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영그는 무대 위의 샛별그들이 있어 뮤지컬은 재밌다뮤지컬 의 신인배우 3인방, 끼로 '똘똘'
[감성 25시] 강인영·안성미·윤석현 꿈이 영그는 무대 위의 샛별 그들이 있어 뮤지컬은 재밌다 뮤지컬 <러브퀼트>의 신인배우 3인방, 끼로 '똘똘'
뮤지컬 ‘러브 퀼트’에선 삼월의 냄새가 난다. 삼월하고 발음할 때 나는 풋풋한 내음은 ‘러브 퀼트’하면 연상되는 첫 사랑, 첫 키스란 단어의 느낌과 얼핏 닮았다. 첫 공연이 꼭 3월에 하지 않더라도 이 느낌은 여전할 것 같다. ‘러브 퀼트’는 신선한 형식만큼이나 신선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갈라(gala)콘서트 형식의 ‘러브 퀼트’는 공연 자체가 뉴스다. 오페라나 뮤지컬에서 핵심이 되는 아리아와 중창들을 특별한 무대나 복장을 생략한 채 음악만으로 연주되는 공연이 활발해 지는 요즘, 갈라 콘서트들이 대중성 있는 넘버를 나열하고마는 한계를 넘어 기존의 뮤지컬 넘버를 하나의 드라마에 조합한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기로 ‘럽브 퀼트’는 작정했다. 뮤지컬에서 명장면과 음악을 이불 조각 모으듯 엮어 만드는 이러한 시도는 국내에선 처음이다. 야심찬 프로젝트에 참가하기 위해 젊고 발랄한 신인 배우 열 일곱명이 통통 튀는 끼로 뭉쳤다. 신인 배우들을 한자리에 볼 수 있는 것 하나만으로도 눈 여겨 볼 만하다. 끼 많은 배우들이 모였다 하여 이름 붙혀진 대학로의 ‘끼 스튜디오’. 왁자지껄한 연습실 안에선 20대 청춘들이 각기 다른 끼와 열정을 모아 ‘러브 퀼트’를 엮어 내고 있었다. ‘무대에 오를 날을 위해 지상으로 지상으로!’, 입김으로 범벅돼 흐릿해진 거울속의 배우들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공연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그들은 뮤지컬 스터디 그룹 ‘지상으로’ 의 멤버이기도 하다. 무대라는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겨울 한동안 지하의 스튜디오는 하루도 뜨겁지 않은 날이 없었다. 뮤지컬 ‘러브 퀼트’는 사실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 모두가 주인공인 셈이다. 그 중에서도 이 무대를 대표할 만한 배우 세 명을 만났다. 젊은 음악 감독 구소영과 연출가 장유정이 망설임 없이 지목한 세 명, 강인영, 안성미, 윤석현은 뮤지컬계의 샛별이다.
화려한 스텝의 춤꾼 강인영 객원 배우로 활동하던 그는 주연이 아니었는데도 무대에서 유독 빛났다. 춤만 잘 출 줄 알았는데 첫날 노래를 시키니 높은 고음역대를 무리 없이 소화해 음악 감독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게다가 아무도 없을 때는 무대 뒤에서 다른 배우의 역할을 몰래 연습하기도 하는 욕심 많은 배우였다. 뮤지컬 ‘꿈꾸는 사람들’을 보고 연출가 유희성 선생은 창작 뮤지컬 ‘소나기’의 양아치 정일 역에 강인영을 스카웃했다. 그의 첫 작품이나 마찬가지인 셈인데 화려한 춤 솜씨로 데뷔 때부터 주변의 시선을 확 끌었던 그는, 더도 덜도 말고 배우였다.
타고난 노래솜씨와 끼의 안성미 어렸지만 무대를 구별할 줄 알았던지, 얼굴에 철판 깔고 노래 잘 하던 아이가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로 됐다는데. 이렇게 되자 오히려 다방 언니들이 초조해져 동전 500원을 쥐어 주며 유혹하더란다. 자신의 퀄리티(?)에 대한 자존심 때문이었는지 이 도도한 꼬마는 돈의 유혹을 물리치고 무대를 박차고 나왔다는데…. 이쯤하면 그녀가 어떤 스타일인지 알 만하다.
