

도쿄의 관광 명소는 이 뿐 아니다. 일과 유흥이라는 일본의 양면을 엿볼 수 있는 신주쿠, 젊음과 패션의 거리로 통하는 하라주쿠ㆍ시부야, 일본의 심장부이자 일왕 일가의 거처가 있는 마루노우찌와 긴자, 도꾜의 서민가를 대변하는 우에노와 아사꾸사, 일본의 최대 전자 상가가 있는 아키하바라, 일본 문호 개방의 역사이자 도쿄의 섬으로 불리는 오다이바 등이 손꼽힌다.

한국인 자부심, 매출증대로 이어져
일본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재일 교포나 유학생 등은 한류 덕에 자부심과 함께 매출 증가로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신주쿠의 한국인 거리(Korea Plaza)로 통하는 시노쿠보에서 한국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재일 교포 3세 강봉찬(42)씨는 “어릴 때는 교포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했지만 이제는 떳떳하게 일본인을 대한다”며 “한류 덕에 매출도 올라 장사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요즘 일본 젊은이들은 불고기와 비빔밥 뿐만 아니라, 감자탕과 삼겹살도 자주 찾는다며 강씨는 열을 올렸다.

일본 회사에 근무하는 교포 3세 양승구씨(36)는 “일본인들이 한국을 다시 본 것은 월드컵 때부터고 겨울연가 붐이 40대 이상에서 20대 이하로까지 전 계층에 확산되면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호감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서는 “키타 조센”이라며 여전히 멸시, 남북한에 대해 이중잣대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학생인 김진우씨(27)는 “유학생들 간에 배용준씨에게 표창장을 줘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류를 실감한다”며 “기독교에 배타적인 일본인들도 한국인 전도사가 나서면 호감을 갖고 대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일본 대학에 한국어과 수강생이 늘고 일본 여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일본어를 더 빨리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날 ’행사에서 만난 한국과 일본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상대국을 방문하고 사람과 부딪혀봐야 서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며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류의 힘은 일본인을 한국으로 끌어들여 ‘교류’에 동참하게 한 데 있다. 반대로 일본을 찾아 관념상의 일본틀을 깨는 한국인이 늘어날수록 현해탄의 거리도 그만큼 가까워 질 전망이다.

도쿄=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2-23 11:05


도쿄=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