그녀는 한마디로 타고난 스타였다. 끼를 가지고 태어난 배우들이 자칫하면 갖게 될 오만함과 안일함을 가장 위험하게 생각한 구소영 감독은 제자들 중 그녀를 가장 혹독하게 훈련시켰다고 한다. 뮤지컬 ‘달고나’ 에서 인정을 받은 후 오히려 그녀는 수없이 많이 깨진 배우에 속한다. 누구보다 많이 울고 상처받았는데 그럴수록 그녀는 더 강해졌다. 치열하게 고민하며 자신을 깨나가는 그녀를 보고 연출가는 “당당함, 겸손함, 실력을 갖추었지만 자기를 낮출 줄 아는 아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러브 퀼트’의 여자 주인공 하연 역을 맡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카리스마 지닌 연습벌레 윤석현 세련돼 보이진 않지만 속 깊어 보이는 그는 완벽주의자다. 남들이 잘 했다고 칭찬해도 스스로 성에 차지 않으면 연습실에서 빠져 나오지 않는 연습 벌레. 축구 선수가 꿈이었던 유년 시절, 운동장에서 축구만 해서 운동화가 구멍 날 정도였다고 한다. 무언가 한 가지에 빠지면 헤어나올 줄 모르고 열중하는 그가 최근 빠져 있는 것은 뮤지컬 ‘러브 퀼트’와 ‘사랑’이다. 안성미와 공식 커플인 그에게 요즘 한 가지 고민거리가 생겼다. ‘러브 퀼트’가 막을 내린 다음날 군에 입대하기 때문이다. 뮤지컬을 하면서 만난 그들은 손발이 척척 잘 맞는 파트너다. 사진을 찍는 도중에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을 만큼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는데, 저런 나이가 있었구나, 싶을 만큼 한없이 부럽기만 했다. 정작 이들을 부러워한 것은 사진 찍는 내내 옆에서 애정 행각을 보아야만 했던 강인영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는 오랫동안 솔로다. 몇 년 전 사랑에 대해 심한 배신을 느낀 그는 믿을 만한 사람 없고 함부로 사랑 같은 거 하지 않겠다고 솔로 선언을 했지만 3월 그의 맘속에 서서히 봄바람이 불고 있다. 그는 ‘러브 퀼트’를 준비하면서 지금까지 자신이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제대로 된 사랑을 하고 싶어졌다는 그에게 뮤지컬은 인생을 알려주는 선배인 셈이다. 꿈이 없어 방황했다던 안성미는 이젠 꿈꿀 수 있는 무대가 생겨 행복하고. 초코파이를 누구보다 좋아해 그 자리에서 한 박스를 모조리 먹어 치운다는 윤석현은 뮤지컬이 끝나는 동시에 군에 입대해서 슬프지만 그 곳에도 초코파이는 있으니 안심이란다. 게다가 기다리겠다는 연인 안성미가 옆에 있으니 아직은 괜찮다. 둘을 바라 보는 강인영은 운명처럼 자신에게 다가 올 사랑을 꿈꾸느라 설레기만 하다. 신인 배우들의 바람은 “어서 서른이 되는 것”이다. “서른이 된 우리들의 모습이 궁금하지 않냐”고 당차게 말하기도 한다. 삼월처럼 풋풋한 배우들이기에, 아직 이십대이기에, 무슨 말을 해도 밉지가 않다. 그들의 당찬 꿈처럼 서른 즈음이 되면 뮤지컬계를 이끌어 나갈 주역이 되어 있기를 바란다. 밝은 미래가 있기에, 꿈꾸는 나이기에, 그들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 뮤지컬 러브퀼트 3월 10~3월 27일. 대학로 인아 소극장 02-2266-0866
입력시간 : 2005-03-0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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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성 객원기자 cometyou@naver.com